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의 스푼 - 맛있는 인생을 사는 스위트 가이의 푸드 다이어리
알렉스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요리가 나온다는 것에 그리고 사람 냄새가 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겠지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고, 또 책 역시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서론에서 작가는 스푼이라는 제목을 참 평범하다고 이야기 한다. 평범하지만 없으면 허전한 그러한 스푼. 숟가락. 개인적으로 딱 적당한 제목인듯 싶다. 사실 이 책 역시 그다지 '특별' 하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싶다. 

살면서 우리 모두는 조금 쿨하게, 조금 뜨겁게 살아간다. 남의 큰 일에 대범하게 쿨한 한마디를 내뱉기도 하고, 나의 사소한 일에 가슴이 찡해오기도 한다. 이 책은 방송에서 '로맨틱 가이', '엄친아'로 알려진 알렉스란 사람이 사실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그에게도 사랑하는 누나와 형과 엄마가 있고, 그 역시 때로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분식에 열광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수산시장이 좋은 이유는 단지 싱싱한 해산물을 싼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가 아니다. 일에 치여 '피곤해, 피곤해'를 입에 달고 살다가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힘차게 퍼덕거리는 생선보다 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멀리 동해나 남해 바다에서 밤새도록 차를 몰고 와 여기서 또다시 전쟁같은 하루를 시작하는 것일 텐데 거기에는 피곤함보다 생동감이 더 강렬하다. P.56'

최근들어 연예인이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 종종 책은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가끔은 이런 책처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 책 역시 앞서도 말했듯 그동안 모르고 있던 인간 알렉스를 참 많이 보여준다. 가끔 괜찮다고 큰소리 탕탕 치면서 솔로 생활을 즐기다가도 마음이 싸해질정도로 외로움이 느껴져 괜히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모습, 부모님을 모시고 좋은 곳에 가고 싶어하다가도 엄마가 만들어진 밥 한끼를 그리워하는 모습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로맨틱 가이와는 조금 다른 듯 싶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평범하고 고달픈 현실에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어떤 위치에 있어서도 우리는 모두 똑같다고, 괜찮다고, 아마 지금 네가 서있는 지금 여기가 가장 괜찮은 곳일지도 모른다고... 평범하다고, 그저 그런 이야기로 투덜 대면서도 사람 냄새가 나는 이런 소소한 에세이를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삶은 예측불허다. 그래서 문득문득 내가 지금 쏟는 노력이 공허해질 때도 있지만 준비한 대로, 예상한 대로만 인생이 굴러간다면 우리의 삶은 또 쉽게 지치고 싫증 날 것이다. ... 그러니 살아봐야 아는거다. P.179'

앞서도 말했듯 제목처럼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책이기에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조금 의외의 면에서 이 책이 좀 아쉬웠다. 바로, 그가 보여준 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방송에서 보는 것보다는 분명 훨씬 많은 부분을 드러냈는데도, 여전히 그의 어깨에 힘이 완전히 빠졌다고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좀 더 편하게, 더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줘도 좋았을텐데... (아니, 어쩌면 이런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 무언가 색다른 걸 기대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그가 정말 우리와 너무 닮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바쁘다는 핑계는 그저 게으름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조바심일 뿐이다. P.183'

요리 책을 기대하고 이 책을 손에 들었다면,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소위 '레시피'는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 않고 그나마도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 대부분이니... 그렇지만, 가수 알렉스를 좋아하고,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그리고 그의 현실로 나의 현실을 위로 받고 싶다면, 부담없이 집어들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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