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두 딸의 발칙한 데이트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책에 나오는 가족처럼 우리 역시 딸 둘에 아들 하나다. 비교적 가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20대 중/후반인 딸들은 여전히 부모님한테 기대기만 하고, 받기만 한다. 거기다 몇년전부터 아버지 직장으로 인해 떨어져 살기 시작하면서 부모님한테 가면 편히 쉰다면서 집안에서 손 까딱 안하고, 아빠 차를 타고 놀러다닌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 좋은 거 먹고, 좋은 곳에 다니면서 뭘 피곤하고, 뭘 쉬겠다고 해다 바쳐도 모자란 딸이 여전히 받고만 있으니 참 민망하다.

이 책은 처음 봤을 때부터 궁금했다. 다른 집들은 어떨까- 처음 시작을 보면 작가의 집은 우리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나아보이지 않았다. 식성이 비슷한 우리집과는 달리 엄마와 식성부터 다르고, 딸들은 애초에 외출할 때 엄마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번, 두번 데이트 숫자가 늘어갈 때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느끼한 음식은 쳐다보고 싶어하지도 않고, 고기도 썩 좋아하지 않는 엄마를 모시고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는 데이트부터 시작한다. 당장 욕이 나오고 식당주인과 싸울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잘 드시지는 않지만, 딸들과의 시간을 위해 꾸욱 참고 즐기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딸들은 엄마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데이트 코스 개발에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채식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색다르면서도 취향에 맞을법한 베트남 쌈부터 뮤지컬까지-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그들이 무슨 음식을 먹던, 무슨 공연을 보던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그 시간 자체가 좋은 것이다.

연애할 때, 뭐 할 때마다 애인 기분 일일이 신경 쓰는 딱 고 느낌이었다. 같이 기뻐하길 바라고, 행복하길 바라고, 그 기분이 나에게로 다시 돌아와 또 다른 행복을 만드는 것.

매일 얼굴을 보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사이. 사실 최근 먹고 살만해지면서 가족들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유독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가족들간의 관계가 더 돈독해질법한 유교 사상이 퍼져있는 국가인데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가족들과 외출 한번이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누구보다 친해야하고 소중해야하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다.

작가의 시원시원한 입담과 동생과의 웃긴 콤비가 더해져, 책은 쉽게 쉽게 읽힌다. 한번쯤 느껴보거나 예상가능한 에피소드들이기에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엄마 아빠 생각에 코끝이 찡해지면, 그저 삼켜버리지 말고, 엄마 아빠와 맛있는 한끼 같이 하면 어떨까. 아니 그저 좋다는 말한마디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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