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나무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할아버지 나무가 보기에 어떤 나무나 이 세상에 태어나 열심히 자기 삶을 살고는, 자기 자신을 이 세상에 모두 주고 가는 것 같았다'

최근 외국소설을 많이 읽게 되어, 한국소설을 좀 더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집어들게 된 소설이었다. '나무' 제목부터 왠지 평평한 느낌을 주었다. 우직하고, 믿음이 가며,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줄듯 싶은...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지루할 것 같은 나무. 하지만, 이 책은 나무 역시 우리의 삶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에 따른 대응은 오히려 우리 인간보다 나은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 주말 부모님과 함께 나무를 보러 다녔다. 나무를 산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1,0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느티나무..오래된 절 이런 곳들을 보러다녔다. 예전에는 그런 나무들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한곳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그 커다란 나무를 보면, 왠지 가슴이 찡하다.

이 소설은 그러한 나무 한그루와 어린 나무 한그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담아낸다. 살면서 태풍이 불어오기도 하고, 좀 더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나무를 잘라 접붙이고, 어치로 인해 나무가 우거지고... 그동안 잘 몰랐던 나무의 이야기와 나무..아니 아마 작가가 생각하는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한 해를 살다 가는 풀이라면 당연히 꽃과 열매에 욕심을 내야지. 하지만 우리 나무는 백년도 살고 천년도 사는 모들이란다. 오래 살며 열매를 맺자면 우선 제몸부터 튼튼하게 만들어야겠지. 네 몸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꽃보다는 줄기와 잎에 더 힘을 써야 하는 게야.

우리 역시 길게보면 약 100년되는 인생을 살아간다. 나무에 비하면 정말 짧은 기간일지도 모르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상황에 급급하여 생각할 일이 아니라, 좀더 멀리 넓게 봐야하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가 다급함에 쫓겨 만드는 잘못된 선택도 좀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무]는 어제 보았던 천년된 은행나무 만큼이나 따뜻한 감동과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최근 읽었던 재미뿐 아니라 교훈과 감동을 함께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오래된 나무에게서 우리가 큰 감동을 느끼듯, 이 책은 나무의 마음을 우리에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