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랜드
섀넌 헤일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영문학 시간에 [오만과 편견]을 읽고 제인 오스틴과 그녀의 소설에 푹 빠져버렸다. 처음에는 그녀가 이렇게 많은 인기와 명성을 지니고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 동안 읽어왔던 고전들과는 달리 현재 칙릿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재미에 왠지 그녀를 좋아하는 건 다른 고전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덜 진중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시간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다른 이야기로 탈바꿈되어지는 건 제인 오스틴의 글의 힘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그리고 [오스틴랜드] 역시 그러한 제인 오스틴을 향한 작품 중 하나이다.


제인은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느긋한 여유를 한껏 즐기기 위해 싸구려 구두를 벗어 던지고, 중고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 조명을 낮추고, 9인치짜리 소형 텔레비전을 켜고 멍하게 들여다보곤 한다. 그럴 때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그런 마음을 달래는 제인의 명약은 두 장짜리 DVD <오만과 편견>이었다. (중략) 수없이 되풀이해 봤지만 볼 때마다 제인은 가슴이 쿵쾅거리고 피부에 오도독 소름이 돋는 듯했다. 결국에는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야릇한 통증을 눌러버리려고 코코아 시리얼 같은 걸 씹어야 했다.

나와 같은 제인오스틴의 팬, 제인 헤이즈은 서른셋에 싱글이다. 그녀는 몇 번 만남을 가졌으나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고 지금은 거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다아시의 골수 팬이 되어 있다. 이러한 그녀에게 그녀의 대고모님은 3주일짜리 휴가권을 유산으로 남기고, 그 휴가권으로 제인은 제인 오스틴 시대를 재현해낸 펨브룩 파크로 향한다. 이상적인 장소에서 현실과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지켜나가는 제인, 그녀의 사랑은 과연 현실로 이루어질 것인지 아니면 역시나 이상으로 남게 될 것인지, 흥미진진한 그녀의 새로운 연애가 시작된다.

제인이 향한 펨브룩 파크는 내 생각과는 좀 다른 곳이었다. 그 곳에서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다만, 그 뒤에서 현실적으로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그런 이상적인 곳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실제 그런 이상적인 곳이 있기를 많이 바랬었나보다. 그 곳의 진실을 제인이 하나둘씩 알아갈 때마다 나 역시 그녀 못지 않게 실망했으니... 하지만 그렇기에 이 소설이 아주 허무맹랑한 로맨스 소설보다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우리의 현실도 어느정도 적당한 이상과 안타까움이 함께 섞여있으니...

말 그대로 '이상형'과 '현실의 이상형' 둘다 부족한 점이 있는데, 과연 제인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것인가? 이 책을 읽고나서 나 자신에 대해 참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비현실적인 상상 속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에 현실을 무시하고 오직 달콤하고 기분좋은 상상만 하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난 과연 나를 얼만큼, 그리고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만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만약 내가 제인의 경우였다면 아무 생각없이 말 그대로 펨브룩 파크를 즐기다가 돌아와 더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지도 모르고, 괜한 의심에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불평만 하다가 현실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떤 쪽이든 썩 기분좋은 상상은 아니다. 언젠가 나에게 제인과 같은 기회가 왔을 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 상황을 현명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남, 이상, 사랑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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