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보면 종종 드라마에서 민폐형 인물들을 볼 수 있다. 자기들은 좋은 의도로 혹은 몰라서 일을 저지르고 나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들. 이들은 드라마에서 감초역할을 하면서 웃음을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나는 무지도 잘못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들이 정말 싫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사과는 잘하는' 주인공들이 무척 미웠다.
이 책의 저자는 유머러스하고 현실을 꼬집는 작가로 유명한듯 했다. 사실 그 전에 그의 작품을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색다른 소재를 다룬 그의 새로운 책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에 비해 썩 재미있지 않았다.
이 책의 두 주인공 시봉과 진만은 시설에서 생활한다. 시설에서는 복지사들이 그들을 학대하고 때린다. 단순히 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끊임없이 죄를 묻는다. 결국 그들은 있지도 않은 죄를 지어내기에 이른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던 중 그들은 시설에 들어온 한 남자로 인해 시설에서 벗어나 사회에 나오게 된다. 그들은 시봉의 여동생 시연의 집에 가서 살게 되고, 또 돈을 벌기 위해 그들이 잘하는 것을 찾던 중- '사과'를 하게 된다. 남들 대신 사과를 해주며 살아가기로 하는 것이다.
무척이나 독특한 설정이었다. 그리고 가닥 가닥 이야기가 서로 연결지어 묶여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소소한 반전들도 이야기에 묻어있었다. 잘 쓰여진 소설이다 뭐다 라고 평하기는 어렵지만, 이 이야기는 내게 분명 '씁쓸한' 이야기였다. 자신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삶을 위해 남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올바른 사과를 하기 위해 나쁜 놈을 응징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무지'로 이해되기에는 너무 답답했다. 잘 몰라서, 제 정신이 아니라서- 그들의 행동이 용서될 수 있는 것일까?
종종 사람들은 의도치 않게 남에게 상처를 입힌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바로 미안하다는 말을 던졌다는 이유로 용서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용서를 해줘야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용서했을까? '사과는 잘해요' 라는 제목에서 그리고 주인공들에게서 익숙한 우리의 모습을 보았기에 이 책이 나에게 더 씁쓸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사과'는'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과'도' 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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