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이런 이야기는 썩 좋아하지도 않고, 편하지도 않다. 최근 사회가 변하면서 자꾸 엄마나 아내가 아닌 여성의 다른 삶을 강조하는 책, 영화 등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판 '엄마가 뿔났다'라는 평을 듣는 다마모에 역시 그러하다. 물론 이 책에서 도시코씨는 남편의 죽음으로 의도치 않게 새로운 삶을 찾아가야하는 지경에 이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은 나의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모습이 나의 엄마의 모습이, 아니 내 모습이 될 수 도 있는데, 단지 남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어째서 자꾸 차가워지는 걸까.  

생각지도 않게 59세란 나이에 남편을 잃게 된 도시코 여사. 느닷없이 연락없던 아들이 같이 살겠다고 나서질 않나, 딸과 아들이 재산 때문에 다툰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코 여사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일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알고 싶지 않은 남편의 진실도. 아무것도 모르고 집안에만 있던 도시코여사는 변하게 된다. 자신이 안 해본 경험에 적극 도전하고, 자신을 위한 주장도 펼치게 된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은 흐뭇하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이해는 가지만, 싫다. 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나의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어쩔 줄 모르는 한 사람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낸 오히려 기특한 성장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그런 이야기에 대해 나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주위 사람들의 무심함에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한 그녀의 변화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우리 사회 기준에서 '어긋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일까.  

도시코 여사의 모습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모든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일종의 과정을 제대로, 잘 겪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씁쓸해하면서도 오히려 책을 놓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 읽고난 후 어느정도 안정된 그녀를 바라보며 역시나 한숨과 함께 생각한다. '이해는 하지만, 그대로 있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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