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을 해줬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졌다
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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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때 나는 관계의 문제를 ‘기술’이나 ‘설득력’에서 찾았다. 말투를 고쳐보고, 말을 더 조리 있게 해보려 애썼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상대가 내 말을 오해하거나 방어적으로 굳어버리는 순간들을 자주 마주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인정을 해줬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졌다』. 그래, 사람에게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나 역시 인정받았던 시기를 떠올리면 자존감도 높아졌고, 일의 성과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책은 ‘인정’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흔히 생각하듯 그저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 행동 이면에 있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인정’이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바꾸려 한다. 더 성실하게, 더 책임감 있게, 더 배려 깊게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책은 말한다. 사람은 바꾸려 하면 더 완강해지고, 인정받을 때 비로소 스스로 변화한다고. (사실 나도 그런 편이다.)

  책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인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연인 사이에서 오가는 갈등 속에서 저자는 ‘인정’이라는 단 하나의 도구만으로도 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특히 지각이 잦은 그룹원에게 혼내기보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다가갔을 때, 오히려 상대가 먼저 변화하고 성실해지려 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읽는 내내 나는 과거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렸다. 함께 일했던 후배, 늘 대화가 어긋나던 가족, 사소한 말 한마디에 서운함을 표현하던 친구. 그 순간 나는 ‘정답’을 말하려 했고, ‘조언’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통은 단절됐다. 돌아보면, 나는 인정은커녕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단지 ‘따뜻해지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정’은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한 소통의 기술임을 강조한다. 인정은 감정의 마찰을 줄이고, 방어를 낮추며, 진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소통의 문을 연다. 상대를 설득하려 들기 전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말 한마디로 긴장된 공기를 풀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덜 지치고, 덜 상처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느낀 또 하나는, 사실 ‘인정’은 타인을 위한 일이기 이전에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내 안의 불필요한 기대와 통제욕도 함께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나도 조금 자유로워진다. 내가 사람을 바꾸려 애썼던 이유는, 어쩌면 내 불안을 감추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인정을 해줬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졌다』는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 반복되는 갈등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관계란 결국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일이다. 그 시작은 ‘이해’가 아니라 ‘인정’일지도 모른다. 말없이 손을 잡듯, 먼저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주는 것. 그 한마디가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의 대화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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