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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 상식 사전 ㅣ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잡다한 것에 관심을 갖는 편이다. 새로운 분야에 빠져들다 보면 늘 낯선 단어와 이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배경을 찾아보는 일이 제법 즐겁다. 어쩌면 그래서 어원에 관심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예전 문예창작 수업에서 근원 설화를 조사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단어 하나에도 시대와 문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재미있다. 물론 당장 현실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쓸모없어 보이는 지식’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른 정보들과 연결되곤 한다.
패트릭 푸트의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 상식 사전』은 그런 내 성향에 딱 맞는 책이었다. 지나치게 학술적이지도 않고, 무겁게 설명하지도 않으면서 단어의 기원을 유쾌하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유튜브 채널 ‘Name Explain’을 운영하는 저자답게 설명이 쉽고 위트 있다. 마치 수다 떠는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총 11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국가’, ‘도시와 마을’, ‘랜드마크’, ‘동물’, ‘역사적 칭호’, ‘사물과 소유물’, ‘음식’, ‘장난감과 게임’, ‘회사와 브랜드’, ‘추상명사’, ‘행성’ 등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룬다. 알파벳 순이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 있는 분야부터 골라 읽기 좋다. 나는 가장 먼저 ‘도시와 마을’ 파트를 펼쳤다.
런던의 어원이 라틴어 Londinium에서 왔다는 설명은 익숙했지만, 오히려 생소한 지명들의 유래가 더 인상 깊었다. 특히 도시 이름이 마케팅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례는 흥미로웠다. 이름이란 게 꼭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지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리 잡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음식’ 파트도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단어 ‘햄버거’에는 왜 햄이 들어 있지 않은 걸까?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그 이면에 있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까지도 가볍게 짚어준다. 설명이 마치 친구와의 수다처럼 느껴져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 단어 하나가 오랜 시간과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은, 언어에 대해 더 깊은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어원에 관심이 있지만 라틴어나 그리스어는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다. 나도 예전엔 라틴어를 배워보려고 했지만, 영어도 아직 능숙하지 않은 내게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한동일 교수님의 『라틴어 수업』 같은 책을 통해 언어의 뿌리에 대한 감을 조금씩 익혀가던 중이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면서, 훨씬 실생활에 가까운 단어들로 어원의 세계를 탐험하게 되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들—브랜드 이름, 도시 이름, 음식 이름, 동물 이름, 심지어 감정 이름까지—그 속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걸 하나씩 찾아가는 일은 마치 고고학자가 흙 속에서 유물을 발굴하는 기분이다. 모든 단어에는 사연이 있고, 그것을 알아가는 일은 꽤나 매력적인 탐험이 아닐지...
이 책은 공부하듯 읽기보다는, 가볍게 오늘의 이야기를 한 편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다가가는 게 좋다. 차 한 잔 옆에 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단어 하나를 읽어보는 것. 아마 그게 이 책을 가장 즐겁게 읽는 방법이 아닐까?
어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 언어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혹은 단순히 잡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름 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그 속에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되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것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분명 유용하게 느낄 책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