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슈거 타임은?

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분홍빛 표지에 예쁘고 화려한 컵케이크들. 거기다 제목까지 달달한 '슈거타임'이다. 나에게 오가와 요코는 동화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작가였기 때문에 어떤 달콤한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표지가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약간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나 싶다.

독특하게도 시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식욕에 시달리는 주인공으로부터 시작한다. 몸이 나쁜 것도 아닌데 왠지 엄청난 식욕을 보이는 카오루.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먹는 음식을 매일밤 일기에 적는다. 담담하게 그녀는 친구의 이야기를, 아르바이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역시 원래 먹는 걸 좋아했지만, 최근 과식을 많이 하곤한다. 배가 고픈 것은 아닌데 왠지 속이 허해서 자꾸 무언가를 찾고 먹게 된다. 문득 요즘 마음이 허해서, 무언가 불만족스러워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했다. 카오루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너무나 담담하게 남자친구와 이별을 하고- 이별의 편지를 슈퍼에서 읽는 그녀. 그녀 역시 무언가 부족함을 알게 모르게 느끼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것이 과도한 식욕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카오루의 연애이야기를 생각하면 무척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녀의 이상한 식욕, 동생의 더이상 자라지 않는 병 그리고 성적으로 불구인 남자친구를 생각하면 정말 하나같이 특이한 캐릭터들의 조합이다. 마치 무언가 평범하지 않은 피터팬의 세계, 네버랜드의 주인공들이라도 만나는 기분이다.

작가는 이들이 일상을 살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기보다는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버린다라는 느낌을 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무언가 원인이 이거라서,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라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가 없다. 근데, 왠지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구나 하고 해석해버리게 된다.

사실, 독특한 캐릭터에 비해 이야기가 평이했고, 그녀 특유의 분위기를 찾기 어려워 많이 아쉬웠던 작품이다. 왠지 모를 나른함과 다정다감함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왠지 일관적인 분위기보다는 아슬아슬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아마, 그녀의 초기 작품이라 그런 것이려니 생각된다. 불안정한듯하면서 그녀의 시작이 여기였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 나에게 '슈거타임'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