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경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보수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에로틱' 등등의 단어와는 특별히 친하지 않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의심스런 눈초리를 먼저 보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렇게 정이 안가던 책을 쌓아둔 수많은 책들을 뒤로 하고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접해보고 기억에 남는 프랑스 작가는 두명 정도. 아멜리 노통과 기욤 뮈소. 둘의 스타일은 무척 다르다. 아멜리 노통은 쏘아대는 재치있는 대사가 인상깊었고, 기욤 뮈소의 경우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은 굳이 말하자면, 아멜리 노통쪽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그는 우표를, 면허증을, 부두의 배 그림을, 지하철 표를, 책의 첫 페이지를, 아페리티프를 저을 때 쓰는 플라스틱 막대와 과을 조각을 꽂는 플라스틱 꼬치를, 병뚜껑을, ‘너’와 함께한 순간을, 크로아티아 속담을, 킨더 장난감을, 냅킨을, 누에콩을, 카메라 필름을, 기념품을, 커프스 버튼을, 온도계를, 토끼발을, 출생신고서를, 인도양의 조개를, 아침 다섯시의 소음을, 치즈 라벨을, 한마디로, 모든 것을 수집했고 매번 같은 흥분을 느꼈다.

이 이야기는 수집벽이 있는 엑토르가 자살을 시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자살 후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서 6개월동안 지내고 돌아온 후 미국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의 가족에게 완벽한 아들로 남아있기 위해. 하지만 자신의 거짓말을 보충하기 위해 그는 도서관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그는 그의 수집벽을 치유하고 (물론 그 역시 나름의 노력을 시도한다) 결혼 까지 가능케한 여인을 만난다. 하지만, 고쳐졌다고 믿었던 그의 수집벽은 유리창을 닦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다시 도지기 시작하는데-

사실, 이야기의 스토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작가의 필담에 정신없이 이끌려 가다보면 왠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몰입하여 몇시간을 보내버린듯한 기분이 든다. 읽는 내내, 괜찮은 거야? 라는 물음이 떠오르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선정적이거나, 말 그대로 에로틱한 부분은 절대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유쾌하고 정신없는 엑토르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소개받고, 그들의 어이없는 행동들에 황당해하다보면 이야기는 끝나버린다.

필담이 강력한 이야기보다는 스토리가 탄탄한 이야기들을 좋아하기에, 이런 황당한 이야기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왠지 이런 책들은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아멜리 노통을 비롯, 이런 책들이 프랑스에서 각광 받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매력을 발견할 때까지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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