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는데, 일상에 매여, 막상 쉽게 떠나지 못하는 나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여행책을 한권, 두권 모아 읽기 시작했다. 막상 너무 읽고 싶어서 사놓고 못 읽은 책도 있고, 그렇게 책장위에 올려두었다가 어느 순간 단숨에 읽어내려가면서 마음의 열기를 식힌 적도 있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은 여행이 일상이 된다면 얼마나 즐거울까라는 환상을 지닌 내게, 현실을 알려주기도 하면서 살짝 손짓을 하기도 한다.

떠나고 싶지만 주어진 현실과 상황 때문에 그 마음을 접어야 하는 사람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사람에 따라 나이 앞에서 용기를 내지 못할 수도 있고, 나이 든 부모를 보면서 떠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수도 있으며, 돌아온 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당장 떠나지 못하는 삶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때를 늦추며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지금 내 모습이 당장 내 마음에 안 들고, 이건 영 아니다 싶기도 하지만, 벌써 4년차에 접어드는 나의 생활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난 그를 부러워하지만, 여행에 대한 나의 꿈 역시 소중한 것이다. 다양한 곳의 사진들과 여행에 대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뜨끔하기도, 마냥 부럽기도 했다. 어렵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기도 했다.

"성공하고 싶은가? 꿈을 실현하고 싶은가? 그러면 천천히 가라. 인생의 한 부분을 뚝 떼어 바쳐라. 자신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깨지고 상처받으며 한 걸음씩 걸어가라. 어떤 일이든 그렇게 10년만 해봐라. 남을 부러워하지 말며 자신의 꽃을 피워라." 그러면 그 길을 가다가 어느날 문득, 성공은 남들의 시선에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속에서 남모르게 열리는 작은 열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진짜 성공 아닐까?

매일 매일 일상에 치여 살다보면 당장 눈앞의 일에 아둥바둥 매달려 힘들어하기 일쑤다. 매번 널리보고 크게 생각해야한다고 하는데...그게 쉽지 않다. 10년을 바치라는 그의 말이 그 어떤 자기계발서의 구절보다 와닿는다. 나는 왜 지금 당장 앞서가려고 하는지- 10년 뒤를 생각하기는 커녕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지...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여행을 다니면서 그가 느꼈던 설레임, 새로움, 기대를 만끽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여행뿐 아니라 삶 전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의 여행을 부러워하고, 내 여행을 꿈꾸며, 막상 일상에 묶여있는 나의 모습. 생각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그러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답답해져왔는데- 왠지 모르게 들떠있으면서도 정리가 안되있는듯한 내 모습이 싫었는데...이 책을 통해, 내가 밟아가고 있는 한걸음 한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앞으로 내가 내딛을 걸음이 얼마나 기대되는지 깨달았다. 여행에 대한 욕구를 대리만족 시키진 못했지만, 오히려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기에- 이 책을 읽고, 나는 지금 당장 짐을 싸들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 보다는, 그저 내게 주어진 출퇴근길을 모험하는 마음으로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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