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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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때로 이번 경우처럼 아주 드문 확률로 일어나는 우연도 있어. 거기에 어떤 합리적인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봐." P.90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이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지몽'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뜻보면 초자연현상이라고,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사건들을 모아 왔습니다. 왠일이지 항상 이런 사건들과 맞닥뜨리는 우리의 구사나기 형사.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유가와를 찾아가지만, 정말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은 최고입니다. 그리고 구사나기 형사가 들고가는 사건들을 투덜대면서도 받아주는 물리학자 유가와.
 
예지몽에는 총 다섯가지 사건이 들어있습니다. 한밤중 여고생 침실에 잠입한 한 청년. 그는 예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고, 그녀는 그의 '미래의 연인' 이었다는 주장을 합니다. 또다른 사건에서는 아파트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한 소녀가 자살사건을 이미 보았다고, 예지몽을 꾸었다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얼핏 보면 폴터가이스트, 예지몽 등 정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법한 사건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들 뒤에는 항상 유가와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합리적인 설명'이 뒷받침 됩니다. 그 트릭과 반전은 모두 흥미롭고 과학적입니다. 그리고 그 '합리적 설명'과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기인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함께 숨겨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유 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무차별 살인, 잔인함을 위한 사건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유라던지, (어쩔 수 없더라도 사건은 일어나면 안되지만요) 항상 그의 작품 속 범인들, 사건 속에는 '측은지심'이 드는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악을 위한 악은 없을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로 인해 차갑고 단순할 수 있는 트릭들이 훨씬 복잡 다단해지고, 또 따뜻해진다고 생각됩니다.
 
"말다툼 끝에 꼭지가 돌아서 죽이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지. 살인이란 게 너무도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보니 일반인이 실행하려면 광기라든지 충동이라든지 그런 비일상적인 정신 상태가 필요한 것 아닐까?" P.86
 
P.S. 사실 한참 책이 안 읽힐 때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단편집을 썩 좋아하진 않는데, 오히려 장편의 호흡이 어려울 때 딱 좋은 그런 단편집이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짧지만 충실한 단편들을 즐겨보고 싶을 때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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