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키의 아버지가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자각없는 재능만큼 타인을 불쾌하게 하는 것도 없다. 미사키에게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말일 테지만 평범한 나로서는 아예수긍못할 이야기도 아니다.
재능이 있으니 괴롭다. 없으면 더욱 괴롭다. 신이재능을 주는 것이라면 신이라는 존재는 정말로 심술궂다.
나는 음악의 신이니 뭐니 하는 것을 향해 원망을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집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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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4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소설들 중에 이런 식으로 좀 당황스런 제목들이 꽤 되더군요 ^^

대장정 2022-11-14 20:47   좋아요 0 | URL
네, 제목하고 내용이 매치가 안되긴 합니다.ㅎㅎ
 

베토벤이 직접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아니다. 그의 사후 시인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을 두고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에 뜬 조각배가 달빛의 파도에 흔들리는 듯하다"라고 평했다는 점에서 이런 제목이 붙었지만, 미사키의 연주는 그런 선입견과 별개로 내게 호수 위에 걸린 달을 연상시켰다.

1801년에 작곡한 이 소나타는 베토벤이 당시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바친 곡이다. 베토벤에게 이 사랑은 절대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이었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 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백작 딸과의 신분차이가 베토벤에게 절망을 안긴 것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은 만국 공통의 감정이다. 비단 나이나 신분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답답함, 털어놓아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고통. 곡 주제의 셋잇단음표는 그런 감정을연상시켰다.

<월광>의 작품 번호는 27-2. 베토벤의 작곡 이력 안에서는 중기, 즉 난청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에 쓰인 곡이다. 이전 곡과 형식과 내용이 바뀌었고 희로애락을 더 절실히 표현하게 되었다.

이 3악장의 격렬함은 베토벤의 심정 그 자체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절망, 미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연인을향한 애정이 노도처럼 밀려든다.

오른손의 멜로디가 왼손의 리듬을 덮친다.
왼손의 리듬이 오른손의 멜로디를 잘게 새긴다.
선율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몸부림치며 포효한다.
소리가 작렬한다. 리듬이 시간을 절단한다.

남의 일이지만 화가 치밀었다. 다자이오사무의 <달려라메로스>는 아니지만, 지금은 미사키의 사명감을 믿고 대신 반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정과 사람 간의 신뢰를 소재로 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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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무사히 2학년에 올라갔을 때 음악과에 전학생이 한명 들어왔다.
"미사키 요스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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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충장로와 금남로 교차로에 있는 이곳 ‘충금다방에서 광주와의 첫 만남을 적는다.
(1988) - P172

기형도 (1960~1989) 시인 경기도 연평 출생. 연세대 정외과 졸업.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안개> 당선 신문사 기자로 근무하다가 1989년 3월 요절함. 사후에 시집 『입 속의 검은 잎(1989),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1990),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1994), 10주기에 기형도 전집(1999), 20주기에 정거장에서의 충고: 기형도의 삶과 문학(2009), 30주기에「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시전집(2019)가 출간됨 2016년 경기도 광명시에 기형도문학관이 건립됨. - P172

동학사에서 견성하였던 경허는 천장암에서 확철대오하였고, 그 후로는 수덕사를 비롯하여 개심사, 부석사, 정혜사와 같은 암자들을 돌아다니시다 말년에는 해인사의 방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후에는 행방을 감추어 함경도의 작은 한촌에서 신분을 감추고 아이들을가르치다가 64세의 나이로 열반에 드신 큰스님이시다. - P162

그 무렵 나는 정말 스님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출가를 하기 위해 아내를 떠나 가정을 버리고 아이들과 헤어질 그런 용기는 없었다. 우리들의 인생이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잘 모르지만, 사내의 몸을 받은 대장부로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중노릇한번은 해볼 만하다는 절실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나는 차마 머리를 삭발하고 내 있던 자리를 벌떡 일어나 박차고 가출할 용기는 없었던 것이다. - P163

해인삼매는 부처가 《화엄경》을 설법하면서 도달한 삼매의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풍랑과 같은 모든 번뇌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삼라만상모든 업이 도장 찍히듯 그대로 바닷물에 비쳐 보여 일체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무튼 나는 해인이라는 말의 의미가 너무 좋아서 언젠가 무심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새로 짓는 집의 이름을 해인당이라고 부르고 싶다.‘ - P164

世與靑山何者是세여청산하자시
春光無處不開花춘광무처불개화

이 구절은 경허 스님이 천장암에서 읊은 노래로, 그 노래를 본 순간 내마음은 마치 불을 지핀 듯 불기운으로 환히 타오르고 있었다.

세상과 청산은 어느것이 옳은가.
봄볕이 있는 곳에 꽃 피지 않는 곳이 없구나. - P164

내가 찾아갈 곳이 청산이냐, 세상이냐 어느 것이 옳을까하며 시비를거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비록 내가 세속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내마음이 봄볕을 비추는 곳을 찾아가고 있다면 그곳이 어디건 꽃이 필 것이 아니겠는가. 내 몸이 비록 청산을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 마음이 봄볕을 향한다면 그곳에는 반드시 꽃이 피어날 것이 아니겠는가. - P165

최인호 (1945~2013) 소설가.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고교 2학년 때 단편<벽구멍으로>(1963)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였으며, 1967년에 단편 <견습환자>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됨. 주요 작품으로 <모범동화>(1970), <타인의 방>(1971), <전람회의 그림>(1971), <무서운 복수>(1972), <기묘한 직업>(1975) 등의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1972), 바보들의 행진(1973) 천국의 계단(1978) 불새(1979), 겨울 나그네(1984) 잃어버린왕국(1984), 왕도의 비밀(제왕의 문)(1991), 상도(1997), 해신」(2001), 유림」(2005) 등의 작품을 발표함. 송산상 문화부문, 연문인상, 동리문학상, 아름다운예술인상 대상 등을 수상함. - P165

전혜린 (1934~1965) 수필가 번역문학가 평안남도 순천 출생.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였다가 3학년 재학 중 전공을 독문학으로 바꾸어 독일로 유학하여, 독일 뮌헨대학 독문학과를 졸업 1959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이화여자대학교의 강사를 거쳐 1964년 성균관대학교 조교수 및펜클럽한국본부 번역분과위원으로 위촉되어 일하기도 함. 1965년 1월 31세로 요절함. 사강의 어떤 미소』(1956), 슈나벨의 『안네 프랑크-한 소녀의 걸어온 길(1958),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1959), 케스트너의 화비안」(1960),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 가운데 (1961),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964) 등 10여 편의 번역 작품을 남겼음.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와 미래완료의 시간 속에(1966)가 있고,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제명으로 1967년동아PR연구소 출판부에서 일기가 유작으로 출간되기도 하였음. - P178

요즘도 가끔 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 입국 심사대를 통과할 때마다 감개무량하다. 과거에 그렇게 천대받던 한국 여권, 요즘은 내밀면 질문 하나 하지 않고 즉시 도장을 쾅 찍어 돌려주지 않는가? 나라가 강해지면 국민이 이렇게 대우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한 마음이그지없다.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나같이 약소국의 여권으로 고생하고 자존심이 상해본 사람에게는 특별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라도 국격을 떨어트리는 사람은 밉고 쉽게 용서되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한국인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라가 강해야 국민이 대접받고,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도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다. - P185

손봉호 (1938~) 기독교 철학자. 경북 포항 출생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음.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와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를 지내고,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공동대표, 한국철학회 회장, 동덕여자대학교총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을 역임함. 현재 서울대학교명예교수,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으로 활동 중임. 저서에 현대정신과 기독교적 지성(1978) 사도신경 강해설교(1982), 「윗물은 더러워도 (1983), 「별 수 없는 인간(1984) 나는 누구인가 : 현대인과 기독교의 만남을 위하여』(1986), 오늘은 위한 철학(1986), 그리고 에세이집 꼬집어 본 세상(1990) 외 다수가 있음.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현대수필상을 수상함.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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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1908~1937) 소설가 강원도 춘천 출생. 휘문고보를 마치고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진학했으나 중퇴함 1935년 단편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의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 구인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였으나 30세 나이로 요절함. 2002년 8월 고향 실레마을에 김유정문학촌이 조성되었고 2004년 12월 고향 근처를 지나는 경춘선에 김유정역도 생겼음. 주요 작품으로 <금따는 콩밭>, <산골>, <봄봄>, <동백꽃> 등과작품집으로 동백꽃(1938)이, 사후에 김유정전집』(1968), 원본 김유정전집(1987), 원본 김유정전집(1997), 김유정전집』(2003), 김유정 한국근대문학전집(2013)이 출간됨. - P52

강경애 (1906~1943) 소설가 황해도 송화 출생 1931년 《조선일보>에 단편소설 <파금>을,
같은 해 장편소설 「어머니와 딸을 《혜성>(1931)과 《제일선>(1932)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함.
단편소설 <부자>(1933), <채전>(1933), <지하촌>(1936) 등과 장편소설 『소금(1934) 인간문제』(1934) 등으로 1930년대 문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 그밖에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 <축구전>(1933), <유무>(1934), <모자>(1935), <원고료 이백 원>(1935), <해고>(1935), <산남>(1936),
<어둠>(1937) 등이 있음. 사후에 강경애전집』(1999)이 나옴. - P56

담요를 사들고 집에 들어서니 어미 무릎에 앉아서
"엄마, 아파! 여기 아파!"
하고 머리를 가리키면서 울던 딸년은 허둥허둥 와서 담요를 끌어안았다.
"엄마, 해해, 엄마, 곱다."
하면서 뚝뚝 뛸 듯이 좋아라고 웃는다. 그것을 보고 웃는 우리 셋 - 어머니, 아내, 나은 소리 없는 눈물을 씻으면서 서로 나를 쳐다보고 돌렸다.
아, 그때 찢기던 그 가슴! 지금도 그렇게 찢긴다. - P62

‘추운 겨울을 어찌 지내느냐? 담요를 보내니 덮고 자거라,ㅇㅇ(딸년) 가 담요를 밤낮 이쁘다고 남은 만지게도 못하더니,‘아버지께 보낸다‘고 하니, "할머니 이거 아버지 덮니?"하면서 소리 없이 내어놓는다. 어서 뜻을 이뤄서 돌아오기를 바란다.‘ - P63

최서해 (1901~1932) 시인 소설가. 함경북도 성진 출생. 본명은 학송 아호는 서해 · 설봉 또는 풍년 유년시절 한문을 배우고 성진보통학교에 3년 정도 재학한 것 외에 이렇다 할 학교교육은 받지 못하였음. 소년시절 빈궁 속에 지내면서 《청춘》, 《학지광》 등을 사다가 읽으면서 문학에눈을 뜸. 1918년 간도로 건너가 방랑과 노동을 하면서 문학 공부를 계속함. 1924년 상경하여 이광수를 찾아가 그의 주선으로 양주 봉선사에서 승려 생활을 하다가 상경하여 조선문단사에 입사함. 1927년 현대평론사 기자(1927년), 중외일보 기자(1929년), 매일신보 학예부장(1931년)으로 근무하다 1932년 요절함. 1924년 1월 <동아일보>에 단편소설 <토혈>을 발표하고, 같은 해 10월 《조선문단》에 <고국>이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함. 주요 작품으로 <탈출기>(1925), <기아와살육>(1925), <박돌의 죽음>(1925), <큰물 진 뒤>(1925), <그믐밤>(1926), <팔개월>(1926),
<홍염>(1927), <전아사>(1927), <낙백불우>(1927), <인정>(1929), <전기>(1929)가 있음. 작품집으로 『혈흔」(1926), 『홍염(1931)이 있고, 사후에 장편소설 「호외시대(1994), 문학전집으로 최서해전집1-2」(1987) 등이 출간됨. - P63

형을 받게 된다는 것과 같이, 나도 칠십을 살는지 팔십을 살는지 살아 있는 그 동안에 모든 것을 훌륭히 단념해 버리고 될 수 있으면 평안하게 허둥지둥 추태를 피우지 말고 임종을 하게 되었으면 한다. 하나 그것도 또한 누가 알아 꼭 기필할 수 있으랴. - P65

이렇게 생각해보니 너무나 허무상을 느끼는 한낱 불안이 없지도 않다. 모처럼 어렵게 받아 가진 이 몸인데 그 자기의 생명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그것은 아무라도 크나큰 손실이니까 그것처럼 서운하고 섭섭하고안타깝고 구슬픈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는 수 없는 일이다. 암만 딱해도 어쩔 수 없는 무상이고 아무라도 기어코 면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 P65

그렇다면 그 무상을 어떻게 하면 뉘우침이 없이 고이 받을 수 있을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그 죽음이라는 화두보다도 우리가 어떻게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그것이 도리어 먼저 끽긴한[매우 중요한 일] 일대문제인 듯싶다. - P65

이 몸뚱아리도 본래는 ‘공‘이었던 것이 틀리지 않는다. ‘공‘에서 생겨나왔다가 ‘공‘으로 다시 돌아가 버리는 것이 이 인생이라. 죽음이란 본디 떠나온 것으로 다시 찾아 돌아간다는 말이다. 본래가 밑천 없는 장사라서아무러한손도 없거니와 또한 득도 없는 것이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로  그저 아무것도 아닌 그대로의 한 ‘공‘이다. - P66

궂은비나마 실컷 맞아 좀 보자. 낡은 벼 두루마기가 다 ㅡ 무젖도록 하염없는 인생을 조상하는 눈물로 삼아서 - - P67

홍사용 (1900~1947) 시인 희곡작가 경기도 용인 출생. 호는 노작, 소아, 백우,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한 후 휘문의숙을 졸업 기미독립운동 당시 학생운동에 가담하였다가 체포됨. 문단 활동으로는 박종화, 정백 등 휘문교우와 함께 유인물 《피는 꽃》(1918)과 《문의》를 창간한 것을 비롯하여, 문예지 《백조》를 3호까지 출간함. 그의 시작 활동은 1922년 1월 <백조> 창간과 함께 본격화되어 창간호에 권두시 <백조는 흐르는데 별 하나 나 하나>(1922)를 비롯하여 <나는 왕이로소이다>(1923) 등 20여 편과 민요시 <각시풀>(1938), <붉은 시름>(1938) 등 여러 편이 있음. 1923년 극단 토월회에 참여하였음. 소설로 <저승길>(1923), <봉화가 켜질 때>(1925), <정총대>(1939), 희곡<할미꽃>(1928), <출가>(1928), <제석>(1929) 외에도 수필 및 평문이 있음. 사후에 1976년 유족들이 시와 산문을 모아 나는 왕(王)이로소이다 간행함. 그리고 홍사용전집(1985), 홍사용전집(2000), 홍사용 : 근대한국문학전집(2014) 등이 있음. 2010년 3월 유년시절을 보낸 경기도화성시에 노작홍사용문학관이 건립됨. - P67

"아버지 저 물 속에도 달이 있어요."
"참 그렇군…………."
"왜 물 속에도 달이 있어요?"
"그건 하늘 옛 달이 물속에 비친 탓이지."
"그럼 왜 달이 물에만 비쳐요…………."
"왜 물에만 비치나 땅에도 비치지"
"
"그러나 땅에는 달이 뵈잖는데………..
나는 어린애의 이 말에 갑자기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과연 달은물속에만 비쳐서 옥 덩이나 잠긴 듯이 물속이 환하다. - P69

말을 마치지 못하고 히히 웃는다. 우리집 뒤에는 부엉새가 날아온다.
밤나무 잎이 기름져 반들거리고 잣나무 위에도 으스름 달빛이 흐리어 그세엽이 마치 은침같이 번들거린다. 고요한 밤이다. - P70

노자영 (1898~1940) 시인, 수필가 소설가 황해도 장연 출생으로 전해지고 있음. 호는 춘성.
평양 숭실중학교를 졸업하고 1925년경 도일하여 니혼대학에서 수학하고 귀국하여 1934년 《신인문학》을 간행함. 작품 활동은 1919년 8월 <매일신보》에 시 <월하의 몽>, 11월에 <파몽>,<낙목>등이 계속 2등으로 당선됨. 1921년 《장미촌》, 1922년 <백조> 창간 동인으로 가담하여 시를 발표함. 시집 『처녀의 화환(1924), 내 혼이 불탈 때 (1928)과 소설집 (1923) 무한의 금상」(1925) 등을 간행하고, 기타 저서로 『사랑의 불꽃 연애간(1931) 나의 화환-문예미문서간집(1939) 수필집 『인생안내(1938) 등이 있음. - P70

가을 햇볕이 얇게 거리에 떨어지는 오전 그 책방에 들러 산 책 몇 권이며칠째 책꽂이에 그대로 놓여 있다. 가난하던 문학청년 시절 그렇게도사고 싶었는데 만지작거리다 놓고 온 많은 책들, 단돈 몇 백 원이 모자라세권 중에 두 권만 사 갖고 와 며칠씩 몇 번씩 읽고 또 읽었는데 이제는마음껏 얼마든지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살 수 있게 되었건만 책이 그냥 책상 위에 쌓였다가 책꽂이로 넘어간다. 많은 분들이 보내 주시는 책들, 사놓고는 다 못 읽은 책들을 보름이나 한 달에 한 번 꼴로 책꽂이로 옮긴다. - P74

오늘 쓰지 못하고마음에 담아두기만 한 편지는 끝내 부치지 못하게 되고 마는 것이 지금우리들의 삶이다. 오늘 하지 못한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그 한마디는 결국 시간에 밀려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다가 그것도 시간 속에 묻혀버리고 마는 게 우리네 삶이다.  - P74

읽지 못한 책, 그토록 소중하게 가지고 싶던 책, 그런 책에게로 달려가 책에 묻혀 지낼 수 있는 날이 언제쯤 다시 내게 돌아오게 될까 - P74

도종환 (1955~ ) 시인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충남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수료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와 1985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함. 1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시집인 접시꽃 당신』(1986)은 영화로 만들어짐.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
가 1998년 복직하여 교사로 근무하였음. 2008년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2~2020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당선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1985), 접시꽃 당신 1,2』(1986-1988),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1989), 슬픔의 뿌리(2002), 『사월바다(2016) 등11권과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1990) 등 10여 권의 산문집이 있음. 신동엽창작기금, 민족예술상, 거창평화인권문학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부문 예술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백석문학상, 신석정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함. - P75

그냥 내버려 둬 옥수수들이다 알아서 일어나
함민복 (시인) - P76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사방이 조용하다. 동네 민박집에 손님이 들지 않았나 보다 - P76

귀뚜라미들은 온도에 따라 다른 속도로 날개를 비벼대며 소리를 낸다고 한다. 십삼 초 동안에 우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센 다음 그 수에 더하기 사십을 하면 화씨 온도가 된다는 글을 보았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제일 아름답게 들리는 온도가 몇 도씨라는 신문기사도 보았었는데몇 도씨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밤 기온이 내려가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쓸쓸함이 제법 묻어난다. - P76

"그냥 내버려 둬 옥수수들이 다 알아서 일어나, 괜히 강제로 일으켜세우면 옥수수통 끝 알이 잘 여물지 않고 쭉정이가 돼, 주접이 든다구." - P77

옥수수들이, 지게꾼이 지게 작대기로 땅을 짚고 일어서듯 곁뿌리를 뻗어 땅을 짚고 일어섰다. - P77

자리를 툭툭 털고 곧게 일어섰다. 옥수수들이 대견스럽다 못해 생명에대한 경외심마저 들었다. - P77

옛날에 온도에 따라 울음소리를 달리 울던 귀뚜라미라는 곤충이 있었지, 바람에 쓰러지면 곁뿌리를 내짚고 일어서는 옥수수도 있었고 ・・・・ 가장바닷가에 말랑말랑한 흙도 있었지. 뻘이라고 부르던 ・・・・・… 나는 그 흙을아버지와 같이 죽여 보았던 추억이 있지. - P79

함민복 (1962~) 시인 충북 중원군 노은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 1996년부터 강화도 주민이 되어 강화도의 자연과역사와 물고기를 공부하며 생활과 창작을 병행하고 있음 <21세기 전망> 동인, 펴낸 책으로는 시집 「우울씨의 일일」(1990), 자본주의의 약속(1993),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1996), 말랑말랑한 힘』(2005),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2013)과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2003), 미안한 마음(2006),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2009),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2009) 시그림책 꽃봇대(2011), 『흔들린다 (2017)가 있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애지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제비꽃서민시인상 등을 수상함. - P79

이병률 (1967~) 시인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험> 동인 MBC 라디오의 여러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함. 시집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2003), 바람의 사생활(2006), 찬란(2010), 눈사람 여관(2013),
「바다는잘있습니다(2017)과 산문집으로 끌림」(2005),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2012), 어떤날』(2013), 『내 옆에 있는 사람(2015), 혼자가 혼자에게」(2019)가 있음.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 P85

이문재 (1959~ ) 시인 경기 김포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1988), 산책시편』(1993), 마음의 오지」(1999), 제국호텔」(2004), 지금 여기가 맨 앞』(2014), 산문집으로 『이문재 산문집』(2006),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2006), 인터뷰 내가 만난시와 시인』(2003) 등이 있음. 김달진 문학상,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받음. - P93

1) 조춘점묘(早春點描):  조춘(春) 이란 ‘이른 봄‘이란 뜻이고, 점묘(猫)란 붓으로 점을 찍어서 그린 그림‘ 또는 ‘사물의 전체를 그리지 아니하고 어느 작은 부분만을 따로 떼어서 그림‘을 뜻하는 것이니, ‘이른 봄의 도회지 풍경을 내려다보며 생각한 것을 그림처럼 표현한 것‘을 의미함.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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