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그 무렵 우리는 변하려는 의지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것도 잘했다.
아름다운 것은 더럽고, 더러운 것은 아름답다.
세상이 언제까지나 반짝일 수 있기를. (P.155)

학교 생활은 꽤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있고 선생님이 있고, 한 때는 그곳의 생활이 삶의 전부인것 같이 느껴지는 곳. 세상은 분명 더 크고 넓은데 왠지 그 순간에는 그 곳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 학교다. 이 책은 그런 학교, 그 중에서도 왠지 고상하고 신비스러운 여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늘 그렇듯 학교에는 잘 나가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학생회, 연극부 등이 있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클럽도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클럽 중 하나인 독서클럽에서 지정된 사람이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학교에서 벌어진 비밀스러운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한다. 무려 100년이란 시간동안 학교와 함께한 이 클럽일지에는 흥미진진한 기록들이 가득하다.

정말 학교에 다닐 때는 왠지 거기서 생긴 일과 거기서 사귀는 친구가 인생의 전부인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실제 후에 생각하면 웃어넘길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울고, 웃고, 화내면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학교를 떠나면서 우리는 현실에 발을 딛고, 다시 우리를 따라 그닥 다르지 않은 아이들이 또 그 공감을 채우고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성마리아나 학원엥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많이 벌어졌던 것 같다. 얼핏 보면 그저 뜬 소문이고 웃고 지나가버릴만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그 사건을 외부에서 보는 독자들에게도 상당한 재미를 안겨준다.

여학교 특유의 왕자님 만들기 사건, 성마리아나 학원 설립자의 비밀 (솔직히 좀 믿기어려웠다.), 학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왔던 혁명 등 여러가지 사건들이 100년이란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마치 한 여자의 인생 같아. 백년처럼 느껴지는 오랜 세월을 잠자듯 남성 출입 금지인 학교엥서 보내다가 그후로 남자들이 섞여 있는 사회에서 살았어. 하지만 잠에서 갠 후의 삶이 훨씬 길지. (P.256)

정말 학교에서의 생활은 안전하다. 혹독한 현실을 맞부딪히기 전 준비 운동이라고 해야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필사적인 모습에 웃음이 난다. 100년을 걸쳐 내려온 클럽의 비밀일지. 역시 100년이란 세월을 꿋꿋이 이겨낸만큼, 중요하고 재미이었었다.

소녀들은 베니코의 이름을 부르고 있지만, 그것은 베니코의 이름이 아니었다. 베니코 안에 있는 아자미였다! 그러나 그들이 사랑한 것은 청년 가라스마 베니코의 외모였을까? 아니면 마음이었을까? 그 사람의 외모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마음을 사랑하는걸까? (P.54)

나는 미셸의 호박 세계에는 처음부터 사랑의 환한 빛이 가득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내가 아직 응석받이 아이여서일까? 어른이 된 후에는 어떤 마음으로 그의 공허한 이야기를 기억하게 될까? 제군, 세상은 정말로 텅비었나? 정말로? (P.118)

지금 여기 있는 젊은 여러분도 언젠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다 잃어서는 안될 것을 가차없이 빼앗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략) 하지만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세찬 멸망의 바람이 불어와도. 우리 여성들만이 갖는 정신적 자유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P.248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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