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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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에 열광하는 독자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신작이 나오면 빼놓지 않고 읽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의 작품에 실망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항상 오랜 친구를 만나듯 그녀의 작품을 접한다. 아마, 그녀의 작품에는 나를 나른하고 '녹신녹신'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듯 싶다. 편안한 문체에 왠지 아주 예쁜 아가씨를 옆에두고 바라보는 느낌의 작품들. 에쿠니 가오리는 왠지 치열한 현실의 삶 속에서도 쿨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작가이다.

봄내음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이번 신작은 단편집이었는데, 에쿠니 가오리 작품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었다.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구들, 너무나 일상적이고 덤덤하게 다룬 특이한 소재들 (동성애, 장례식 등)... 내가 좋아하는 그녀 작품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었다.

인생은 즐기기 위해 있는 것이고,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보고 싶을 때 봐야 하고, 그때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장소, 그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 마실 수 없는 술, 일어나지 않는 일이란 게 있다.

뜻밖의 반전을 가지고 있는 [러브 미 텐더], 독특한 사랑이야기를 그려내었던 [반짝 반짝 빛나는]의 10년 뒤 이야기인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우와 신선한걸- 깜짝 놀랐던 [시미즈 부부], 나까지도 유쾌해졌던 [기묘한 장소] 하나같이 주옥 같은 단편들이었다.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평범한 일상도 왠지 멋지게 느껴진다. 똑같은 차 한잔을 마시더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특별한 느낌을 준다. 그런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내 일상 역시 특별하게 만들어야지 다짐하게 되지 않나 싶다. 봄에 어울리는 제목, 표지 그리고 글들. 내가 원하는 만큼 평일에 시간을 못 내서 툴툴 대더라도... 봄날 하루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차 한잔과 함께 그녀의 글이 주는 묘한 기분을 한껏 느껴보고 싶다. 그녀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일지라도 인간은 생각대로 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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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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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하고, 아가사 크리스티 역시 좋다. 포와로도 좋지만, 앉아서 사건을 해결해버리는 마플여사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미스 마플의 오마주라니! 읽기 전부터 무척 기대가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요즘 처럼 자극적이거나 사회 현상을 건드리는 추리소설보다 훨씬 가볍고 발랄하다. 

이 책은 실버타운이라 말할 수 있는 라나이 가든에 모여사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호기심이 많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글래디 할머니와 그의 친구들은 그곳에 모여 매일 매일을 바쁘게 그리고 즐겁게 살아간다. 그러던 와중, 그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생일 전날에 죽어버리고! 경찰도 자연사라고 생각하는 상황에 글래디와 친구들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지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글래디와 친구들은 정말 요즘 나오는 탐정들에 비해 어이없고 난감한 친구들이다. 아침에 모여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고, 엄청나게 수다를 떨어댄다.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 역시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리저리 사고를 치고다니다가 해결한다는 느낌! 하지만,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친구들을 구하려는 모습은 정말 멋진 탐정이다!

사실 이 책의 사건은 비교적 단순하고 끔찍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추리소설을 오랫동안 접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신선하고 읽기 즐거웠던 것 같다. 마지막 사건의 해결이 되어주는 100페이지 정도에선 긴장감도 있고 사건의 원인과 결과 역시 상식선에서 이루어졌던 것 같다. 마지막 사건을 해결하는 신 역시 매우 유쾌하고 활기차게 그려져 나까지 덩달아 신났다.

할머니들과의 우정, 라나이 가든의 독특한 입주민들 그리고 멋진 남자친구까지! 글래디 할머니는 나이는 많지만 정말 기운 빠진 젊은이들보다 훨씬 즐겁고 멋진 삶을 살아간다. 책 뒷부분에 그녀의 두번째 사건 파일에 대해 조금 실려있었는데... 또 어떤 흥겨운 사건 해결이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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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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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회사는 해외영업을 주로 하는 무역회사다. 나의 경우, 해외영업을 꿈꾸고 들어왔지만, 현재는 경영지원, 내근직에 가까운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나와 입사한 많은 동기들은 해외영업을 현재 하고 있고, 사실, 내가 처음 꿈꾸던 것처럼 해외영업이 멋있고, 화려한 직업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내가 하는 업무와 상관이 없고, 환상도 없어진 해외영업에 관한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여성으로 전문직이 아닌 분야에서, 그것도 어렵다는 영업직에서 10년이 넘는 오랜시간을 일해오면서 활기차 보이는 작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외영업 방법을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모든 상황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며,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출장준비부터 철저한 그녀는 틀림없이 프로다. 외국문화에 맞추어 할 말은 똑바로 하는 기본적인 자세부터 회의장 음료수 준비까지, 우리가 평소에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세부사항에 그녀는 집중한다. 뿐만 아니라, 출장 중 식사라던지, 관광일정이 있을 때는 상대방이 원하는 장소와 음식을 권할 수 있는 센스까지... 그녀는 최근 많은 마케팅이나 영업도서에서 볼 수 있는 '고객 감동'을 실제 실천하고 있는 산증인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10년간 분명히 힘들었던 일, 그리고 어려웠던 거래선들도 있었을텐데, 그러한 일들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었다. 그러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면 그녀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실전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얼마나 그녀의 일을 좋아하고, 만났던 사람들을 소중히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해외영업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하는 많은 자질들은 사실 어떤 분야에서든 응용가능하다.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는 화제거리가 풍부해야하고, 우리의 문화를 소개한다는 핑계로 거래선들을 쉽게 불고기나 갈비집에 끌고 가기보다는 매끼 한식을 먹었을 그들을 위해 자국 음식을 권하는 배려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해외영업에서 필요한 많은 자세와 마음가짐은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필요하다.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영업직. 그런 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꾸준히 자신의 자리와 실력을 굳혀왔다. 그녀는 프로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안다. 영업직을 선택한 직장인들에게는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픈 책이었다. 그녀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영업방식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굳이 영업직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잘 해내가고픈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그녀처럼, 현재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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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블루 - 기억으로 그린 미술관 스케치
김영숙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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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내 멋대로 파리에 관한 이야기일거라고, 적어도 미술관 순례기이겠구나라고 생각해버렸다. 파리 블루- 우울한 파리- 라는 뜻이었을까. 이 책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글을 풀어놓았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에세이라고 해야할까. 이 글을 쓰는 동안, 아니면 그 이전, 이후까지도 작가는 우울하다. 항상 멋지고 낭만적인 도시였던 파리마저도 왠지 우중충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가는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바리바리 싸들고가 방문하는 곳마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퐁피두센터, 오르쉐 미술관, 루브르... 좀 더 밝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다소 의외였다. 역시나 여행을 가서 보는 것들은 자신이 아는 것에 한정되어진 것일까.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나 역시 힘들고 괴로웠기에, 그녀의 이야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책읽기가 조금 버거워졌다. 그녀의 어두운 기억 역시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같이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파리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이 아무 데서나 부둥켜안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파리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다. 다시《백년 동안의 고독》주인공들처럼, 그들의 사랑놀이는 그들 자신뿐 아니라 주변 모든 것에까지 영향을 미쳐, 심지어 주변 가축들의 번식력까지 엄청날 정도로 늘려놓듯 그들 사랑에 나도 덩달아 감염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파리에서는 늘 사랑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말처럼 이 책 곳곳에서 부둥켜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에 대한 글이나 사진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이가 둘이나 있고, 남편도 있는 그녀도 외로웠던 것일까. 그녀의 글 중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 사랑에 집착하고, 결국 자신에게 합당한 대우와 명성을 얻지 못하는 까미유의 모습에 자신이 투영되어서일까- 그녀는 로댕을 오뎅이라고 부르면서 (이 부분은 참 크게 웃지도 못하고 어이없이 피식 웃었다.) 까미유의 일을 안타까워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여행기가 있고, 어떤 여행기가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당시 상황에 따라 달라지듯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과 끝에 서로 상반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다만, 이 책을 여행을 가기 위한 지침서로 보기엔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또한 이 책을 통해 파리를 처음 느껴본다면, 너무 안타까울 듯 싶다. 자신의 파리를 잘 구축해 놓은 다음, 작가의 파리를 나와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며 읽업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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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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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나 역시 '용의자 X의 헌신'을 밤새 읽었고, 철저한 사건구성과 예측할 수 없는 결말, 반전에 흥분했었다. 하지만, '방황하는 칼날'은 지금까지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범인, 사건에 집중하던 추리소설에서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추리소설로 바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얼마전 읽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이 처형당하는 구조가 아닌- 그 뒤의 이야기. 사회, 피의자, 피해자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다뤄주었다. '방황하는 칼날'은 소년법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의해 상처입는 사람들과 그에 따른 옳고 그름을 논한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야쓰야와 가이지는 불꽃놀이를 하는 날, 지나가던 고등학생 에마를 성폭행 한다. 마약을 주입하고, 성폭행하던 과정에서 에마는 죽어버리고, 에마의 아버지 나가미네는 딸을 죽인 범인들을 직접 처벌하기 위해 나선다. 끔찍한 의도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두 청소년과 이들을 직접 벌하려는 나가미네... 둘 다 잘못되었다. 하지만, 누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처형하려는 주인공에게 공감하지 않을까-.

아마 누군가 길을 가다 법을 통해서가 아닌 개인적인 복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책에서 나왔듯이 당연히, 이해는 가지만, 경찰에 맡겨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직접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들을 처벌하려는 나가미네 역시 자신의 복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기에 그는 복수를 시작한다.

왜 그런 녀석들이 태어나고 방치된 것일까? 세상은 왜 그런 녀석들이 일을 벌이도록 놓아둔 것일까? 아니, 놓아둔 것이 아니다. 다만 무관심할 따름이다. ……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자기 역시 세상을 이렇게 만든 공범자라는 사실을. 공범자에게는 죗값을 치러야 할 책임이 똑같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에 선택된 사람은 자신이었다.

현재 미성년자들은 아무리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갱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큰 처벌없이 풀려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단체로 여학생을 성폭행했던 남학생들이 미성년자란 이유로 훈방조치되고 풀려났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뒷골이 오싹하다. 적절한 처벌없이는 결코 잘못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적절한 처벌'은 무엇일까?

사형제도, 안락사, 소년법...사회문제는 내 문제가 아닐때는 소위 이상적인 '정답'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막상 내게 닥치면 그 어떤 대답도 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세상 모든 문제들이 그렇듯, 이쪽 저쪽 모두 재다 보면 그 어떤 답이 궁극적으로 옳다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문제들인 것이다. 예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으면서 정말 뉘우치는 누군가를 사형시켜버리는 사형제도는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황하는 칼날'을 읽으면서는 저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 사람들은 그에 응당하는 사형을 시켜도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하나씩 각각의 건에  합당한 결론을 내리면 좋겠지만, 그 결론은 또 누가 내리겠는가. 그 결론이 맞다고 누가 판단할 것인가.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상황에 최선의 판단을 하기 위해 법과 규제를 만들어냈지만, 인간이기에, 인간이 만든 기준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방황하는 칼날'은 그러한 질서와 법의 맹점을 논한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범죄의 끔찍성과 상황의 불확실함에 안타깝고, 머리가 아파왔다. 작가의 결말은 치우친듯하면서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듯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이보다 더 나은 결말을 생각해내기 어렵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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