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몽키
데이비드 블레딘 지음, 조동섭 옮김 / 예담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주부터 야근에 끔찍한 상사에 어마어마한 일들에 깔려서 지냈다. 워낙 힘든 부서에 있어서 어디로 옮기든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옮기자마자 업무 폭탄을 맞아, 정신을 차릴 틈새도 없었다. 덕분에 그나마 하나 있는 취미인 독서도 못하고, 활동하던 동호회 마저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눈을 좀 붙여야겠다고 생각했으니... 그러던 와중에도 조금씩 조금씩 평소와는 달리 며칠에 걸쳐 읽은 소설이 바로 '월스트리트 몽키'다. 솔직히 시간만 더 있었으면 하루에라도 뚝딱 읽어버렸을텐데, 말 그대로 아침 통근 지하철안 그리고 자기 직전 20분 정도가 독서의 전부였으니- 그래도 부족한 잠에 눈을 비비면서도 조금씩 읽었던 이 책, 정말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힘들어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즐겨 읽을 법한 책, 동경하는 직장 역시 크게 다를 바 없구나. 그러면서 은근 슬쩍 적절한 농담과 비유에 위안을 얻고 웃음을 지을 수 있던 책이었다. 

투자금융사라, 그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병 훈련소 같은 곳이야. 이 일을 한 뒤에 정시에 출퇴근하는 평범한 회사를 다닌다고 상상해봐. 식은 죽 먹기지. 그치? 

거기다가 투자금융사!! 한 때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직장. 그러나 요즘같은 금융불안시대에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고 있는 회사들을 보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다들 천재인듯 싶었는데 저렇게 한순간에 회사가 사라져버리다니...라는 궁금증까지 더해져 무척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던 책이었다. 

회사생활은 누구나 비슷한가보다. 자기만 10잔의 커피를 마시고, 짜증나는 상사를 상대하며, 말도 안되는 업무 명령에 따르는 건 아닌가보다. 주인공 말처럼, 회사는 어떻게든 돌아가고, 너무 바빠서 아무생각도 없을 때보다 오히려 한가해져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고민하게 될때,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모든 내용들이 작가의 현실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인지,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아주 말을 잘하는 옆 동료와 이야기하는 기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수다 한판.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까지 여전히 빡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리를 뜰 여유조차 없고, 화장실도 급히 다녀와야하고, 잠을 못자서인지, 소화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이 책을 읽어내려가며 주인공이 나와 같은 생각과 결단을 내려주길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나보다. 의외로 전혀 생각지못한 그의 결정에 왠지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 역시 옳은 결정이겠지. 아니, 그의 결정이 옳길 바란다. 나 역시 언젠가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에, 그리고 그 결정이 옳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의 정신없는 상황이 끝나기까지는 아직 2~3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도 바쁜 틈 속에 읽은 이 책덕에 조금은 참고 견디는데 힘이 될 것 같다. 일단 바쁜 것만 끝내놓자- 내 옆 사람도 나와 그닥 다르지 않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옳은 결정을 내릴 훌륭한 사람들일 것이다. 아.마.도...

어쨌든 회전문을 밀고 나가서 햇살 아래로 걸음을 내디디자 정말이지 다른 일에는 아무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나는 스물여섯살이고, 아직 썩지 않았으며, 세상은 이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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