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어느 소설가의 말에 의하면 오백 명에 한 명 꼴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살인범이 우리 가운데 있다고 한다. 즉 우리 주변에 있는 오백 명 중 한 사람은 살인자이지만, 시치미를 떼고 활개를 치며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말인가.

왼쪽 집에 사는 M 씨는 어떠한가? 그 집 주인인 M 씨가 최근 공무로 지방 출장 중이라던데, 그는 정말 출장 중일까?

‘하지만 이제 됐어. 급할 건 아무것도 없어. 맛난 것은 즐기면서 먹는 거지.’

"자자, 사양 마시고 이쪽 의자에 앉으세요."

코스케는 자꾸만 ‘사양 마시고’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손님으로서는 사양하고 싶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 이제부터가 큰일이니 긴다이치 선생님도 경부님도 각오하십시오."

운전석에서 우에하라 쇼조(上原省三)가 이 말을 한 것은 자동차가 구마노타이라(熊ノ平)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우에하라 씨, 저도 아까부터 놀랐는데요. 이 국도, 생각 외로 교통량이 많군요."
"네, 어쨌거나 하루 평균 천이백 대라고 하니까요."
"천이백 대……? 거, 대단하군."

一連託生, 죽은 뒤 극락정토에서 같은 연꽃 위에 태어남. 좋든 나쁘든 끝까지 행동이나 운명을 같이 한다는 뜻.

그래도 이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의 쇼조의 태도는 확실히 여자에게 잔인했다. 그것은 명백히 초대받지 않은 손님, 환영하지 말아야 할 인물을 생각지도 않게 발견한 사람의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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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殿. 호류지에 위치한 팔(八)각 지붕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꿈의 궁전’이라는 뜻이다.

"호호호, 그 말씀을 들으니 기쁘네요. 어쨌거나 욕망에 열중하니까요. 욕망, 욕망, 욕망……. 그저 그것만이 제 평생의 사는 낙이에요. 거기 있는 손녀딸 유카리도 이제 대충 믿을 만하지만 욕망, 욕망, 욕망…… 그 하나가 아직…… 그래서 저도 좀처럼 죽지를 못하네요,"

"오늘, 오늘 밤 이 시각에
너희는 이 잘린 머리와 재회했다.
앞으로 너희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으리라.
너희는 저주받고 있다.
너희는 저주받고 있다."

이런 잔꾀를 부리는 일은 나중에 갖가지 증거를 남긴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문제의 시계는 거의 완전히 폭파되었지만 미세한 분말은 수집할 수 있어서 경시청 과학검사소에서 조사 중이다. 거기서 뭔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설사 실패했다 하더라도 거기서 범인상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지 않겠습니까? 그야 세상엔 타인의 가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파괴하는 것만으로 기뻐하고 싱글거리는 악마 같은 영혼을 지닌 인간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체로 누군가를 협박하는 놈이란 거기서 뭔가 수확을 얻으려는 마음이 있는 겁니다. 데쓰야 소년을 협박해서 대체 뭘 얻을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데쓰야 소년은 그때 우리와 마찬가지로 4층에 내려와 있었습니다."

부처가 일변해 귀신이 되고 악마가 되죠.

호-겐-시게루-여, 너는-다른-남자를-살해-했다. 작년 가을-너-에게-이것과-같은-편지와-사진-을-보낸 것은-혼-조-나오-키치-가 아니었다. 너는-지금-살인-자다. 그러니-요구-액-은-배가-될-것이다.

그는 이제 새삼 도시인의 무관심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어 자신의 행동에 자신을 갖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도시 속의 고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그에게 새삼 참혹한 절망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率堵婆, 죽은 사람의 공양을 위하여 무덤 뒤에 세우는, 위를 탑 모양으로 만든 갸름한 나무상자.

"아버지, 우리의 앞날이 어떻게 되든 저는 평생 끝까지 당신을 아버지라 부를 거예요. 어릴 때부터 이 나이까지 아버지에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제겐 당신 말고 다른 아버지는 없어요."

부부의 이야기에 의하면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주일 정도 전에 짐을 꾸려 표연히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남자가 뭔가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면 그 뒤 구제할 길 없는 고독감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내가 지금까지 자주 역설해온 바이다. 그는 사건 해결에 성공했을 때 절대 우쭐해하지 않는다. 우쭐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로 격렬한 자기혐오에 빠진다는 것은 이 이야기 속에서도 지적했을 것이다.

그 금액을 듣고 나도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아이가 없는 이 노부부가 검소하게 살아가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뿐이 아니에요. 선생님, 거기에 양도세까지 제대로 지불하셨어요."
부인 요시에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설마, 자살할 작정인 건……."
"그런 바보 같은!"

"그런 느긋한 사태가 아니에요. 선생님이 전 재산을 여기저기 시설들에 기부한 흔적이 있어요. 보스 말로는, 두 번 다시 일본에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 아니냐고."

황제의 물건은 황제에게 돌려주라고 하는데 지금부터 40년 전 미국에서 돌아와서는 오카야마 현의 농촌에 불쑥 나타나 <혼진 살인사건>을 해결한 그는 그로부터 36년 뒤 <병원 고개의 목매다는 집>을 마지막으로 홀연히 제2의 고향이라 할 미국으로 날아가 그대로 광대한 사막 어딘가로 사라져간 것일까. 아니면 미국 도회지의 떠들썩함 속에 증발한 것일까. 가자마건설은 방대한 정보망을 동원해 긴다이치 코스케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성공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선생님은 오랫동안 슬럼프로 집필을 쉬고 계셨는데 저는 그 동안에도 여러 가지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두세 가지 당시 사건의 기록이 있습니다. 내키시면 써주세요.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도도로키 경부님이나 이소카와 경부님께 물어보십시오. 어떤 사건이건 두 경부님 중 한 분이 관여하고 계시니까요."

나는 이것을 긴다이치 코스케의 유언이라고 믿고 있다. 유언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지금 무한한 슬픔과 싸우면서 긴다이치 코스케가 남기고 간 방대한 자료와 씨름하는 중이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너져가는 전통 일본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에 대한 잔인한 통찰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의 마지막 사건에서 이러한 일본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슬프지만 일말의 희망을 숨긴 눈으로 그리고 있다. 후속 세대는 이전 세대의 죄업으로 고통받고 좌절한다. 거칠지만 생기 넘치던 젊은이들은 세월이 흘러 죽기도 하고 초라해지거나 속물이 되기도 하지만, 견실한 인간으로서 다음 세대를 키워내고 다음 세대에 희망을 걸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던 묘하게 가슴을 울리는 여운이 있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험담이 이토록 슬픈 울림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알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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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내외의 추리소설이 끼어 있는 것은 왜일까. 데쓰야의 말에 따르면 추리소설이야말로 가장 지성이 풍부한 심심풀이용 읽을거리라고 했다.

너는 호겐 시게루의 자식이 아니다.
네 아버지는 이 머리의 주인이다.
그 증거로 너는 거울을 보고 이 머리와 비교해보아라.

너는 호겐 가문과는 인연도 연고도 없는 인간이다. 너는 사기꾼이다, 가짜다, 떠돌이다, 지위도 신분도 없는 구더기 같은 존재이다!

봐라, 이 잘린 목을. 이게 잘린 건 어제나 오늘 일이겠지. 이미 슬슬 부패하고 있지 않니. 파출소에 반 시간이나 한 시간 늦게 가는 건 아무 것도 아니야. 그보다 장사치의 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봐라, 손님은 약속대로 대가를 여기 두고 가지 않았냐며…….

그때 아버지는 대장의 도량을 발휘했어요. 그에 반해 저는 자신이 자존심 없는 잡병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배우는 모였다!
"긴다이치 선생, 그럼 오늘 밤……?"
"모르겠습니다, 경부님. 저로서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게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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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긴다이치 선생."
"그런데 경부님."
동시에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지금 긴다이치 코스케와 도도로키비밀탐정사무소 소장 도도로키 다이시 두 사람도 그런 상황이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도쿄 방면 동료인 도도로키 경부도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가 없어 정년퇴직하고 시부야에 도도로키비밀탐정사무소라는 것을 세웠다. 예상외로 성공하여 금세 사무실이 비좁아졌을 때 긴다이치 코스케가 가져온 소식이 제2 가자마 빌딩 4층부터 위를 개방한다는 낭보였으니 퇴직한 경부의 첫 사업치고는 일단은 성공했다고 봐도 좋겠다.

대개 젊었을 때부터 꾀죄죄한 남자는 의외로 나이를 먹지 않는 법인데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 전형적인 부류에 속할 것이다. 우선 머리카락이다. 본인은 ‘아, 이래 봬도 나이가 적지 않습니다’ 라고 하지만 참새둥지 같은 더벅머리는 구태의연할 정도로 여전한 데다가 백발 따위는 한 올도 없다.

"그런데 긴다이치 선생."
"그런데 경부님."

그렇게 갑자기 동시에 입을 열었는데 그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지라 이내 폭소가 터졌다. 그 웃음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따스한 감정이 오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장의 서두에 적고자 한다.

등록망촉(得隴望蜀)이란 하나를 이루면 그 다음이 욕심난다는 뜻으로,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속성을 드러내는 말이다. 평롱망촉(平隴望蜀)이라고도 한다.


옛날 위나라의 사마의가 승세를 몰아 촉을 공략하려고 했던 고사에서 나온 말로, 인간이 탐욕스러워서 만족할 줄 모름을 비유한 말.

후한서 헌제기(獻帝紀)에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촉(蜀)을 차지한 유비(劉備)가 오(吳)의 손권(孫權)과 다투고 있는 틈을 노려 위(魏)의 조조(曺操)는 단숨에 한중(漢中)을 점령하고 농을 손에 넣었다. 그러자 명장 사마 의(司馬懿)가 조조에게 말하였다. "이 기회에 촉의 유비를 치면 쉽게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조조는 이렇게 말하면서 진격을 멈추었다. "사람이란 만족을 모른다고 하지만, 이미 농을 얻었으니 촉까지는 바라지 않소." 실은 당시의 조조군으로 촉을 토벌하기에는 힘이 부쳤던 것이다.

"긴다이치 선생, 시켜주시오. 아니, 돕게 해주시오. 그 이상이란 사건을. 나란 노구를 채찍질해서…… 아니, 아니, 노구라고는 하지 않겠소. 내 이래 봬도 몸은 아주 건강하니까."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남자는 뭔가 힘든 사건을 해결하면 그 뒤 구제할 길 없는 고독감으로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그가 좋아서 다룬 사건이 경사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은 거기서 몇 사람인가 희생자가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라는 돈키호테가 나오지 않았다면 입을 싹 씻고 세상을 살 수 있었을 신사 혹은 숙녀의 머리 위에 법의 형벌이라는 철퇴가 떨어지는 것이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것을 정의라고 믿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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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나는 곧 죽겠지만 내가 죽으면 목을 잘라 풍령처럼 저 샹들리에 끝에 매달아줘. 도시오 씨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여러분은 ‘화재현장의 힘’이란 말을 아시나요. 인간이란 위기의 순간이 되면 자신도 몰랐던 힘이 나온다는 것을.

raxa, 양털로 짠 두꺼운 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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