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 1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6
김민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초반부에서 나는 순간적으로 '돈 버렸다!' 라고 생각했다. '나의 달콤한 도시' 이후 우리나라의 문학계에서는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한 소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일부는 재미도 있고, 공감도 갔고, 일부는 정말 읽느라 들인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소설도 있었다. 그러기에 칙릿을 선택할 때는 리뷰도 제법 살펴보고, 구입을 한다. 이 책 역시 다른 책들과 다르다는 리뷰를 읽고, 여행 가는 길에 할인도 안되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집어든 책이었다.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여행을 가는 길이었기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다른 칙릿과도 다르다는 리뷰에 혹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은 내가 읽었던 다른 수많은 칙릿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중도를 가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여주인공, 이유민,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친구들. 서로 각자 다른 길을 가는 친구들을 통해 작가는 20대 여성들의 선택과 삶을 그려낸다. 처음에 주인공이 자신이 '강남'이 아닌 '목동'에 살고 있고, 몇십억 짜리 아파트를 가진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굳이 일을 안해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면서 자신을 중산층이라 정의하는 모습을 보고, 이 책은 내가 읽을 책이 아니구나 싶었다. 난 내가 나름대로 중산층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녀에 의하면 난 거의 하층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뭐야- 또 전혀 알 수없는 세계의 이야기 아냐라는 심통부터 났다. 그러한 심통은 거의 1권을 다 읽어내려갈 때까지 계속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2권에 접어들면서... 이 책의 힘이 다른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는 그 어떤 환경에 있던지 여자가 공통적으로 느낄 법한 감정을 정확하게 나타냈고, 또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유민과 고등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하던 이노아는 또다른 그녀의 친구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드러냈고, 소위 말하는 베스트 프렌드인 유민과 그녀의 친구들은 쉽게 모든 것을 얻는 것처럼 보이고, 심지어 연예인이라는 화려한 직업까지 꿰찬 혜지를 부러워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선망하고 부러워하는 동시에 그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내게는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설정에 비해 일어나는 사건들이 다양하고, 극적이어서 빠르게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그 와중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독백으로 이루어졌던 우리 모두의 감정. 보고 싶지 않고, 알리고 싶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 제대로 담겨져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 잘 되면 그녀를 축하하지만, 뒤에서 시기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녀를 위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이유민의 선택 역시 충분히 진부했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 나는 그녀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그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은 다른 건 나와 같으면서도 나보다 뛰어난 외모와 경제적 부를 누리는 그녀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였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과 나보다 훨씬 많이 가졌으면서 그녀는 무엇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초반에 껄끄러움을 잘 넘기면 생각보다 속이 후련해지는 책이다.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며 서로를 부러워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제.대.로 그려져 있다. 극단적인 상황에 있는 그녀들이나 현실의 우리나 다르지 않다. 이 책이 잘 팔리고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이야기는 역시 우리 모두가 다른 환경 속에 있는 같은 사람들이란 뜻이겠지. 그 사실에 위로를 받으면서도 몹시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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