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최인훈과 나눈 예술철학, 40년의 배움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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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소설가의 소설 『광장』은 학창 시절 때 교과서에서 접했었다. 하지만 온전히 작품을 다 읽어보진 못했다. 그 외의 최인훈 작가의 소설을 조금이라도 읽은 게 있었던가 자문을 하며 책을 접한다. 최인훈 작가와 직접 나눈 예술철학 40년의 배움은 제자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어떻게 자신의 스승을 기록했는지 궁금했다.



  책은 총 네 부분으로 시기별로 구성된다. '거장을 만나다(1982~1990)',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1991~2000)', '예술론의 핵심(2001~2010)', '마지막 수업(2011~2018)'


  솔직히 오랜만에 보는 벽돌 책이라 정독을 하긴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자와 최인훈 작가의 첫 만남은 자연스럽게 책으로 이끈다. 아무 베이스가 없었기에 실기가 있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는 지원조차 할 수 없었던 내게 저자의 기록은 경험해 보지 못한 순간을 보여준다. 1부의 시기에 서울예대 문창과를 다니신 형님께는 이 책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형님과 나는 시를 전공했기에 최인훈 선생에 대한 접근이 다를 수 있겠지만 거장은 존재만으로도 분위기를 환기 시킬 테니... 첫 만남 이후 처음 시기에는 직접적인 대면은 없었다. 막연한 최인훈 작가에 대한 동경이 보이는 저자의 일기가 이어진다.


  중간중간 수업 자료로 쓰인 이미지들이 보인다. 우리 때도 아직 칠판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을 생각도 못 했던 시기인데... 본인의 수업 필기 자료를 잘 보관하고 있었다(나는 왜 그런 기록의 소중함은 잊고 지냈을까... 애제자라 생각했던 선생님의 영면 소식도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다 뒤늦게 알았으니... 뭐 할 말이 있을까). 그 기록은 저자의 일기와 최인훈 작가의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책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듯했다.


  같은 서울예대 문창과 동문이나 다른 분야의 담화집으로 읽은 『술로 50년, 솔로 50년』(the 작업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책은 두 사람의 대화로 돌아 본 50여 년의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저자의 일기로 기록되고 있는 사건 사고들, 그리고 함께하는 최인훈 작가의 문장들과 함께 다시 봐도 안타까운 시간이다. 내가 중학생 시절의 일이지만 잊히지 않는 일이었다. 최인훈 작가의 혜안이 보이는 장면도 보였다. 대형 서점에서 헌책방을 만들어 주길 바라셨는데 그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나 1999년 인터넷 서점 중 내가 가장 애용했던 알라딘에서 결국 중고서점을 만들어 인기를 얻었지 않았던가.


  3부는 예술론을 많이 다루는 편이라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기 스타일의 글은 그 어려움에 대한 부담감을 중화시켜주었다. 읽기에 대한 어려움을 줄여 주었지 그렇다고 쉽게 와닿았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와 최인훈 작가의 대화가 있었기에 책을 읽는 흥미를 쉽게 잃지 않았다.


  4부의 제목부터 아쉬움을 맞는다. 그리고 마지막 일기는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담는다.



선생님께서 영면하셨다.(p.664)



  두껍지만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일기문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일까? 중간중간 저자와 최인훈 작가의 대화가 있어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저자의 서간체로 된 <화두론>과 이어지는 최인훈 작품 연보는 내가 알지 못하는 저자의 저작들에 대해 짤막하게라도 알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끝으로 '주'와 함께 책은 마무리된다.


  너무 딱딱하게 다가오지 않는 형식이라 부담 없이 읽은 책이었다. 편협한 책 읽기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기에 최인훈 작가의 소설을 제대로 접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시작을 《광장》으로 하고 싶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이 책에서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 아니었다 싶다. 최인훈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막연하게 글을 쓰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정리한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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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의 품격 - 평범한 순간에서 비범한 생각을 찾는 신개념 영감 수집법
이승용 지음 / 웨일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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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는 어떻게 아이디어가 될까? '헛소리를 똑소리로 만들어 파는 비밀'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내가 생업으로 하는 일과는 어쩌면 동떨어진 분야일지 모른다. 하지만 본업 외로 글을 끄적이는 내게 영감은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생업에도 그런 아이디어가 카피라이팅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과 휴대성 좋은 사이즈의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아이디어: 헛소리에서 발견한 인사이트', '카피라이팅: 카피 줍기의 기술', '카피라이터: 매일 실패하며 완성하는 사람'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파트 제목은 생각해 보니 내 생업과 동떨어지지 않은 내용이었다. 공인중개사이지만 광고를 해야 하기에 광고 문구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 글에서 엄근진 한 내 스타일을 떠올린다. 과거 마케팅 회사에 다닐 때 너무 유치해서 언급하기도 어려웠던 B급 정서가 이제는 광고 전면에서 열일을 하고 있는 중이니... 작가의 다음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말장난은 가볍다고들 하지만,

가볍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머릿속에 쉽게 각인된다.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한다.

p.20


  1부에서 나오는 사례들은 황당하면서도 왜 인사이트가 되는지 글을 읽으며 알게 체감하게 된다. 장난처럼 시작된 일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 헛소리도 무시하며 넘길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2부를 읽으며 '별걸 다 줄이자'에서 뜨끔하면서 안도를 하게 된다. 친한 동생 덕에 '별다줄'이란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나는 카피를 줍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과거 온라인 마케팅 회사에서 아무 경험 없이 카피라이터를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곳에는 가늘고 길게 이어가는 내 전공 '시'가 있었다. 돈이 안 된다던 전공이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던 내가 전공과 연결된 일을 하게 만들었던 게 아닐까? '문학적이고도 아름다운 헛소리'를 읽으며 문득 생각을 해봤다. 저자와 내게는 '시詩'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독자로 시를 가까이했고, 나는 문학도로 시를 가까이했었다는 것만 다르다는 차이랄까? 그러나 저자는 시에서도 여러 인사이트를 얻었고, 나는 너무 구분 지으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주울 수 있는 환경을 그동안 나는 선을 긋고 구분 지으려 했기에 더 찾아보는 횟수가 줄어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핑계를 대본다.


  마지막 3부는 제목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마케팅 회사를 다닐 때 단번에 통과하는 카피 보다 꾸준히 뽑히지 못하고 사라져간 카피들을 날렸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그 카피들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나거나 쓰이곤 했기에 더 그랬다.



  오히려 소규모의 온라인 마케팅 회사 보다 크고 업계에서도 유명한 광고 회사가 깨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물론, 그 안에서도 문제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저자의 글을 읽으면 오히려 작은 회사들과 보는 시각과 방법의 차를 느끼게 되고 더 주어질 수 있는 환경이 끌렸던 책이었다.


  '헛소리'는 어떻게 '품격'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영감이 막막해 하는 이들에게 조금 쉬어갈 여유와 머리에 공간을 만들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카피와 아이디어가 고민인 이들에게 참고할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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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센스 - 일과 관계가 단번에 좋아지는 54가지 말투
히키타 요시아키 지음, 송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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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공인중개사 사무소 폐업을 했다. 사실상 9월부터 12월 말까지는 병원에서 간병을 하다 잠시 나왔다 들어갔다를 해 공인중개사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11월 폐업을 한 후 새해가 밝았고 이번에는 개업이 아닌 소속 공인중개사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얘기라고는 간병을 하며 아버지와 하는 게 전부였고 예민함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 내 말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을 정도라 일을 위한 말 공부가 필요하다 생각한 때 책이 왔다.



  책은 총 18개의 챕터로 되어 있으며 각각의 챕터에 레슨 1, 2, 3가 있어 해당 주제에 맞는 말센스를 공부하게 된다. 질문자에게 친절하게 답해주는 내용은 독자들이 습득하기 편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숙제가 남을 뿐이다. 따라만 하는 것이 안 되는 이들이 분명히 있기에 꾸준한 반복과 익힘의 과정이 있어야겠지만 분명 내용을 참고하면 전과 다른 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내용들이다.


  상황별로의 질문에 대한 레슨 1, 2, 3이기에 가볍게 스치듯 던져주는 내용이 아니라 조금 더 깊게 세 번을 고민하게 해주는 구조가 아닌가 싶다. 상황에 딱 맞는 답이 있을 수 있으나 모든 일에 딱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두 번 세 번에 걸쳐 다듬어 더 괜찮은 방안으로 이끌어 가는 듯했다. '바람을 읽고, 공기를 읽고, 사람을 읽는 일'(p.101)이라는 문장은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현재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기에 업무 관련 책들을 구매하고, 빌려 그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아홉 번째 챕터의 내용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나와도 밀접하게 연결이 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내 주업이 블로그가 아니기에 제3자로 읽어가며 참고할 내용만 보게 된다. 코로나 시국 병원이라는 공간에 갇혀 지낸 일이 있으나 저자나 글에서 나오는 시인보다는 더 넓은 공간이었고, 간병을 했어야 하기에 책과 같은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한곳을 응시하는 것'은 '한 사람을 응시하는 일'이었다. 여러 생각이 많았기에 그 응시도 오롯하진 못 했던 것을 기억한다. 다시 기지개를 펴려다 간병 생활로 잠들어 버린 내 DSLR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날이 추워 더 꺼내지 않는 내 게으름을 비난하면서도 생각해 낼 수 있었음에 감사를 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여기까지가 글센스였다면 챕터 10부터는 정말 말센스를 다룬다.



  책은 말센스이면서 글 센스였다. 말을 어떻게 다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활용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으나 글을 쓰는데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병원에 있으며 한동안 말을 줄이고 톡을 더 많이 했던 일 때문에 말을 하는 게 더 어색한지도 모르겠다. 말을 많이 하며 고객을 만나야 하는 직종에 있으면서 한동안 일을 쉬며 일과 관련된 말하기를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근 업무와 관련된 책을 구매하고 선배들의 경험이 담긴 책들을 접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실무 책과 함께 보완을 위한 의미로 읽었던 책으로 말도 말이지만 글쓰기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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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지도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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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께서 돌아가신지 1주기가 되어 가는 시기 그분의 책을 읽는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발표된 『메멘토 모리』와 돌아가신 직후 나온 유고 시집을 읽고 마지막 인터뷰집을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아직 읽지 못하는 시점에 새로운 책 『별의 지도』를 접한다. 하늘을 볼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시기 별은 더 보기 어렵지 않은가 싶은데 '윤동주 시인'을 동경하는 마음에 이 책에 손이 갔다.



  책은 '별을 바라보는 마음', '별과 마주하는 마음', '별을 노래하는 마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1부 첫 장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로 이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지만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알려진 시가 아닐까 싶다(물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최근에는 더 단시로 짧고 강력하기에 가장 알려진 시일지 모른다. 내 어린 시절을 기준으로 적어봤을 때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맞지 않을까 싶다). 시로 시작해서 시로 마무리가 되는 1장의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과학입니다. 반면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우리는 종교라고 합니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시(예술)이지요.(p.38)

  내 평소의 삶은 과학에 가까우나 추구하는 것은 시에 가까운 이유를 이 글을 통해 알게 되는 듯했다. 어쩌면...


  2부의 첫 장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을 한다. 서양의 이원론을 접하다 다시 하나를 더하는 삼항 순환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는 현실. 1부에서 나온 삼태극 천지인의 삼재를 떠올리게 한다. 2장을 읽으면 역시나 우리나라 국민시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과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꼽는다. 「진달래꽃」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잘못 배워왔다는 것과 김소월 시인의 패러독스 아이러니 수법의 시를 한 편 더 접한다. 이미 알고 있는 시인데 오랜만에 읽으니 또 새롭게 다가온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대한 해석에서도 이어령 선생님의 해석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20년도 더 지난 주입식 교육에 대한 뒤늦은 반감도 든다. 4장을 통해 조금 다르게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알아간다.


  3부는 책의 가장 많은 비중을 갖기에 1부와 2부의 잔잔함에 뒷심을 보이며 폭발하는 부분이다. 윤동주 시인의 다른 시가 나와 별로 향하는 노래들을 보여주기도 하는 순간들에 잔잔했던 가슴에 큰 설렘의 두근거림이 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4년 전 기회가 닿아 다녀온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에서 뵈었던 이어령 선생님의 강연을 떠올리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상력을 잃어가는 듯하기에 시대의 지성이셨던 이어령 선생님의 글로 자극을 받는 시간이었다. 달은 잘 찾아보면서 별은 더 이상 찾아보려 노력도 하지 않는 나에게 윤동주 시인의 시와 함께 다가온 책이었다. 가장 좋아했고, 시를 본격적으로 쓰려고 할 때 다짐을 했던 게 연세대 윤동주 시비 앞에서였던 것을 떠올려주게 하는 책이었다. 별의 지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나 내 마음과 시선이 그곳을 외면하고 있었다. 어정쩡했던 시심의 좌표 수정을 해주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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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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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버지의 간병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됐다. 그러는 동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위로라 생각하며 하는 조언에 화가 나기도 했다. 오히려 가족의 병고를 경험한 이들은 말을 아끼는데... 다시금 나이와 성숙함은 다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내 말을 들어만 주는 것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는데 답이 될 수 없는 답이나 조언을 하는지... 이 책은 그때가 떠오르는 제목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자가 커온 삶을 나는 책을 통해 접할 뿐 그 현실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저자의 글을 통해 알아갈 뿐. 농인의 천국이라는 갤로뎃대학을 알기 무섭게 그와 관련된 넷플릭스 작품 『데프 U』를 소개받으나 잠깐의 소개로 천국의 이미지를 그리던 내게 찬물을 끼얹는다. 뭐 청인들의 세계가 아닌 빈부의 차이 중 가난한 이들이 동경하는 부자들의 세계도 동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면허를 배우는 내용의 글에 나오는 마서스비니어드섬의 사례를 보며 앞 못 보는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눈 뜬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라던 말이 생각나기도 한다.


  책을 읽다 장애를 안 스러운 눈으로 보게 되는 내게도 와닿는 수나우라의 문장을 인용한다.



   "우리는 모두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이 고통은 우리 자신의 다른 경험들에 대한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p.50)


  '아프면서도 건강하다'를 읽으며 나와 가장 친한 지인들의 톡 방을 떠올린다. 각자 지병 한 가지 이상씩은 있는 이들이 모여 함께하는 곳이 이 제목과 일맥상통했기에... 저자와 다르게 아버지 간병을 하던 일들도 떠오른다. 어쩌면 내 고통을 기록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온전히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야 장애가 생긴 가족의 불편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보이지 않던 불편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나 그렇다고 변화에 적극적인 동참을 하진 않고 있기에... 저자를 만든 세계를 나는 글을 통해 이제 조금 알게 된 것이다.



  1부가 저자를 만든 세계에 대해 다룬다면 2부는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다. 재일조선인에 대해 정확히 그 용어를 이 책에서 알게 됐다. 재일 동포라 여겼던 사람들과는 또 다른 구분이었다. 아니 관심이 없었기에 알려고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언급하는 영 케어러는 나 역시 병원에서 아버지 간병을 하며 본듯하다(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미루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현실을 보여준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은 장르의 처음 만나는 제목의 영화 제목들은 책을 읽는 내게 채찍질 같은 느낌도 든다. 책을 읽기고 마음먹었으니 감당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하는 부분도 사실이다. 공감은 하되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저자와 다른 견해를 가지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으며 낯선 세상을 엿보게 된 것 같다. 이제 막 발을 들이는 부분도 있기에 읽게 되기도 했으나 내가 아는 기존의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만나는 문을 열어본 듯하다. 이제 안쪽에서만 열리는 문에 내 쪽에서도 열 수 있는 손잡이가 생기는 듯한 기분 또한 든다.



  우리가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깨주는 시간이었고, 그 금이 간 틈으로 엿볼 기회까지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읽는다고 변하기에는 내 나름의 고집을 부리고자 하는 부분도 만나게 되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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