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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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딴 봄양배추는 아무것도 안 찍고 생식을 해도 굉장히 맛이 좋다. 게다가 들기름 또는 올리브유와 소금을 조금 뿌리면 입에 넣는 촉감도 좋고 단맛도 더 나는게 참을 수 없이 맛있어진다.'

최근들어 멜라민 파동이니, 광우병이니 정말 그 어떤 음식도 마음 놓고 먹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과자까지 그 모양이니- 밖에서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정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요?

이럴 때 일수록 떠오르는 음식들은 막 딴 감, 갓 퍼올린 된장으로 보글보글 끓여낸 찌개, 잘 쳐낸 떡, 봄이면 등장하는 향긋한 산나물들과 같은 자연에서 자라고 난 음식들입니다. 아무리 맛있고 화려한 음식이 나와도 막상 그립고 먹고 싶은 음식들을 떠올려보면 옛날 어렸을 적 먹었을 법한 소박한 음식들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세계 3대 별미라고 해도 푸아그라, 캐비아 처럼 이름마저 왠지 어색하고 생소한 음식보다는 매콤하게 무쳐낸 겉절이, 약간 기름 낀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넣은 김치찌개 이런 음식이 더 입맛을 자극하고 군침돌게 합니다. 

이런 생각은 세계 어디서나 만국 공통인가 봅니다. 일본 작가가 그린 리틀 포레스트란 소박한 이름이 붙은 이 책은 표지부터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시골 소녀가 탐스럽게 익은 감을 벗겨먹는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시디신 산수유 열매로 만든 쨈, 도토리와 코코아를 섞어 만든 누텔라, 다양한 소를 얹어 먹는 떡들, 다소 생소한 새우떡, 생강떡 그리고 달큰한 밤조림. 모두 자연의 재료를 사용한 음식들입니다. 이 책은 각각의 음식과 그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먹어본 음식이 있을 법도 한데, 하나같이 처음 들어본 음식입니다. 굳이 억지를 부리자면 밤조림 정도 일까요. 각각의 음식에는 친구, 가족, 연인에 대한 이야기도 소소히 곁들여집니다. 엄마가 말하던 누텔라와 우스터는 실제 소스와는 사뭇 다른 소스였고, 산수유 잼은 떠나간 연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렇듯, 음식은 역시 과거 추억을 불러일으키는데 효과적입니다. 단순히 음식 맛을 우리는 기억하는게 아니라 누구랑 언제 어디서 먹었는지 역시 음식을 기억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니깐요. 그저 평범한 죽 한그릇도 형제 자매와 아옹다옹 다투면서 먹었을 때 그 맛은 배가 됩니다. 오히려 진수성찬을 앞에 놓고도 불편한 자리라면 체하기도 하죠. 

최근에 부모님께서 작은 텃밭을 하나 시작하셨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올 여름부터 고추, 토마토, 가지 그리고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라가는 토란까지 다양한 채소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올 여름이 생각났습니다. 그저 물에 씻어 먹어도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지던 그 여름이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런 추억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요? 앞으로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은 이런 기억을 하나라도 갖을 수 있을까 살짝 두려움이 생깁니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가 들려주듯, 이런 식으로 추억을 들려줄수라도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P.S. 이 책을 읽으면서 몇달 전에 읽은 공선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이 떠올랐습니다. 글로만으로도 이 책 못지 않게 생생하게 음식의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나라의 멋진 먹거리들이 잔뜩 담겨져 있습니다. 이 책과 꼭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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