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2009년 마지막 날,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는데, 2009년 마지막 날 휴가를 얻어, 집에서 조용히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펼친지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이 책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걱정했던 것은 오히려 이 책의 평이 너무 좋아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였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자신의 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사 유코. 그녀는 퇴임하면서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얼마전 죽은 4살짜리 자기 딸이 같은 반 친구에게 살해당했다는 것. 이 책의 첫 장 '성직자'이다. 사실 '성직자'만으로도 충분히 한편의 이야기가 되고 실제 이 책은 '성직자'에 이어 후일담을 엮어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매 장은 첫장의 놀라움을 뛰어 넘는다.   

아무리 잔인한 범죄자라도 제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결코 범죄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재는 평범한 세상 사람들의 착각과 폭주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성직자', '구도자', '자애자' 등등 총 6장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각각의 장에서 화자는 바뀐다. 살인자가 되기도 하고, 살인자 주변 인물이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시각에서의 사건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문득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의도로' 읽힌다는 것은 때론 축복이지만 때론 저주이기도 하다. 앞서 성직자 편에서 끝나버리는 듯한 복수는 돌고 돈다. 결국 이 사건 주변 인물들을 모두 휘말리게 만들어버린다.   

이 책은 13살도 안된 살인자와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청소년 범죄를 다루고 있다. 사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크게 이러한 청소년 범죄가 다가오지 않지만 최근 일본 추리소설의 몇몇 작품들을 볼 때 이런 무서운 상황이 점점 현실이 되어간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극단으로 몰려가는 것일까? 인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범죄와 그에 관한 법규에 대해 논하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 짧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상기하는 작품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보여지듯 그들에 대한 제재와 벌이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재미를 기막히게 어울려 놓은 책이다. 매 장, 매 문장, 매 단어가 흥미를 유발하고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2009년 끝에 이 재미있는 책을 만날 수 있어 참 기뻤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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