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이 전혀 다른 두 전철이 같은 방향으로, 그것도 똑같은 역에 정차하면서 나아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다바타와 시나가와 사이의 야마노테 선과 게힌도호쿠 선도 그런 경우의 하나이다. - P-1

어느 날, 건너편 전철에 타고 있는 한 여성이 다카시 눈에 띄었다. 그녀는 다카시처럼 출입문 옆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가 길고 눈이 커다란 아가씨였다. 대학생일까. 캐주얼한 차림새를 보면서 다카시는 그렇게 짐작했다. - P-1

그 후 다카시는 그녀가 매주 화요일 같은 전철에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늘 똑같은 시간에 지나가는 전철이었다. 그리고 늘 같은 차량, 같은 문 옆에 서 있었다. - P-1

다카시는 화요일 아침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녀를 본 날은 왠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어쩌다 그녀를 못 보는 날에는 웬일일까 싶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요컨대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 P-1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여느 때처럼 두 전철이 근접했을 때였다. 그쪽 전철 안에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는 이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전철 안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 P-1

저쪽은 이쪽의 패럴렐 월드인지도 모르겠군. - P-1

"그 정도는 알지. 컴퓨터로 만든 화면을 사람에게 보여 주고 그 사람이 마치 화면 속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거잖아." - P-1

"보여 주는 게 다가 아니지. 소리도 들려주고 촉감도 느끼게 해 줘. 한마디로 인공적으로 만든 세계를 진짜 현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거야. 비행사들의 훈련용 시뮬레이션 장치도 그 일종이지."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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