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지도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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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께서 돌아가신지 1주기가 되어 가는 시기 그분의 책을 읽는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발표된 『메멘토 모리』와 돌아가신 직후 나온 유고 시집을 읽고 마지막 인터뷰집을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아직 읽지 못하는 시점에 새로운 책 『별의 지도』를 접한다. 하늘을 볼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시기 별은 더 보기 어렵지 않은가 싶은데 '윤동주 시인'을 동경하는 마음에 이 책에 손이 갔다.



  책은 '별을 바라보는 마음', '별과 마주하는 마음', '별을 노래하는 마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1부 첫 장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로 이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지만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알려진 시가 아닐까 싶다(물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최근에는 더 단시로 짧고 강력하기에 가장 알려진 시일지 모른다. 내 어린 시절을 기준으로 적어봤을 때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맞지 않을까 싶다). 시로 시작해서 시로 마무리가 되는 1장의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과학입니다. 반면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우리는 종교라고 합니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시(예술)이지요.(p.38)

  내 평소의 삶은 과학에 가까우나 추구하는 것은 시에 가까운 이유를 이 글을 통해 알게 되는 듯했다. 어쩌면...


  2부의 첫 장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을 한다. 서양의 이원론을 접하다 다시 하나를 더하는 삼항 순환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는 현실. 1부에서 나온 삼태극 천지인의 삼재를 떠올리게 한다. 2장을 읽으면 역시나 우리나라 국민시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과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꼽는다. 「진달래꽃」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잘못 배워왔다는 것과 김소월 시인의 패러독스 아이러니 수법의 시를 한 편 더 접한다. 이미 알고 있는 시인데 오랜만에 읽으니 또 새롭게 다가온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대한 해석에서도 이어령 선생님의 해석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20년도 더 지난 주입식 교육에 대한 뒤늦은 반감도 든다. 4장을 통해 조금 다르게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알아간다.


  3부는 책의 가장 많은 비중을 갖기에 1부와 2부의 잔잔함에 뒷심을 보이며 폭발하는 부분이다. 윤동주 시인의 다른 시가 나와 별로 향하는 노래들을 보여주기도 하는 순간들에 잔잔했던 가슴에 큰 설렘의 두근거림이 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4년 전 기회가 닿아 다녀온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에서 뵈었던 이어령 선생님의 강연을 떠올리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상력을 잃어가는 듯하기에 시대의 지성이셨던 이어령 선생님의 글로 자극을 받는 시간이었다. 달은 잘 찾아보면서 별은 더 이상 찾아보려 노력도 하지 않는 나에게 윤동주 시인의 시와 함께 다가온 책이었다. 가장 좋아했고, 시를 본격적으로 쓰려고 할 때 다짐을 했던 게 연세대 윤동주 시비 앞에서였던 것을 떠올려주게 하는 책이었다. 별의 지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나 내 마음과 시선이 그곳을 외면하고 있었다. 어정쩡했던 시심의 좌표 수정을 해주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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