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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시간을 흘려보낼 권리가 있는 곳."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 아니 있고 싶은 곳이다. 요즘들어 그 무엇도 치열하게, 열심히 몰두하지 않고 있다.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누린다거나 쉬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요즘이다. 회사에서 일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말로만 방정을 떨고 있고 막상 그 무엇도 행동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무얼 해야할지 걱정하면서 막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탓인지,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떠들어도 그 장소의 현실이 먼저 눈에 들여다 보이는 나이다. 라오스, 베트남... 그 어느 곳도 내게 썩 낭만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된건 너무 예쁜 색감의 창문 하나가 담겨져 있는 표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게 절실히 필요할지도 모르는 모든 것들을 부제로 달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루앙프라방은 이름 처럼 참 예쁜 도시였다. 내가 꿈꾸던 여유와 시간이 존재하는 곳. 내가 보았으면 지저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이 천사처럼 느껴지고, 지저분할 것 같은 골목 골목이 놀라움으로 가득차 있는 공간으로 표현되었다. 말 그대로 '자전거를 타고 쏘다니다가 까페에 들어가서 워터멜론 셰이크를 마시며 엽서를 쓸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책의 매 장마다 위로가 되는 글귀가 나온다. 미래가 불안한 나에게, 일상이 지겨운 나에게, 마음이 답답한 나에게.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건 산책과 낮잠과 위로일뿐인데.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멍하니 흘려보내는 시간과 하루에 10시간씩 앉아있어야하는 회사 의자와 질책뿐인듯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나마 조금씩 답답한 마음을 흘려보내듯... 정말 졸졸졸 흘려보내듯 해방감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휴가철이 다가오는데, 나는 아무 계획이 없다. 경기불황이라 회사에서는 장기 휴가를 가라고 하는데, 루앙프라방을 이렇게나 그리워하면서 나는 내가 만날 루앙프라방이 무서워서 용기를 못내고 있다. 이러다가 또 그저 그런 휴가를 나는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만의 루앙프라방을 찾아 졸졸졸 흘려보내던 내 마음의 짐을 휙휙 던져버리고 싶다.
부디 올 여름에는 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권리를 맘껏 누릴 수 있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