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물러간 뒤에도 한동안 날리던 눈발이 8시가 지나서 구름 틈새로 창공이 드러나는 순간 뚝 그쳤다. 앞 유리에 남은 물방울이 아침 햇살에 반짝거린다. 하늘은 서서히 투명함을 되찾고 있었다.

"내가 산을 좋아하거든."

다자이후 운전학원은 현도35호 지쿠시노고가선 옆에 있었다. 다자이후시 시내를 지나 지쿠시노시와 고가시를 잇는 현도35호는 국도3호선이나 규슈 자동차도로의 지름길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교통량이 제법 많다. 특히 운전학원 주변은 다자이후텐만구를 찾는 관광객으로 북적여서 평소에도 차량 왕래가 많다.

오늘은 십이월 삼십일, 수험 시즌이 한창일 때다. 본래는 수험생과 그 가족이 학문의 신에게 은혜를 빌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 때이지만 세상이 이 지경이어서 어느 주차장이나 텅텅 비었다.

후쿠오카현 중서부에 있는 다자이후시. 스가와라 미치자네 공을 기리는 다자이후텐만구 등 많은 사적이 있는 관광도시이다. 고대에는 ‘서쪽 서울’이라 불리며 규슈의 정치와 문화의 요충지로 크게 번영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근방에 이렇다 할 상업시설도 없고 사영철도나 버스 환승이 복잡하고 번거롭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어중간하게 촌스럽고 갑갑한 시골마을이다.

이 세계 최후의 베스트셀러는 자살 매뉴얼 북이다. ‘그것’이 지구에 떨어질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절망과 공포와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은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자살을 택했다. 특히 인기를 모은 것이 자연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살하기─오지 자살이었다. 광활한 숲이나 계곡, 푸른 초원 같은 곳에서 목숨을 끊음으로써 초목이 쓰러져 대지로 돌아가듯 위대한 자연과 자신의 영혼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둥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구 궤도 가까이 접근하는 천체를 지구접근천체라고 하는데, 그중에 특히 충돌을 경계해야 할 천체를 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이라고 한다. 스미소니언 천문대의 마이너 플래닛 센터는 2023NQ2를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 목록에 올렸지만, 당초에는 다른 대부분의 ‘잠재적으로 위험한’ 천체와 동일한 수준으로 간주할 뿐 크게 주목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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