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술술 넘어가는 여행책을 읽었다. 처음 서점에서 봤을 때부터 눈을 확 끈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자신의 일상을 버리고 떠난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될까. 제목을 보고 무턱대고 생각해보았다. 지금 내가 미적지근하게 여기 앉아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떠나게 된 걸까.

막상 펼친 이 책은 여행을 따라 흐른 그의 생각들이었다. 어찌보면 지극히 개인적이라 쉽게 공감할 수 없지 않을까 의문을 품게되기도 하지만...의외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가사를 적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의 글은 쉽게 읽히고, 쉽게 공감이 갔다. 종종 그가 외로운 길에서 느끼는 감정은 우리가 이 자리에서도 느끼는 그러한 감정이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의 솔직한 말에 뒤로 물러서기도 하지만, 결국 맞다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많은 것을 보기보다는 많은 것을 다르게 보는 눈이 더 낫다.
많이 달라진 그를 탓하기보다는 전혀 변하지 않은 내 자신을 의심하는 게 더 낫다.
다리 아파하기보다는 의자에 못을 박는 편이 더 낫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는 편이 더 낫다.

최근 [아메리카, 천개의 자유를 만나다]와 이 책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를 통해, 홀로 혹은 둘이더라도 외롭게 떠나는 긴 여행이 얼마만큼 사람의 생각을 정리해주고, 쏟아내게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들이나 나나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지 모르지만...바로 옆에 누군가가 있는 나는 이 말을 쏟아내어 허공으로 사라지게 하고, 이들은 그 말들을 하나하나 꾹꾹 눌러 적어, 기록으로 남긴다. 그래서 이들의 글은 낯설지 않다.

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내가 말하던 방식대로가 아니라 제대로 말하는 법,
내가 먹는 것만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먹는 법,
그리고 옷을 개는 법,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는 법,
그리고 심지어 벌여놓은 짐을 다시 싸는 법까지 모든 걸 다시 배워야 했다.
나는 그동안 가방 안에서 아무렇게나 쑤셔넣은 전선들처럼 엉망으로 엉켜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는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나의 감정을 조심스레 남기고 싶었고, 살아가는 법을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싶었다. 특정장소를 가고 싶다기보다는 그들처럼 오래오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작가의 서정적이고,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문체가 한참 가득차 있던 마음을 툭 건드려, 주체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그의 글에 전혀 빠지지 않는 사진들과 음악. 음악을 들으며 읽는 책은 그와 함께 하는 감정의 여행이었다. 그에게는 그 여행의 장소가 미국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시아일수도, 나에게는 아프리카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어디에 있든, 그가 느끼는 감정을 비교적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훌륭한 간접경험이었다.

한동안 떠나고픈 마음에 들썩거리며 여행서를 잔뜩 사모았다. 하지만 막상 펴들고 읽은 것은 몇권 안된다. 그 중 한권이었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정말 제목처럼...떠났던 그를, 남아있는 내가 조금 알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철철 넘치는 감정의 흐름을 온 몸으로 흠뻑 받아들인 느낌으로 책을 덮었다. 언젠가 나 역시 그와 같은 길을 떠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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