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들 사이를 헤매고 있자니 꼭 묘지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 P-1

‘그래, 여기는 책의 묘지야.’ - P-1

어쩐 일인지 늘 갖고 다니던 수첩이 없다. 대신 찻집에서 가져온 성냥갑이 나오기에 거기에 메모하기로 했다. 성냥갑을 꺼내다가 성냥개비 몇 개를 바닥에 흘렸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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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선생께서 말씀하신 상황이 벌어지면 히로시마형 원자 폭탄의 5분의 1 정도의 위력으로 핵폭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계산해 본 결과 그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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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드라이아이스도 아닌데 어떻게 사라집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묻겠습니다. 범인은 집 밖으로 나간 걸까요?" - P-1

이제 독자 여러분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번 소설의 트릭은 변장, 즉 ‘1인 2역’ 장르다. 덴카이치가 소설 도입부에서 장르를 밝히지 못했던 이유도 아셨으리라. - P-1

덴카이치는 자신이 1인 2역의 트릭을 간파해 낸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 덴카이치를 보며 나는 본격 추리 소설의 탐정도 참 고생이 많다는 걸 절감했다. 이런 경우에조차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P-1

"어떻게 알았냐고? 그거야 변장한 당신 모습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지, 이 바보야." - P-1

시체는 시주함 앞에 쓰러져 있었다.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 뒤에서 누가 목을 졸랐다는 것은 목에 감겨 있는 줄만 보아도 익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교살 사체가 아님을 감지하게 만드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위쪽을 보고 누운 남자의 입에 뭔가가 물려 있었던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만두처럼 보였다. - P-1

나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중얼거린다고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선 피살자의 신원을 조사하기로 했다. 그것은 이내 판명됐다. 10년 전쯤에 섬을 떠난 가이모토 마키오라는 남자였다. - P-1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그 유명한 두뇌 명석, 박학다식, 다재다능……."
"뛰어난 행동력의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겠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야."
"요즘엔 거기에 개성적이고 매력적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 P-1

한 명의 아이 홀로 산다. 하지만 결혼식을 올려 모두 사라졌다. - P-1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 - P-1

"그거야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지요. 친구한테 덴카이치 탐정 얘기를 들었어요. 두뇌 명석, 박학다식, 다재다능, 뛰어난 행동력의 명탐정이라고." - P-1

"녹색 볼펜으로 주소가 적혀 있군요. 녹색 잉크로 쓴다는 건 이별의 암시라고들 하는데, 그것과 관계가 있나? 아무튼, 보낸 사람 이름은 나라시노 곤베에로 되어 있군요." - P-1

경찰이 경계를 선 상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찰서로 돌아온 나는 오쿠로 저택의 거주자들을 불러 가능한 한 가장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한 명 한 명 조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오쿠로 가즈오였다. 이치로와 지로 부자가 사라지면 그가 회사의 실권을 장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 나는 그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 P-1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른 사건이 발생해서."
콧수염의 남자, 그는 오가와라 경감, 즉 나였다. 오가와라 경감이 내 쪽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그래요, 가네다 경감. 얼굴색이 안 좋네요." - P-1

"집주인 아메무라 씨는 인간 사회의 번잡함에 혐오감을 느끼곤 했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이곳에 올라 마음을 다잡았다는군요." - P-1

"관리인의 증언은 믿을 수 없어. 최근 들어 안경을 새로 맞췄다고 했잖아. 그 전에는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인사를 할 정도로 눈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군. 더구나 탑 위에는 로프를 묶을 만한 곳도 없어. 역시 낙하산이야." - P-1

"아이고, 도쿄의 경감님이 와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습니다. 이런 깡촌에는 사건다운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어서요. 더구나 살인 사건은 경찰서가 생긴 이래 처음입니다. 솔직히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달려왔습니다." - P-1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현실 세계의 경찰은 이렇지 않다. 예를 들자면 경찰은 자신의 관할 구역을 벗어나면 일반인과 신분이 같아진다. 더구나 경감 따위는 지방 공무원에 불과해서 수사에 조금이라도 개입할라치면 꺼지라는 현지 경찰의 호통을 듣게 된다. - P-1

"전문 지식을 갖췄다고 해서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요. 그런 사람들은 백면서생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로 스토리를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해요. 그 바람에 진실에서 크게 벗어나는 추리를 전개하기도 하지요."

"이제는 행동파의 시대예요. 자신의 눈과 귀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어 내느냐가 탐정의 능력을 좌우할 겁니다."

"지혜가 부족한 자일수록 지혜를 무시하는 법이지.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를 푼다는 건 바로 인간의 수수께끼를 푸는 거야. 그렇다면 오랜 세월의 인생 경험에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터득한 사람이야말로 탐정에 적합하다는 말이 된다네. 정보, 정보들 하는데, 진상을 꿰뚫는 데 필요한 정보는 사실 한 줌 분량도 되지 않아. 더구나 그것이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도 아니고. 위대한 탐정은 쓸데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팔과 다리를 혹사하지 않는다네."

"진상 규명에 인생 경험이 필요하다는 건 진리라고 생각해요."
역시 할머니는 할아버지 편을 들었다. 하지만 결론은 조금 달랐다.
"그래도 말이죠, 불충분한 정보로 추리하는 건 죄악입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하진 않아요."
할머니의 배신에 로쿠다 할아버지의 안색이 확 변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변호사 니노미야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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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하신 경감님도 해결 불가능한 사건이란 말인가요?" - P-1

"자살 가능성은 없습니까?"
"무리지요. 자신의 머리 뒷부분을 때리는 자살 방식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 P-1

"그리고 실제로 건물만 이동했다는 거군. 대단해. 이번만은 내가 자네에게 한판으로 졌네." - P-1

그것은 정말이지 처참한 시체였다. 현장을 본 순간, 시체를 수없이 보아 온 나조차도 구토를 하고 말았다. - P-1

"두뇌 명석, 박학다식, 다재다능, 뛰어난 행동력의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입니다."
"자기소개가 무척이나 설명적이군." - P-1

"그런 것까지는 봐줄 수 있어요. 하지만 왜 죽기 직전에 남기는 메시지가 암호여야 하지요? 범인의 이름을 정확히 써 놓으면 안 되나요?"

"그 부분에 대해선 엘러리 퀸이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이렇게 말했지. ‘죽음 직전, 그 유례 없는 신비스런 순간, 인간 머리의 비약에는 한계가 없어진다.’ 한마디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 인간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거지."

"설명이 꽤나 구차하네요."

"범인의 이름을 남겼다간, 미스터리가 성립되지 않지."

"고인에 대해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부하 직원들이 그렇습니다. 장인은 매사에 독단적이고, 누구에게 정을 주는 법이 없었어요.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몸 바친 사람을 가차없이 해고했습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장인이 입버릇처럼 한 말이었습니다."

"악필인 주제에 취미가 서예였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귀를 색지에 써서 선물하곤 했지요. 받는 사람에게 폐가 될 뿐이지만."

덴카이치는 종이를 앞으로 내보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イシャヨベ(의사 불러).’
"음."
순간 다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듯했지만, 잠시 후 모두들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허구의 세계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가 전개되면 범인들이 설 땅이 없어지고 만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해 낸 알리바이 트릭이 풀리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훌륭히 구축된 시간과 공간의 마술이 독자 앞에 공개되는 순간을 내심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것이다.

그 순간 덴카이치 아리사, 바위에서 발이 미끄러진다. 몸을 날려 그녀를 잡아 주는 나. 두 사람의 눈이 맞았다가 서둘러 떨어진다. 어색해하는 두 사람.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삼류 연기군."

그 경찰들은 도대체 왜 생초보 탐정이 범인과 수수께끼 풀기 게임을 하는 것을 가만히 숨어서 들어 주는 것일까. 숨어 있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터진다.

"왜, 아 도대체 왜, 왜 이런 곳에 잠수함이 있는 거야."
바다를 내려다보며 내가 말했다.
"처음에는 자동차에 치여 죽는 설정이었어요."

"제가 우체국에서 일하잖아요. 매일같이 우표를 취급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면 잘라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겨서."

하지만 그 직후 기베 씨 가족에게 기적적인 행운이 찾아온다. 길을 잃은 하이킹족 두 명이 하룻밤 재워 달라고 찾아오는데 그들의 직업이 경찰이었던 것이다. 둘 중 한 사람은 젊은 야마다 순경,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명석한 두뇌와 적확한 판단력을 자랑하는 바로 나, 오가와라 반조 경감이다.

"흔히 본격 추리 소설은 의혹의 종류에 따라 분류합니다. 예를 들어 밀실 의혹, 알리바이 허점 찾기, 또는 다잉 메시지 등등이죠. 이런 것들은 모두 의혹의 종류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밀실 의혹의 경우, 소설의 종류가 공개된다고 독자의 흥미가 반감하지는 않습니다.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밀실의 어디에서 어떤 트릭이 사용됐는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소설은 밀실 의혹이다’ 혹은 ‘알리바이 허점 찾기다’ 하는 식으로 소설의 종류를 알려 주는 것이 책을 선택하는 데 참고가 되고 추리 소설 마니아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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