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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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다. 돌이켜 보면 마지막으로 읽은 건 그의 에세이. 그리고 그 에세이는 작가로서 내가 품었던 그에 대한 기대와 소망들을 실망시켰더랬다.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는 소설가이고, 그의 소설로 내가 상상한 이미지를 작가에게는 강요해서는 안되기에... 죄가 미운거지 사람이 미운게 아니듯, 소설과 소설가를 별개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소설을 통해, 역시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 해피데이는 여섯 가정의 여섯 남녀를 다루고 있다. Sunny Day,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여기가 청산, 남편과 커튼, 아내와 현미밥은 각각 다른 가정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Sunny Day에서는 옥션에 빠진 가정주부를, 우리 집에 놀러오렴은 아내가 나가자마자 남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방을 꾸며놓고 사는 마사하루를, 그레이프프루트 괴물은 젊은 알바생에게 매력을 느끼는 가정주부를, 아내와 현미밥은 로하스에 빠진 아내와 이웃을 비웃는 소설가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최근에 정말 책 읽는게 힘들정도로 한권을 제대로 못 읽어내었는데, 역시 오쿠다 히데오다.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한참 우울할 때 밝은 이야기라 더 좋았던 것 같다. 

앞서도 말했듯 그가 쓴 에세이에서 가벼움이 좀 많이 느껴져서 아쉬웠는데, 오히려 그런 가벼움이 그의 소설의 힘인게 맞긴 맞나보다. 각 단편에서 조금씩 이야기가 꼬여 가는 기분이 들다가 어느 순간 확~ 체증이 풀리는 그런 결말. 킬킬킬 웃으면서 안심하고 책장을 넘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독서였다. 또한 오쿠다 히데오가 던지는 단순한 한마디 한마디가 고개를 또 끄덕이게 한다. 

인생이란 모름지기 보람이 있어야 사는 맛이 난다. P.208

최근들어 정말 인생에 보람이 없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지만, 사실 확 끌어당기는 책도 없었고, 그렇다고 취미랍시고 시작했던 춤이나, 베이킹이나 비용 들이기 싫다는 이유로 뜨뜻미지근했다. 그저 생기는 스케쥴을 급급하여 쫓아다니기 일쑤였고,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늘어지면, 그게 보람차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그건 그냥 지친 것 뿐이었다. 남들에게 맞추어 하루를 보내고 지쳤던 거였다. 

나를 칭찬하고, 내가 원하는 무언가에 열중하는 그런 것이 내게 필요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했다. 집 사려고 모아놓은 돈으로 이것저것 자신이 원하는 걸 지르는 마사하루나, 옥션의 칭찬 한마디에 목을 매는 노리코 모두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 역시 사람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아니, 우리 모두가 비슷하다고 말해주어 안심 시키는게 바로 오쿠다 히데오 작품의 매력 아닐까? 

우울하고, 불행하게만 느껴지는 내 인생에서도 해피데이를 만들어줄 뭔가 반짝이는 걸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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