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날들 - 일상을 축제로 만드는 시간
김신회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설레어야 여행이다. 실수해야 여행이다. 평소 '내 것'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겠다고 이 악물고 지내던 습관 따위, 길 위에선 조금이나마 버려보는 거다. P.44

그렇게 바쁠 일도 없고, 회사 일도 제법 익숙해졌고, 분명 보통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보통의 나날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일상이 지루해지자 뭔가 자꾸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그런데, 이 책 내가 그렇게 꿈꾸던 여행을 가고선, 가장 보통의 날들을 이야기 한다. 

처음에는 다른 무엇보다 예쁘장한 표지에 반해버렸다. 예쁜 스쿠터 한대... 그리고 우편 소인처럼 찍힌 제목.  

책을 덮었을 때는 마치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책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추억들을 만들었는데, 그 추억을 모두 잊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그 추억들이 나에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도쿄, 홍콩, 파리... 모두가 사랑할만한 도시에서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와 복작대며 부대꼈던 사람들. 때론 일상을 그립게 만들고, 때론 일상에서 벗어나서 정말 다행이고 고마웠던 기억들. 우리 모두가 꿈꾸고 또 해봤을 법한 여행이었다. 때론 부지런히 보고 싶은 곳을 돌아다니고, 때론 한없이 방안에서 늘어져서 뒹굴대기도 하고... 그런 그녀의 여행이 부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그녀의 솔직한 모습들이 나에게 여행하는 기분을 더 들게 하기도 했다. 

포기하기 싫어 전전긍긍하고 적응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갔다. 그러다 보니 결국 주위에서 듣는 말이라고는 "열심히 산다"가 고작인, 빠듯한 인생 한가운데 내가 있었다. 그게 당연한 일상이라 믿고 살았다. 또 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서울에선 모두가 그렇게 살았으니까.

하지만 노력 없이도, 뭔가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 없이도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5년만의 방콕 여행은 알려주었다. P.220-221

이 부분에서 마음이 울컥했다. 정말... 왜 이렇게 전전긍긍하면서 사는지... 물론 우리가 하는 일 모두가 중요하지만 때론 너무나도 사소할 수 있다는 것을 자꾸 까먹는지, 왜 나는 없고, 나를 삼켜버리려 하는지. 그런 일상들에 우리는 자꾸 지쳐만 간다. 이 책에서 저자의 가장 보통의 날들이 멋질 수 있는 이유는 진짜 소중한 가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숨가쁘게 달려가는 일상 속에서도 분명 웃음과 여유가 숨겨져 있을텐데- 우리의 여행이 다른 이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다른 여행자 눈에는 멋져보일 수 있을텐데-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나의 '가장 보통의 날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그녀의 감정이 나의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 더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지긋지긋해 보이는 일상에도 웃음이 있고, 행복이 있고,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소중한 이야기가 쌓여간다는 걸. 어느새 턱까지 차오른 한숨도 결국 맥주 한잔과 삼켜버려야 한다는 걸.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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