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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바쁘다 바쁘다 하지만 하루종일 책상 앞에 붙어서 지내는 생활. 종종 손이나 몸을 움직일 때 참 좋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어떻게 보면 시간낭비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우리의 생활을 구성하는 것은 그런 소소한 일 하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들, 청소를 한다거나,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요리를 한다거나, 에 대해서는 무작정 게으르면서, 실제 컴퓨터 화면이나 종이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이효재씨는 그런 나와 정반대편에 있는 사람이었다.
손수 음식을 만들고 - 스팸을 굽는게 아니다, 행주에도 자수를 놓고 - 키친타월은 없는 듯 싶다, 인형을 옷입히며 사는 그녀의 모습은 나에게 경이스러울 정도였다. 그녀가 하는 말은 참 공감이 가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저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니. 이 바쁘고, 욕심 가득한 도시에서. 그녀는 참으로 생경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처럼 살면서 얼마나 많은 아픔과 상처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참 착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참 행복해 한다.
그리 많지 않은 글이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참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처럼 그냥 하루 하루 먹고 사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어떤 기분일까? 물론 내가 하는 일 역시 먹고 사는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만, 그 결과를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보기 때문인지 삶에 대한 보람이라던지, 감사가 많이 부족하구나 싶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녀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면 지금 내 상황도 달라보일지 모르지만, 그녀의 삶과 근본적으로 다른 내 삶속에서 그녀와 같은 기분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타샤튜더, 살림의 여왕이라 불리는 효재씨. 지금 내가 책제목처럼 효재처럼 살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나 역시 나와 내 일상에 충실한 그런 삶을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 내 삶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돈 버는 것 외에 다른 일을 열심히 해보고 싶다. 숨가쁜 일상의 오아시스가 되어준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