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맨발로 걷다
이희영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어쩌면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단지 잠깐씩 서글플 뿐이니까."

참 오랫동안 이 책을 읽었다. 이런 여행 에세이는 금방 쓩하니 읽어내려갔었는데... 많은 사진과 짧은 글로 금방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 책의 저자는 지금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쓴 이야기라서 더 공감이 가고 마음을 빼앗겼는지 모른다. 짧은 글들이었지만, 참 많이 마음에 와 닿았다. 

서른에 여행을 떠난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사진으로 남기고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남겨두었다. 일에 대해서, 그리움에 대해서, 외로움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도심 속의 소소한 일상을 발견하고, 대자연 앞에서 감동 받는다. 

얼마 전 친한 회사 동료 한명이 끝난 사랑이 실패라 속상하다고, 마음 아파했었다. "잃었다는 것은 가져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랑은 결코 소모적이지 않다. 길든 짧든, 깊든 얕든, 모든 사랑은 저마다 영혼을 한 뼘씩 자라게 한다. 그러니 사랑은 모두 다 성공이다." 이 한 페이지를 다 읽어주고 싶었다. 아니 그저 책갈피를 끼워 조용히 건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이에 얽매이고, 현실에 안주하는 나의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고 답답하다고 느껴졌는데, 지금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언젠가 나도 그녀처럼 서른이 되면, 아니 그녀에게 서른이 다가온 것 같은 그런 나이가 나에게 다가왔을 때,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 일상을 찾아 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면, 지금 내 삶도 충분히 보람차리라 생각된다. 멀리 여행을 떠났으면서도 그녀는 여행을 통해 그녀의 일상을, 다정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기억한다. 또한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살포시 마음을 열고, 웃음을 보낸다. 그런 그녀의 여행이... 그리고 뭔가 투박하면서도 종종 드러나는 뚜렷한 색감의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이제 돌아와서 다시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이런 책을 낸 그녀는 어떤 회사 생활을 할지 궁금했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고, 다만 그녀가 담아낸 일상의 순간들이 있었다. 문득 나의 일상은 어떤 그림으로 남을지 궁금했다. 그 작업은 내가 해야할텐데... 오래 걸리기도 했고, 마음을 툭툭 쳐내려가면서 읽어내려간 책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현실의 나를 안심시켜준 그녀의 여행이 참 고마웠다. 언젠가 나 역시 그녀와 같은 무게의 기억을 가질 수 있길... 기회를 가질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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