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저자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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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버지의 간병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됐다. 그러는 동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위로라 생각하며 하는 조언에 화가 나기도 했다. 오히려 가족의 병고를 경험한 이들은 말을 아끼는데... 다시금 나이와 성숙함은 다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내 말을 들어만 주는 것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는데 답이 될 수 없는 답이나 조언을 하는지... 이 책은 그때가 떠오르는 제목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자가 커온 삶을 나는 책을 통해 접할 뿐 그 현실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저자의 글을 통해 알아갈 뿐. 농인의 천국이라는 갤로뎃대학을 알기 무섭게 그와 관련된 넷플릭스 작품 『데프 U』를 소개받으나 잠깐의 소개로 천국의 이미지를 그리던 내게 찬물을 끼얹는다. 뭐 청인들의 세계가 아닌 빈부의 차이 중 가난한 이들이 동경하는 부자들의 세계도 동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면허를 배우는 내용의 글에 나오는 마서스비니어드섬의 사례를 보며 앞 못 보는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눈 뜬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라던 말이 생각나기도 한다.


  책을 읽다 장애를 안 스러운 눈으로 보게 되는 내게도 와닿는 수나우라의 문장을 인용한다.



   "우리는 모두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이 고통은 우리 자신의 다른 경험들에 대한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p.50)


  '아프면서도 건강하다'를 읽으며 나와 가장 친한 지인들의 톡 방을 떠올린다. 각자 지병 한 가지 이상씩은 있는 이들이 모여 함께하는 곳이 이 제목과 일맥상통했기에... 저자와 다르게 아버지 간병을 하던 일들도 떠오른다. 어쩌면 내 고통을 기록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온전히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야 장애가 생긴 가족의 불편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보이지 않던 불편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나 그렇다고 변화에 적극적인 동참을 하진 않고 있기에... 저자를 만든 세계를 나는 글을 통해 이제 조금 알게 된 것이다.



  1부가 저자를 만든 세계에 대해 다룬다면 2부는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다. 재일조선인에 대해 정확히 그 용어를 이 책에서 알게 됐다. 재일 동포라 여겼던 사람들과는 또 다른 구분이었다. 아니 관심이 없었기에 알려고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언급하는 영 케어러는 나 역시 병원에서 아버지 간병을 하며 본듯하다(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미루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현실을 보여준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은 장르의 처음 만나는 제목의 영화 제목들은 책을 읽는 내게 채찍질 같은 느낌도 든다. 책을 읽기고 마음먹었으니 감당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하는 부분도 사실이다. 공감은 하되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저자와 다른 견해를 가지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으며 낯선 세상을 엿보게 된 것 같다. 이제 막 발을 들이는 부분도 있기에 읽게 되기도 했으나 내가 아는 기존의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만나는 문을 열어본 듯하다. 이제 안쪽에서만 열리는 문에 내 쪽에서도 열 수 있는 손잡이가 생기는 듯한 기분 또한 든다.



  우리가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깨주는 시간이었고, 그 금이 간 틈으로 엿볼 기회까지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읽는다고 변하기에는 내 나름의 고집을 부리고자 하는 부분도 만나게 되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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