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Pantaleón y las visitadoras)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요약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현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대표작. 처음으로 작품에 ‘유머’를 도입해 문학관과 글쓰기 방식에 전환점을 이룬 걸작.
본문
원제
Pantaleón y las visitadoras (스페인어)
지은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Mario Vargas Llosa)
옮긴이 송병선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09년 12월 15일
ISBN. 978-89-546-0905-0
페이지 수. 392쪽
시리즈 번호. 세계문학전집 004
이 작품을 쓰면서 나는
문학에서 유머와 장난이 가지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진지한 문학에서 해방되는 경험을 맛보았다."
_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현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1973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문학적 유머를 처음으로 도입해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페루 군부가 아마존 지역 주둔 병사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창설한 ‘특별봉사대’를 소재로 삼았다. 요사는 애초에 진지한 어조로 소설을 구상했으나 이내 이 이야기는 익살과 농담과 웃음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집필하게 된다. 작품이 출간되자, 비평가들은 그가 갑작스럽게 글쓰기 방식을 바꾼 것에 무엇보다 놀란다. 작가 스스로 "나는 문학적 유머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고, 『도시와 개들』 『녹색의 집』 『카데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등 이전에 발표한 그의 작품들에는 유머가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유머와 아이러니를 이끌어가는 원천은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다. 향락의 세계라고는 전혀 모르다가 ‘특별봉사대’를 운영하며 전문성을 쌓아가는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를 비롯하여, 엘리트 아들을 자랑스레 여기면서도 미신을 신봉하는 판토하 대위의 어머니, 창녀촌 포주에서 ‘신분 상승’하여 특별봉사대의 핵심 요원으로 활약하는 중국인 포르피리오, 투철한 직업 정신을 발휘해 봉사대원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개성 넘치는 창녀들, 판탈레온을 돈으로 매수하려다 실패하자 앙심을 품고 방송을 통해 특별봉사대를 비난하는 라디오 DJ 신치 등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인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한바탕 익살극을 연출한다.
유머로 가득한 소설이나 정치적인 비판의 색채 또한 짙다. 안으로는 부패했으면서도 겉으로는 청교도적인 금욕주의를 표방하는 페루 군부를 조롱하면서, 국가가 문제를 얼마나 황당한 방법으로 무마하려고 하는지를 우스꽝스럽게 그린다. 페루 군부와 사회에 대한 작가의 신랄한 비판은 특별봉사대가 실패한 책임을 판토하 대위에게 전가한 후 상관없다는 듯 뒷짐을 지고 있던 군 고위층이 몰래 봉사대원들에게 ‘봉사’를 받는 모습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 소설의 문학적 유머는 그 독특한 구성으로 완성된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소설에서 작가 시점으로 직접 서술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마치 선문답을 하는 듯한 등장인물 사이의 대화로 작품의 배경이 설명되고, 판토하 대위가 상부에 보고하는 문서에서 ‘수국초특’의 창설 과정과 운영 상황이 모두 밝혀진다. 또한 인물 사이의 긴장과 갈등은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작품의 절정에 이르러 작가는 아마존 지역의 청취율 최고 라디오 프로그램 <신치의 소리>의 방송 대본으로 판탈레온이 처한 위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지역 신문 <오리엔테>의 기사를 빌려 판탈레온이 이끄는 ‘수국초특’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을 서술한다. 이처럼 다양한 형식을 사용해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유머와 풍자, 사회 비판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소를 두루 담고 있는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진정한 대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걸작이다.
줄거리
뛰어난 복무 성적, 탁월한 임무 수행 능력으로 상사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모범 장교 판탈레온 판토하는 대위로 진급한 후 이키토스로 발령받는다. 그곳에서 판토하 대위에게 부여된 임무는 바로 아마존 지역의 병사들을 위한 ‘특별봉사대’를 창설하라는 것. 아마존의 고립된 군부대에 복무하는 병사들이 섹스에 굶주린 나머지 인근 마을 여자들을 겁탈하는 사건이 급격히 늘면서 지역주민의 분노와 원성을 사게 되자, 페루 군부의 고위층은 자구책으로 ‘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라는 이름으로 비밀리에 창녀를 고용하여 병사들의 성욕을 달래는 묘안을 마련한 것이다.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임무이기에 판토하 대위는 민간인처럼 위장하고, 가족에게도 비밀 임무의 성격을 밝혀서는 안 된다. 그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원칙을 지키며 고지식하게 살아온 ‘바른 생활 사나이’ 판토하 대위는 이 기괴한 임무를 거부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상부의 명령에 따라 ‘봉사대’를 조직하게 된다. 군 고위층에서도 성공에 의심을 품었던 작전이지만,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는 특유의 치밀함으로 봉사대를 아주 훌륭하게 운영하며 예상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놓는다. 대위는 급기야 스스로 그 임무에 완전히 빠져들어, 봉사대원 중 하나인 ‘미스 브라질’을 애인으로 삼으면서 아내를 배신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비밀리에 운영되던 특별봉사대의 정체가 주민들 사이에 공공연히 알려지고, 주민들은 그것을 군부가 조직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판탈레온을 ‘포주’로 여겨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특별봉사대를 민간인에게도 개방하라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중에 ‘미스 브라질’이 이키토스 주민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판탈레온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살해당한 그녀에게 예를 지키기 위해 군복을 입고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그 때문에 특별봉사대를 둘러싼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군 고위층은 비난을 받게 되자 판토하 대위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작가소개-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1936년 페루 아레키파에서 태어났다. 1952년 레온시도 프라도 군사학교를 중퇴한 후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며 문학 경력을 쌓아갔다. 리마의 산마르코스 대학에서 문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3년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도시와 개들』을 발표하며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고, 1966년 출간한 『녹색의 집』으로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5년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1994년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했다.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다. 주요 소설로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새엄마 찬양』 『염소의 축제』 등이 있고, 『혁명의 문학과 문학의 혁명』 『사르트르와 카뮈』, 대통령 선거전을 회고하는 자서전 『물속의 물고기』 등 수많은 에세이집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