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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 - Ich hab' noch einen Koffer in Berlin, 내 수트케이스는 여전히 베를린에 있다
예주연 지음 / 스토리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크로이츠베르크, 프리드리히샤인, 프렌츠라우어 베르크 ...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지명들. 베를린은 나에게 참 낯선 도시였다. 아니 독일도 나에게는 낯선 나라였다. 제2외국어는 불어, 런던, 프랑스 등으로 종종 출장을 다녔고, 우리 회사의 구주 총괄이 프랑크푸르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는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08년 봄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루정도 머물 기회가 있었다. 기간도 짧았고, 다른 일행이 있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기회가 없었지만, 내가 본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의 그 어떤 도시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눈부셨다. 분단국가였던 과거와 왠지 딱딱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싸악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런 눈부심에 이 책은 새로운 매력을 더해주었다.
연한 색깔의 표지와 빨간 의자들이 놓여진 사진.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이라니 모두 모두 감성적이다. 이성적이고 딱딱한 독일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저자는 예전에 한번 방문했던 베를린을 못 잊어 다시 찾아가 그곳에서 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그곳을 잊지 못하는 듯 싶다. 이 책의 제목 역시 베를린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런 그리움이 더해져 이 책은 베를린을 샅샅이 애정어린 눈길로 보여준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베를린은 예술적이고, 발랄했다. 음식점이라던지, 공원등을 살펴볼 때는 다른 여러 도시들과 비스무리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베를린 장벽의 일부가 절절히 전해주는 베를린이 가진 상처와 아픔을 생각하면 또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독일의 수도이면서도 다른 도시보다 오히려 덜 알려진 베를린. 다양한 여행책들 가운데 베를린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그런 곳이었다.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여행서와 수필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여행을 갈 때는 여행지에 맞는 가이드북 그리고 여행지에서 읽기 좋을 법한 수필이나 소설을 챙기는데, 이 책은 감성적인 에세이 뿐만이 아니라 가볼만한 곳을 소개해주는 가이드북의 역할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매력적인 여행지를 또 한곳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더욱 정감가는 도시. 언젠가 나 역시 이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