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는 여전히 로맨틱코미디가 최고고, 콘서트는 꽃미남 댄스그룹이 나오는 게 좋고, 웬만한 연주회는 졸리는 게 당연한, 대한민국 ‘표준 여성’들의 상큼발랄 사랑 레시피! 라는 문구를 보고 킥킥 대며,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대중적인 취향을 갖고 있는 나. 거기다가 [백수생활백서]로 작가에 대해 들어 언젠가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던 작가의 신작이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연애와 요리라는 소재에 관심도 컸다.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에서는 말 그대로 요리를 하는 한 여성의 연애담이다. 왠지 낙천적이면서도 둔하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영, 그리고 나영의 첫사랑이자 친한 친구인 유리의 남자친구인 지훈, 그리고 오랜시간 사귀어온 성우. 그녀의 연애담 뿐 아니라 다양한 주위 친구들의 연애관과 연애담이 이 책에는 담겨져있다. 마치 여러가지 요리가 담겨져있는 요리책과 같이-.

이 책은 케이크처럼 달콤한 연애시절보다는 오히려 콜록콜록 기침까지 나오게 하는 매운 맛과 같은 이별부터 그 후 대처까지에 중점을 둔다. 특히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는 무척 현실적이다. 일부 낭만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에 골인 하는 친구들도, 헤어지는 친구들도 모두들 일어날법한 일들이다. 하지만 내 일처럼 팍팍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한상 가득 차려진 한정식처럼 갖가지 맛있는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풀어진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나영은 평범한 듯 하면서도 특유의 무던함과 낙천적인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과 투닥거리기도 하고, 보듬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사실 큰 특징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 그리 주인공에 몰입하진 않았던 것 같아. 오히려 강한 주장을 가지고 있던 주위 친구들에게 더 끌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심하고 고민하는 나영 역시 내가 가진 또하나의 모습이 아닐까 책을 덮고 생각했다.  

봄이라 그런지 밝고 명랑한 이야기가 끌린다.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는 적당히 가볍고 발랄하다. 잘 알고 있는 현실을 맛나게 잘 버무려 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오랜 겨울을 나고 맛난 봄나물을 먹는 기분이었다. 아, 봄이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올 봄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