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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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해서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하는거지." P.387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내 인생을 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내 독서 슬럼프에서 날 끄집어 내었다. 너무 바빠 주위 그 무엇에도 눈을 돌리기 어려운 시간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주어진 일에 허덕이던 와중이기에, 이 책의 제목이 무척 와닿았다. 과연 이 책은 내 인생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너무도 위풍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제목에 끌렸다. 

다 읽고 난 후인 지금도 난 여전히 이 책이 나 혹은 주인공인 리처드 노박의 삶을 구했는지, 안 구했는지 아리송하다. 남들이 부러워할만 한 모든 것을 가진 이 남자. 자신을 위해 사는 남자. 영양식을 먹고, 아침마다 운동을 하는 이 사람은 자신조차도 통제 못하는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던 그가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실려가면서 그의 '완벽한' 삶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병원에 누워 자신이 전화를 걸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그의 삶을 그리고 그의 주변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는 그 곳에 누워 자신이 얼마나 철저히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우고 의무를 없애버렸는지, 얼마나 바보같이 독립적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아무도 알고자 하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의 인생에도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어찌나 철저히 스스로를 의존과 의무의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켰던지 자신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P.25~26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이다. 순간적 계기로 삶을 바꾸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분명 뻔한 이야기인데, 진부하지 않다. 일단,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평범하지 않다. 주변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기고, 그 곳에 말이 빠지고, 이를 계기로 유명한 영화배우를 알게 되고- 뭔가 착착 흘러가는데- 내 주위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아냐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앞에서도 말하듯, 자신을 위해 못하는 일들을 남을 위해 하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버려두었던 가족들도 찾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있다. 

이 책이 너~무 흥미진진하다거나, 신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나의 빡빡한 일상과는 반대로 흘러가는대로 마음 편하게 모든 것을 지켜보고 돕는 주인공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사실 이 책이 내 인생을 구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나의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든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미묘하다. 하지만, 적어도 삶이 팍팍하게 굴 때, 짜증이 날 때 그저 마음 가는대로 한번쯤 펼쳐보라고 권하고픈 그런 책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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