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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허진호 시나리오, 김해영 지음 / 노블마인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행복'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영화포스터를 통해서였다. 책에도 허진호 감독 시나리오라고 써져 있듯이, 이 책은 곧 개봉할 영화 '행복'의 원작이다. 처음 포스터를 보았을 때, 내 처음 생각은 앗, 임수정이랑 황정민 너무 안 어울린다 였다. 아무리 봐도 황정민은 연륜이 있는 얼굴이고 임수정은 그야말로 동안 중 동안 아닌가. 이들은 도대체 어떤 연인을 연기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 임수정과 황정민이 이 책의 은희와 영수에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죽음을 앞두면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영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강견변에 걸린 그는 (지금 보니 병명이 광견병하고 비슷하다-) 집, 애인, 직업을 모두 처분하고 병을 고치기 위해 요양원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그는 8년이나 그 곳에서 생활해 아무 때가 묻지 않은 여인 은희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점차 사랑으로 번져 나가 그들만의 보금자리까지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영수의 병이 낫게 되면서 영수는 다시 과거의 그의 자리에 흔들리게 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항상 행복은 무엇일까 고민해왔다. 내가 쫓던 화려한 생활일까 아니면 소박한 삶일까. 막상 몸이나 마음으로 소박한 삶이 더 맞는 것 같은 데, 머리로는 항상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나는 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의 한 자리에서 꿈지럭 거리고 있다. 영수가 그랬듯이 나 역시 잘못된 선택을 하고, 행복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가을에는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최루성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갈수록 이성적이 되어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오히려 이러한 이야기를 더욱더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기에, 자신들을 한 번 더 일깨우려 하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냥 그들의 행복하고 슬픈 순간들을 함께 공감하고픈 마음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던, '행복'은 올 가을 우리의 마음을 감성으로 촉촉하게 적셔 줄 것임에 틀림없다.
안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두 커플. 그들의 '행복'을 조금이나마 나누기 위해, 내 행복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보기 위해 아무래도 올 가을 극장을 방문해야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