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고 생물들이 의외로 적당주의고 항상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사람과 거의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 모기와 등에를 싫어하고, 실수를 한다는 것,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자하지 않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을 따라 이곳저곳 많이 다니는 편인데, 아빠가 산을 좋아하셔서 특히 산에 많이 다녔다. 산에 다니면 종종 청솔모, 꿩 등을 보게 되는데, 그런 기회를 제외하고 야생에서 동물을 접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 않나싶다. 그런 나에게 동물들은 가까이 하고 싶지만 너무 먼 그런 생소한 생물들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동물들의 생활과 습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잘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는 홋카이도 숲 근처에서 살면서 자연의 변화와 동물들을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고 기록한 수의사의 일기이다. 작가가 자연을 사랑하고,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다람쥐, 새, 투구벌레, 곰쥐... 들어보지도 못한 동물들도 있었고, 곰처럼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동물들도 있었다. 다양한 사진과 함께 하나하나 기록한 동물들은 어찌나 다 다르고 재밌는지, 읽는 내내 신기했다. 종종 알던 동물이 나오면 왜인지 반가웠고, 그럼에도 내가 정말 자연에 대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무지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멋진 사진들은 한참 책을 펴놓고 응시만해도 가슴이 시원해지기도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사진들은 볼 한가득 음식을 물고 있던 다람쥐였다. 단순히 귀엽고, 예쁜 것 뿐 만 아니라, 서로를 잡아먹고, 또 그에 빌붙어 생계를 유지하는 현실적인 생활 모습도 솔직하게 세세히 담겨져있었다.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모습 뿐 아니라 알아야할 모습도 담겨있는 이 책은 말그대로 우리와 동물들이 그리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동물들과는 달리, 너그러운 자연을 마구잡이로 이용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시레토코의 무섭게 변화한 자연을 앞에 두고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중얼거렸다. 백 년이 지나면 그 때의 자연이 또 다른 자연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리라. 그날의 주인공은 누굴까? 그런 상상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자연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연출하는 곳으로서 시레토코 같은 땅이 지구상에 있는 것은 어찌보면 흐뭇한 일 아니겠는가. 자연의 변화를 이야기하기에 백년이라는 단위는 너무 작고 너무 짧다. 나는 오호츠크 해로 떨어지는 저녁 해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지구에서 극히 짧은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폐를 끼치고 지나가는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주의하면 될텐데...왜인지 하루하루 살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커다란 자연을 자꾸 잊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좀 더 많은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물론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기에 작가처럼 자리잡고 계속 산다는 것은 조금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자연을 작가만큼이나 좋아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홋카이도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통해 느꼈던 자연을 가슴으로, 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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