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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음, 권신아 그림 / 북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그래서 가끔, 이렇게 지치고 길었던 어느 하루의 끝과 맞닥뜨리게 될때면, 조그만 소리로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참 잘했어요, 라고. 그러나 더 슬픈 건, 스스로에게 칭찬할 만한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날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자.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 되어 있을 테니까. 내일은 어쩌면 하나쯤 착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금 바로 이순간도 정말 지치고 긴 하루 입니다. 지금 내 자신에게 참 잘했어요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역시나, 꾹 참고 심호흡을 하고 견뎌라 정도 밖에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질까요? 밀리언 달러 초콜릿, 월간 페이퍼 편집장인 황경신 작가와 독특하고 예쁜 일러스트로 유명한 권신아 작가의 작품입니다. 정말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너무 읽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증도 컸고...
밀리언 달러 초콜릿은 감성에세이라고 한다. 짧막한 단편 소설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한 글들이 눈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듯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글이 '너~무 좋아'는 아니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왠지 마음이 찡해오는 문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의 자유의자 같은 건 아주 지긋지긋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들에 충분히 싫증이 났어요. 내가 태어난 이유,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는 것에도 지칠 대로 지쳤어요.
사랑에 관한 글도 있고, 이별에 관한 글도 있고, 정말 쌩뚱맞은 글도 있다. 이 예쁜 책을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에 여유롭게 까페에 앉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훨씬 더 많은 매력을 발견하고, 책에 폭 빠졌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나는 앞에서 말했듯 지쳐가는 하루 투덜거리며 이 책을 펼쳤고, 종종 너무 공감가는 글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몇몇 글은 까칠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감성에세이치곤 너무 멋없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놀라울 정도로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 책에 실린 글 전부가 마음에 들진 않았다.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황경신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해보지만, 무언가 더 읽어 봐야 알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정말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같았다고 해야하나. 마음에 여유가 있어 사랑하고, 사랑받고 이러한 생활을 해볼 수 있었다면 좀 다르게 받아들였을까. 내가 공감했던 글들은 대부분 사랑이나 이별이 아닌 삶에 대한 어지러움을 표현 글들이었다.
나는 내 삶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아도 좋을 거예요.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멋진 사람을 만나고 더 큰 행복을 누리겠다는 욕심 같은 건 지나가는 개에게나 던져 주면 그만이죠. 누군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아도 좋을 거예요. 좀더 사랑받고 싶다거나, 좀더 사랑하고 싶다거나 하면서, 자만과 자학을 오가는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로 밤마다 비생산적인 감성에 빠지지 않을 수 있어요.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밤에 몇 꼭지씩 읽어내려갔던 이 책은 내게 많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내가 너무 멀리 온것도, 외로운 것도 아니라는...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내가 말하면 불평 불만으로 느껴져 '이런 말 하면 안돼'라고 말하고 싶은데, 똑같은 말이어도 이 책에 쓰여진 이야기들은 왠지 '맞아,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거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감성적이었고 재치있었다.
다음에는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곁들여 이 책을 읽고 싶다. 지친 몸에 초콜릿이 순간적인 힘을 주듯, 지쳐버린 마음에 초콜릿을 한 조각 건네주고 싶다.
그러나 사실은 돌이킬 수 있는 거였어요. 아무리 오랫동안 다른 길을 걸어갔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거였어요. 우리가 늘 불안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와 우리가 모르는 미래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서두르지 않아도 미래는 과거로 바뀔 테고, 난 아주 조금씩 현명해질 테니, 앞날에 대해 걱정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