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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침묵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소아과 의사가 줄어든 것은 의료행정이 소아과를 냉대해온 결과다. 궁지에 몰리면 “소아과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넘어가려 한다. 어느 병원이 소아과를 포기하면 다른 병원에 환자가 집중된다. 그리고 스태프는 피폐해 간다. 관료 시스템이 낳은, 서류 위에서 짜 맞춰진 땜질식 의료개혁안은 의료 현장에 해악과 혼란을 계속 뿌려대고 있다. 어린이와 의료를 경시하는 사회에 미래 따위는 없다. (-84쪽)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란 작품으로 일본과 한국 추리팬들에게 단번에 인정받은 가이도 다케루. 독특한 분위기의 표지 때문인지, 그 좋은 평에도 불구하고 아직 읽어보지를 못 했다. 그런데 어느새 2편 [나이팅게일의 침묵]이 발간되었고, 곧 3편 역시 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결국 이 책과 전작을 같이 손에 쥐게 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전작과 같이 소심한 다구치 선생과 시라토리씨가 등장한다. 전작을 안 읽은 ㅡ나는 중반까지 도대체 콤비는 누가 콤비야 라고 생각했다. 시라토리씨는 중반부쯤 부터 등장했지만, 털털하고, 유쾌한 그의 성격에 푹 빠져버렸다. 사실, 나랑 닮은 쪽은 다구치 선생 쪽이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지 않는 점에 빠져들기 마련이니깐-
이 이야기는 처음 시작에서 말했듯, 소아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단,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미즈토와 아쓰시 그리고 주변인물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그리고 두번째는 소아과 간호사인 사요와 가릉빈가로 일컬어지는 유명한 가수 사에코의 이야기가 또다른 축을 이룬다. 사건은 미즈토를 내팽기치다 시피한 미즈토의 아빠로가 토막살인을 당하면서 전개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병에 걸린 아이들, 그리고 유명한 가수 이 전혀 생소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맞물리는 것일까. 일단 탄력을 받으면 책은 거침없이 읽혀진다.
사실, 범인은 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는 엎치락 뒤치락 전개되고, 종종 등장하는 어이없는 유머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어디서 본듯한, 심지어 내 자신이 투영되는 다구치 선생. 그리고 마냥 부러운 성격의 시라토리씨. 천리안이라 불리는 네코타 간호사. 오히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강한 독설가인 미즈토. 모두들 읽으면 왠지 통쾌해지고 즐거워지는 인물들이다.
추리소설은 항상 그렇듯 진짜 즐거움은 읽으면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모르던 사실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추리를 해보기도 하며 머리를 쓰면서 읽어 내려가면 쉽게 몰입할 수 있다. 특히 현직 의사가 쓴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시리즈는 어쩌면 어려울법한 의학용어와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실존하는 법의학 기술도 등장한다. 하지만 흐름은 절대 끊기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그러한 내용들을 받아들이게 되는 듯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 가이도 다케루는 우리 현실에서 나타나는 우려되는 상황들을 마치 법의학 기술처럼 자연스럽게 지적한다. 학대 당하는 어린이와 인기없는 의료학과들...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해봐야하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가수와 노래를 잘하는 간호사 때문에 [나이팅게일의 침묵]이란 제목의 나이팅게일을 새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또다른 뜻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이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이나, 다른 이들의 평에 의하면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전작보다 조금 미진하다고 한다. 첫 작품의 후속을 둘로 나눠야 했던 작가. 제 3권은 이 책보다 재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이 책 보다 좋다는 그의 다음 작품도, 지금 내 책상 옆에 놓인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모두 기대되어 마음이 마냥 들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