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20대 후반이 되면서 두려워지기만하는 생일 전날, 이 책을 다 읽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되어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습과 아니, 불과 5년전 생각했던 내 모습과도 많이 다르다. 오히려 그 당시 지금의 나를 꿈꾸던 과거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모습이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지금처럼 아무 변화 없는 나의 모습은 평탄하지만, 평범한 길을 걸어온 내 삶을 반추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다시 한번 나의 10년 뒤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소위 골드미스들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이 세상에서 보낸 사람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늙음의 힘은 때론 무난한 삶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다. P.26

마흔이란 실감 안 나는 나이를 지나버린 혹은 앞두고 있는 9명의 여인들. 그녀들의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직, 그들은 나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고 너그럽다는 것 뿐. 여전히 단 거를 좋아하고, 다이어트에 목숨 걸고, 치열하게 일하지만, 여유를 찾기도 한다. 감정이 복받쳤을 때 울어버리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자신이 틀렸을 때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것이 고수라는 것도 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9명 모두 다르지만, 같은 점이 분명히 느껴진다. 

체력은 실력이고, 광고주는 다 똑같고, 상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그녀.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깨달은 후에 깨우친 가장 완벽한 마인드는 웃으며 일하는 게 장땡이라는 것.  P.267

생일을 앞둔 2주동안 회사일에 더할나위 없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벌여놓은 일들은 둘째치고, 나에게 쏟어져 내리는 업무와 사람들간의 충돌.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닥쳐오며 정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낮에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저녁에는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녀들의 말이 맞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직장 여성들에게 체력은 실력이고, 상사는 모두 똑같고- 웃으며 일하는 게 최고다. 어차피 그 사람도 나도 힘들고, 찡그릴 때 힘든 건 나니까. 

광고업에 종사하는 필자와 인터뷰이들 때문에 책은 감각적이었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CF만큼이나 쉽게 읽히는 이 책은 하루가 힘든 직장여성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잘못 되었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시각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과 똑같은 길을 가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내 자신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설사 시간이 흘러 바뀌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이 확립되어있으면 하는 그럼 바람이 드는 책이었다. 

울고나면 내 자신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어깨에 잔뜩 들어간 종양과도 같은 스트레스가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입속에 버릇처럼 달고 사는 "젠장!"이란 말이 사람들에 대한 밉고 경직된 마음을 눈물처럼 주르륵 사라져 버리게 한다는 것을.  P.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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