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드라이아이스도 아닌데 어떻게 사라집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묻겠습니다. 범인은 집 밖으로 나간 걸까요?" - P-1
이제 독자 여러분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번 소설의 트릭은 변장, 즉 ‘1인 2역’ 장르다. 덴카이치가 소설 도입부에서 장르를 밝히지 못했던 이유도 아셨으리라. - P-1
덴카이치는 자신이 1인 2역의 트릭을 간파해 낸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 덴카이치를 보며 나는 본격 추리 소설의 탐정도 참 고생이 많다는 걸 절감했다. 이런 경우에조차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P-1
"어떻게 알았냐고? 그거야 변장한 당신 모습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지, 이 바보야." - P-1
시체는 시주함 앞에 쓰러져 있었다.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 뒤에서 누가 목을 졸랐다는 것은 목에 감겨 있는 줄만 보아도 익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교살 사체가 아님을 감지하게 만드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위쪽을 보고 누운 남자의 입에 뭔가가 물려 있었던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만두처럼 보였다. - P-1
나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중얼거린다고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선 피살자의 신원을 조사하기로 했다. 그것은 이내 판명됐다. 10년 전쯤에 섬을 떠난 가이모토 마키오라는 남자였다. - P-1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그 유명한 두뇌 명석, 박학다식, 다재다능……." "뛰어난 행동력의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겠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야." "요즘엔 거기에 개성적이고 매력적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 P-1
한 명의 아이 홀로 산다. 하지만 결혼식을 올려 모두 사라졌다. - P-1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 - P-1
"그거야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지요. 친구한테 덴카이치 탐정 얘기를 들었어요. 두뇌 명석, 박학다식, 다재다능, 뛰어난 행동력의 명탐정이라고." - P-1
"녹색 볼펜으로 주소가 적혀 있군요. 녹색 잉크로 쓴다는 건 이별의 암시라고들 하는데, 그것과 관계가 있나? 아무튼, 보낸 사람 이름은 나라시노 곤베에로 되어 있군요." - P-1
경찰이 경계를 선 상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찰서로 돌아온 나는 오쿠로 저택의 거주자들을 불러 가능한 한 가장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한 명 한 명 조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오쿠로 가즈오였다. 이치로와 지로 부자가 사라지면 그가 회사의 실권을 장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 나는 그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 P-1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른 사건이 발생해서." 콧수염의 남자, 그는 오가와라 경감, 즉 나였다. 오가와라 경감이 내 쪽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그래요, 가네다 경감. 얼굴색이 안 좋네요." - P-1
"집주인 아메무라 씨는 인간 사회의 번잡함에 혐오감을 느끼곤 했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이곳에 올라 마음을 다잡았다는군요." - P-1
"관리인의 증언은 믿을 수 없어. 최근 들어 안경을 새로 맞췄다고 했잖아. 그 전에는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인사를 할 정도로 눈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군. 더구나 탑 위에는 로프를 묶을 만한 곳도 없어. 역시 낙하산이야." - P-1
"아이고, 도쿄의 경감님이 와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습니다. 이런 깡촌에는 사건다운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어서요. 더구나 살인 사건은 경찰서가 생긴 이래 처음입니다. 솔직히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달려왔습니다." - P-1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현실 세계의 경찰은 이렇지 않다. 예를 들자면 경찰은 자신의 관할 구역을 벗어나면 일반인과 신분이 같아진다. 더구나 경감 따위는 지방 공무원에 불과해서 수사에 조금이라도 개입할라치면 꺼지라는 현지 경찰의 호통을 듣게 된다. - P-1
"전문 지식을 갖췄다고 해서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요. 그런 사람들은 백면서생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로 스토리를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해요. 그 바람에 진실에서 크게 벗어나는 추리를 전개하기도 하지요."
"이제는 행동파의 시대예요. 자신의 눈과 귀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어 내느냐가 탐정의 능력을 좌우할 겁니다."
"지혜가 부족한 자일수록 지혜를 무시하는 법이지.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를 푼다는 건 바로 인간의 수수께끼를 푸는 거야. 그렇다면 오랜 세월의 인생 경험에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터득한 사람이야말로 탐정에 적합하다는 말이 된다네. 정보, 정보들 하는데, 진상을 꿰뚫는 데 필요한 정보는 사실 한 줌 분량도 되지 않아. 더구나 그것이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도 아니고. 위대한 탐정은 쓸데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팔과 다리를 혹사하지 않는다네."
"진상 규명에 인생 경험이 필요하다는 건 진리라고 생각해요." 역시 할머니는 할아버지 편을 들었다. 하지만 결론은 조금 달랐다. "그래도 말이죠, 불충분한 정보로 추리하는 건 죄악입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하진 않아요." 할머니의 배신에 로쿠다 할아버지의 안색이 확 변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변호사 니노미야가 질문을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