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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악녀
페이 웰던 지음, 김석희 옮김 / 쿠오레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전 한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에서 한 잘 나가는 여주인공이 그런 말을 한다. 자기 남편이 바람 피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남편은 자신에게 무식하게 굴지 말라고 했다고, 그래서 그녀는 그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무식한 짓은 전부 했다고- 내 남편이 바람 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어떻게 할까? 거기다가 그는 너무도 당당하기만 하다. 여기에 설득되어 그를 용인하고 기다릴 수도 있고, 아직까지 내 성격으로는 미련없이 깔끔하게 헤어져버릴 듯 싶다.
키도, 덩치도 보통 남자보다 크고, 못 생기기까지한 우리의 주인공 루스. 남편보다 못난 많은 여자들이 그렇듯 바람은 남자의 '사소한' 잘못일 뿐이고, 이를 인내하고 이겨내려 한다. 하지만, 남편의 '너는 악녀야'란 한마디로 그녀는 돌변한다. 엄마도, 아내도 아닌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복수극은 철저하고, 처절하다. 어찌나 하나 하나가 계획적이고 잘 맞아떨어지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녀는 차근 차근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어나간다. 하지만 그 결론은? 끝으로 갈수록 그녀의 모습은 안타까워진다. 고작 이거야 란 생각 들기도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갈수록 끔찍해지는 그녀의 복수극이지만, 한꺼풀 더 알고 들어가보면 그녀의 복수극의 과정과 배경에 작가가 비판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와 함께하는 빈곤층의 사람들, 타락하는 성직자와 법률가-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게 드러나는 기득권층과 피지배층이 어우러져 함께 한다.
개인적으로 불륜에도 복수에도 관심이 없기에, 루스의 이야기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결말 역시 무언가 허무하고 찝찝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다면 좀 더 보람있는 독서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단순히 복수극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을 때, 못하는 게 없구나- 라는 점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배울 점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루스의 끝은 내가 바라던 것과 많이 다르지만, 나 역시 그녀처럼 원하는 것을 위해 독하게 노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