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羅生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날 폐허가 된 절(?)의 라생문 아래 두사람이(한 사람은 스님이고, 한 사람은 나무꾼이다) 폭우속을 노려보며, 전혀 모르겠다고 중얼거린다.
폭우속을 뚫고 어떤 낯선 남자가 라생문밑으로 들어오고, 그는 전혀모르겠다고 중얼거리는 남자에게 무슨 일이냐며 무엇을 모르겠냐고 묻는다.
스님은 “아무리 세상사 통달한 승려라 한들 이처럼 불가사의한 일을 어찌 알겠소.”라고 대꾸하며, 낯선사람은 스님도 그 일을 알고 있냐고 묻는다. 스님은 여기 이사람과 같이 관아에서 직접 겪은 일이라 말한다.
“여기 라생문을 보쇼, 늘 시체 한두구는 뒹굴테니”
“그렇소, 전란, 지진, 태풍, 화재, 기근, 역병... 세상이 온통 재앙뿐이오”
“그러나, 오늘처럼 무서운 일은 처음이오, 정말 무서운 일이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소. 도적떼나 전염병, 기근, 화재, 전란보다 더 무서운 일이오.”
“설교 집어지우쇼, 그런 지루한 설교를 듣느니 차라리 빗소릴 듣는게 낫지”

사흘전 산에 나무하러 간 나무꾼(이 장면이 엄청 길다, 도끼를 들고 칼을 차고있다. 부엌칼 같은 칼), 나무에 걸려있는 모자, 땅에 떨어져 있는 주머니, 새끼 줄, 죽어 나자빠져 있는 사람 발견. 깜짝 놀라며 급히 관아로 신고하러 뛰어가고, 사흘 뒤 관아로 불려갔다.

1.나무꾼의 말
시체는 분명 소인이 처음 발견했고, 칼은 없었다. 나뭇가지에 여자모자, 바닥에 사무라이 모자, 시체옆에 끊어진 새끼줄, 낙엽 위에 붉은 부적주머니가 있었다. 다른 물건은 없었다.

2.스님의 말
저기 누워있는 시체는 만난 적이 있다. 사흘전 세키야마에서 야마시나로 가는 도중이었다. 모자를 쓴 여자, 칼과 활을 찬 남자(죽은 남자). 그가 불귀의 객이 될 줄,
”참으로 인간의 목숨이란 아침 이슬만큼이나 덧없군요“

3.포졸(?)의 말
제가 체포한 사람은 다조마루, 악명높은 다조마루다. 체포당시 고려칼을 차고 있었다. 사흘전 강가를 지나는데 검은 화살통에, 활, 화살 17개, 회색빛 말. 살해된 남자가 지니고 있던 물건. 다조마루가 말에서 떨어지다니, 인과응보

4.다조마루(도적) 관점
하하하, 말에서 떨어진게 아니다. 말을 달리던 도중 갈증이 나 말에서 내려 개울물을 마셨다. 개울물에 뱀이라도 죽어있었는지 마시기 무섭게 속이 뒤틀리고 강가에 이르니 복통을 견딜수 없었다. 그래서, 말에서 내려 뒹굴고 있었다. 결국 내 목을 베겠지만,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 저 남자를 죽인 건 분명 나다.
사흘 전 무더운 오후, 산들바람만 불지 않았어도 저자를 죽이지 않았을 거다.(산들바람 때문에 모자를 드리운 천이 날리며 여자 얼굴을 보게 된다) 그 여자의 얼굴이 천사처럼 보이고 남자를 처지하고 여자를 차지하기로 맘 먹었다. 가능한 한 남자는 죽이지 않고 여자를 차지할 작정이었다. 여자와 남자는 사라지고 다조마루는 그 뒤 급하게 그들을 쫒는다. 길을 잘 알고 있는 도적은 지름길로 뛰어가 그들을 만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칼을 보여주며 훌륭하지 않냐, 저기 무덤에서 많이 나와 숲에 감춰뒀다, 주겠다, 꼬셔서 남자를 데리고 간다. (그걸 왜 따라가냐.) 저기 소나무 밑에 있다며 가져가라하고, 뒤에서 남자를 덮쳐 나무에 묶어논다. 그리고 여자한테 남편이 뱀에 물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도적은 여자를 남자에게 데려가고 묶여있는 남편을 본 여자는 칼을 뽑아 도적을 찌르려하며, 격렬하게 저항한다. 그러나, 역부족, 힘에 부친 여자는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다조마루는 여자에게 키스를 퍼붓고 여자는 그를 끌어 안는다. 도적은 계획대로 남자를 죽이지 않고 여자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때까진 남자를 살해할 맘이 없었는데, 여자가 쫒아와서 당신이 죽든지, 남편이 죽든지 어느 한쪽이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두 남자에게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아요“ 둘 중 살아남은 사람을 따르겠다 말한다. 다조마루와 남편은 격렬한 결투를 하고 남편은 도적에게 죽임을 당한다. 자기칼을 23번 받아냈는데 지금까지 20번이상 받아낸 사람은 그자가 유일하며 대단한자라 추켜 새운다. 여자는 도망쳤다.(절에서 숨어지내다 포졸에게 발견됐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폭우속 라생문
나무꾼: 다 거짓이야, 여자도 다조마루도 다 거짖이야.
낯선남자: 인간들이란 게 다 그렇지 뭐,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진실을 인정하지 않지
스님: 약한 존재라 그렇소, 약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거죠

5.여자 관점(스님이 말한)
여자의 말은 다조마루의 말과 달리 강하지 않고 아주 연약해 보였다. 저를 속인 도적이 저를 욕보이고 자기가 그 유명한 다조마루라면서 남편의 손발을 묶고 조롱했다. 도적은 우리를 조롱하며 사라졌고, 분노로 번뜩이고 있는 남편의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다. 슬픔의 눈빛이 아니었다. 차가운 증오의 눈빛이었다. 남편을 풀어준 여자는 자기를 찔러 죽이라 한다. 여자는 그런 눈으로 처다보지 마라며 절규한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린뒤 주위를 둘러보니 너무 끔찍했다. 남편 가슴에 자기의 단도가 꽂혀 있었다. 너무 놀라 숲으로 달아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산아래 강가에 서 있었다. 전 그 강물에 몸을 던져 죽으려했지만 실패했다. ”연약하고 어리석은 저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다시 라생문
낯선남자: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군. 여자들은 뭐든지 속이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그러니 여자말은 너무 믿으면 안되요. 그야 스님생각이지 정직한 인간이 어디있소? 자신만 그런줄 아는 거지. 자기 죄는 잊고 거짓말을 하죠. 그 편이 맘 편하니까?

6.죽은 남자의 말(무당의 입을 통해 말했다고 스님이 말한다.)
도적은 아내를 범한 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했고 낙엽위에 앉은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를 설득하는 도적, 한 번 더럽힌 몸으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 아내가 되라. 아내는 황홀한 얼굴로 그를 쳐다 보았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아내는 도적에게 말했다. “어디든 좋아요, 날 데려가 주세요”, “저사람을 죽여 주세요” 바로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암흑속으로 집어던졌다. 인간이 어찌 그토록 비열하고 저주스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도적조차 충격을 받았다. 저 사람을 죽여주세요. 도적은 여자를 발로 밟고 이 여자를 어찌하면 좋을 지 물었다. 도적이 한 눈파는 사이 여자는 도망치고 여자를 따라갔다 한참지나 도적이 다시 와서 남편을 풀어준다. 도적이 사라지고 상심한 남편은 여자의 단도로 자결한다. 시간이 지난뒤 누군가 다시 와 단도를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7.나뭇꾼 관점
그건 거짓이야, 남자의 가슴엔 단도가 꽂혀있지 않았어, 장도에 찔려죽었다. 산에서 여자의 모자를 발견하고 잠시 후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수풀사이로 보니 묶인 남자, 울고있는 여자, 다조마루가 보였다.(남자의 시체를 발견했단건 거짓이었고, 이 사건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다조마루는 여자앞에 꿇어 앉아 용서를 빌고 있었다. 이미 널 가졌지만 내 아내가 되 달라(이게 용서를 비는 것인가?) 당신이 원한다면 도적질도 관두고 장사라도 해서 열심히 살겠다. 나와 함께 삽시다. 허락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죽일 수 밖에 없다.(협박) 내 아내가 되겠다고 말하라. 여자는 단도로 남자를 묶은 끈을 자른다. 도적은 남자끼리 싸움으로 결정하라는 뜻으로 알아듯고 결투를 하려하지만 남편은 이런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싶지 않다며 결투를 거절하고 원한다면 여자를 데려가라 한다. 남편은 아내를 모욕하지만 도적은 연약한 여자라며 편을 든다.(애당초 지가 멍청해서 여자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못난놈) 여자는 사내대장부라면 나보고 자결하라 하기 전에 저자를 먼저 죽여야 한다며 남편에게 큰소리 친다. 도적놈 도 마찬가지라 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다조마루에게 다조마루라 들었을때 해방구를 찾은줄 알았다, 다조마루라면 나를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해방시켜 줄줄 알았다 소리친다. 여자가 원하는 건 진짜 남자다. 여자는 칼로 쟁취하는 거라며 소리친다. 여자의 절규를 들은 두 남자는 칼을 뽑고 결투를 시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칼을 들고 벌벌 떨며 좀처럼 싸우지 못한다. 도적과 남편은 둘 다 아주 못난 겁쟁이 었던 것이다. 칼 한번 부딪히지 못하고 허공에 칼을 휘두른다. 제대로 된 싸움 한번 못해보고 이전투구 끝에 도적의 칼에 남편은 찔려 숨을 거둔다. 여자는 도망치고 남자와의 싸움으로 근력이 바닥난 도적은 여자를 따라잡지 못한다.

인간이 인간을 못 믿다니 이건 지옥이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낯선 남자는 아기를 감싸고 있는 옷가지를(부적이 들어있다) 가지고 도망친다.

인간은 다 이기적이야 모두 변명뿐이지.

나뭇꾼은 집에 아이가 여섯이나 있는데 여섯을 키우나 일곱을 키우나 힘든거 매 마찬가지라며 아이를 데려간다.

덕분에 나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찾은거 같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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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生門라쇼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진실은 하나일지라도 얼마든지 사람마다 그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해석하는 데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세상의 원리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특히 사람의 이기심이 진실을 왜곡하게 만든다#

#전란이 난무하는 헤이안 시대, 억수같은 폭우가 쏟아지는 `라생문`의 처마 밑에서 나뭇꾼과 스님이 `모르겠어. 아무래도 모르겠어` 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시 비를 피하러 그곳에 들른 한 남자가 그 소리를 듣고 궁금해 한다. 이들은 이 남자를 상대로 최근에 그 마을에 있었던 기묘한 사건을 들려준다. 사건이 벌어진 배경은 녹음이 우거진 숲속. 사무라이 타케히로(모리 마사유키)가 말을 타고 자신의 아내 마사코(교 마치꼬)와 함께 오전의 숲속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 낮잠을 자던 산적 타조마루(미후네 도시로)는 슬쩍 마사코의 예쁜 얼굴을 보고는 그녀를 차지할 속셈으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속임수를 써서 타케히로를 포박하고, 타조마루는 마사코를 겁탈한다. 오후에 그 숲속에 들어선 나뭇꾼은 사무라이 타케히로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곧 타조마루는 체포되고, 행방이 묘연했던 마사코도 불려와 관청에서 심문이 벌어진다. 문제는 겉보기에는 명백한 듯한 이 사건이 당사자들의 진술을 통해 다양한 진실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즉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먼저 산적 타조마루는 자신이 속임수를 썼고, 마사코를 겁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라이와는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라고 떠벌린다. 하지만 마사코의 진술은 그의 것과 다르다. 자신이 겁탈당한 후, 남편을 보니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초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을 경멸하는 눈초리에 제정신이 나간 그녀는 혼란 속에서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무당의 힘을 빌어 강신한 죽은 사무라이 타케히로는 또다른 진술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 타조마루가 자신을 옹호해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자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진술 속에는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담겨있다. 좀처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 이때, 실은 그 현장을 목격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뭇꾼이다. 그는 마사코가 싸우기 싫어하는 두 남자를 부추겨서 결투를 붙여놓고 도망쳤고, 남은 두 남자는 비겁하고 용렬하기 짝이 없는 개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입체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가지의 시각으로 재현하는 방식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기법은 거짓된 플래시백으로 관객들에게 진실의 실체를 가리고, 또 변형하여 전달하는 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은 후대 영화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한편으론 이와 같은 기법을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 또는 ‘라쇼몽 기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에서 적용될 때는 ˝라쇼몽 현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 용어들은 철학, 해석학, 심리학  등의 학문에서도 종종 사용되는데, 기억의 주관성에 관한 이론으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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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門은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로 열고자 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우리 위대하신 ˝단군할아버지˝와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빌어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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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추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어서 귀신이 되어 버린 것이로구나.

두 사람 다 각각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제 옛일을 다시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
다시 걸음을 옮겨 하얀 흙담의 막다른 곳으로 향한다.

오카쓰는 잘못했다.
이십여 년이나 지나서 깨닫게 되다니.
미쓰하와 귀신은 꼭 닮아 있었다.

구와바라, 구와바라
천둥이 칠 때, 낙뢰를 피하는 주문으로 사용하는말. 또는, 일반적으로 꺼림칙한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말한다. - P5

도미지로의 형이자 미시마야의 후계자인 이이치로도 마음씨착한 사람이지만, 이 사람은 장남의 긍지인지 자신의 다정함을숨기고 엄격한 남자인 척하고 싶어 하는 버릇이 있다. - P9

연보라 옷 여자의 등에 바싹 붙어반쯤 그 몸에 녹아들어있는 것처럼 겹쳐져, 또 한 명의 여자가 보였다. - P11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 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고 이마에서는 비틀린 한 쌍의 뿔이 튀어나와 있다. 귀가 뾰족하고 입양쪽 끝이 찢어져, 어엿한 짐승 같은 이빨이 된 송곳니가 드러나있었다 - P11

오카쓰도 어제오늘 액막이가 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인생의대부분을 사악함을 꿰뚫어 보고 뱀의 길을 찾는 힘과 함께 살아왔다. - P11

그래서 지금 이 광경이 살아 있는 여자와 그 여자에게 씌어 있는 귀신의 조합이라는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 P11

게다가, 무엇보다도
오카쓰는 잘못했다.
이십여 년이나 지나서 깨닫게 되다니.
미쓰하와 귀신은 꼭 닮아 있었다.
그것은 미쓰하의 귀신이었던 것이다.

미쓰하는 열 명이면 열 명 다 인정하는 미인으로, 무엇보다 유난히 투명한 하얀 피부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편 오카쓰는 마맛자국에 덮여 있어, 보는 사람의 동정을 살지언정 실수로라도선망을 받는 일은 없었다. - P14

질투는 추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어서 귀신이 되어 버린 것이로구나. - P16

"당신이 거기에 있고 그런 모습이 된 사실이 알려지면 슬퍼하실 분이 있습니다. 부끄러워하실 분도 있을 거예요. 질투는 누구의 마음에나 있지만, 지나치면 경멸을 당하고 미움을 받는 법이라고 하지요." - P19

착각이었다.
그 귀신은, 행복하게 사랑을 얻어낸 미쓰하를 질투한 오아키의분노와 원망이 응축된 것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사랑이 성취되려고 하는 미쓰하의 마음이 낳은 것이었다. - P20

쇼이치로는 이기적이고 차가운 난봉꾼이다. 자신의 아이를 가진 적이 있는 오아키조차 질리면 매정하게 버린다. 그런 남자이니 그때는 미쓰하에게 열중해 있었어도 열중하는 척을 했어도, 부부가 되고 그 생활에 질리면 금세 또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옮길 때가 올 것이다. - P21

앞으로의 인생에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다.
쇼이치로라는 남자를 선택해 버린 이상, 미쓰하는 자신 안에있는 질투심과 투기에서 도망칠 수가 없게 되었다. ‘언젠가는‘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어쩌면‘ 하고 - P21

미쓰하 안에서 생겨난 질투와 투기가 귀신이 되고, 미쓰하에게달라붙어 씌었다. 귀신은 미쓰하의 고통을 체현하고 그래서 늘숨을 헐떡이며 신음했던 것이다. 그 괴로움이 지금 저기에 있는,
바싹 붙어 있는 미쓰하의 것이었으니까. 홑옷을 물들이는 피도,
미쓰하의 마음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으니까 - P21

20여 년 후의 미쓰하가 연보라 옷의 늘씬한 안주인이 된 것처럼. 20여 년 후의 오카쓰도 미시마야에서 신뢰받는 안채의 총대행수가 되었다. - P22

두 사람 다 각각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제 옛일을 다시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
다시 걸음을 옮겨 하얀 흙담의 막다른 곳으로 향한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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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교수의 글을 통해서 나는 이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사의 여러 면에 눈을 뜨게 됐다. 한국의근대성, 한국의 민족주의가 얼마나 다각적이며 복잡하게 구성돼 있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북한 건국사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들도 확 바꾸어 주었다. 한 교수의 대중적인 역사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역사에 대한 무한한 궁금증과 기존 학설에 대한 도전 의식, 그리고 과거의 선각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갖게 한다. 아직까지도 박정희 신드롬 등 역사 인식의 숙환을 고치지 못한 우리 사회에, 한 교수의 이책은 분명 명약이 될 것이다. 
-박노자(노르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서울대 국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로 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역사이야기 를 연재하면서 역사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 이라는 선입견을 뛰어넘는 신선하고 도발적인 글쓰기로 독자들의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집행위원. 양심에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성공회대 사이버NGO 자료관장 등을 맡고 있다.
논문으로 상처받은 민족주의 외 다수가 있다.

그 말을 듣고 난 황 정승은 "네 말이 옳구나"(汝言이 是也라)라고 답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황 정승은 이번에도 "네 말이 옳구나"라고 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황 정승은 "네 말이 또 옳구나"(汝言이 亦是也라)라고 답했습니다.

인간이 살아온, 그리고 살고 있는 세계는 상충하는 이해의 충돌과정이었고, 그것을 기록한 역사서술이나 사료는 대개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에서 어느 한쪽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서술이나 기록이었습니다. 만약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어느 한쪽의 주장이 말도 안 되게 엉성하거나, 역사가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사건을 둘러싼 상반된 주장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 사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개의 경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보고, 영화에 등장하는 승려는 이런 인간사의 모습이 전쟁이나 지진, 화재나 역병보다 훨씬 더 무섭다고 탄식합니다. 반쯤 부서진 건물에 라쇼몽이란 현판이 걸린 큰 문 아래에서 비를 피하면서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주장들이 실상은 잘 포장된 거짓일 수 있다는 점을 나름대로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문제는 관점과 기준입니다. 일어난 일은 분명 하나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분명 이토 히로부미를 쏴죽였습니다. 신채호 선생은 분명 유가증권을 위조했습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떤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그 행동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기회주의자 박정희를 찬양하고 기념하면서 자식들에게 올바르게 살라고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일제의 학살만행과 정신대 만행에 분노하고, 노근리 학살에 참담해 하면서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 의혹을 방치해둘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이래서 골치 아픕니다.

‘역사’ 하니, 문익환 목사님의 시가 생각납니다.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산다는 것이라는 말씀이 말입니다.

우리 손으로 자주적인 근대화에 실패하고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휘둘리며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지적하는 것은 우리 역사가 피동적으로 전개되었다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민족의 해방과 근대적 민족국가의 건설을 위해 우리는 참으로 끈질기게 주체적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불행히 승리하지 못한 것이다.

단 한번 승리, 어떤 민중가요가 노래하는 그 단 한번 승리의 짜릿한 감격을 아직 맛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 한번도 왕의 목을 치지 못한…

_유산된 민주혁명

일제의 패망이 있기까지 우리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방을 순수한 전취물이라고 말하는 것도 곤란하다.

일제의 패망은 우리에게 너무 빨리 찾아왔고, 어쩌면 우리는 해방마저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분단을 당했다.

이렇듯 숨가쁘게 근대로 끌려들어오는 와중에 우리는 중요한 통과의례를 치르지 못했다. 왕의 목을 치지 못하고, 다시 말해서 시민혁명을 이루지 못하고 제국주의적 근대에 편입된 것이다.

시민혁명을 거치지 못하고 제국주의적 근대에 편입되었다는 것은 전근대의 부정적 요소들이 고스란히 다음 시대에 살아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화운동이 확실하게 장사지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보낸 박정희는 지금 부활을 꿈꾸고 있다.

시민 없는 시민사회

우리 사회에 결여된 것은 시민만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는 국가 우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민만이 있을 뿐, 국가라 할지라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자유와 권리의 주체로서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인민(people)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참정권의 경우 이를 보장하기 위한 운동을 18세기 말에 처음 시작한 프랑스의 메리쿠르는 ‘미친년’ 소리를 듣다가 정말로 미쳐버렸고, 구즈는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고 말하다가 의정단상에 오르기 전에 단두대에 올라야 했다.

전근대의 잔재를 청산하지 않고 무늬만 민주주의인 선거가 실시되고, 게다가 계급과 이념에 기초한 정당정치는 한국전쟁으로 말살되고 보니, 종친회, 화수회(花樹會), 향우회, 동창회 등 혈연, 지연, 학연으로 똘똘 뭉친 조직들이 근대적 이익집단을 대신하여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대개는 쫓겨나는 동료들의 아픔을 같이 느끼며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부끄러움, 도덕적 책무에 번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들의 지위가 높아지고 해당 분야에서 권력을 장악하자 그날의 아픔은 죽은 자들, 그리고 죽음을 기억하는 자들에 대한 공격성향으로 나타났다.

왕정은 왜 왕따당했나

_입헌군주제 논의와 공화제의 도입

일찍이 독립협회는 "자유나 민권을 모르는 백성들에게 민권을 주어 하원을 설치하는 것은 위태하다"면서 "무식한 나라에서는 군주국이 민주국보다 견고"하다고 하여 민중들의 국정참여를 반대하였다.

일본의 ‘천황’ 가문이 이어진 것은 위대하거나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힘없이 뒷방으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가 다스린 중국에서 왕조의 교체 주기는 200∼300년이었던 반면, 국왕이 다스린 한국에서 왕조의 교체 주기는 500년이었고, ‘천황’이 다스린 일본에서는 ‘천황’가의 맥이 끊어지지 않았다.

남한 단독선거를 향한 움직임이 구체화될 무렵, 김구는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泣告: 울며 고함)이란 유명한 글에서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위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임시정부에 ‘9개준승’은 참으로 모욕적인 문서였지만, 임시정부 국무회의는 "손님인 객군(客軍)은 주재국의 주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픔을 참으며 이를 접수’[忍痛接受]했다.

필자는 요즈음 대한민국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이라도 제대로 계승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그런 정부라면 통일을 지향하고, 민중의 생존권을 존중하고, 어떤 특권세력에 의한 부와 권력의 독점을 용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주성을 갖는 정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태극기가 박영효가 일본에 사신으로 갈 때 만들어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그 도안을 누가 처음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청의 사신으로 조선에 와 조선과 미국 간의 조미수호통상조약(1882) 체결을 주도한 마건충(馬建忠)과 김홍집 간의 필담을 담은 『청국문답』(淸國問答)을 보면 태극기의 도안자가 마건충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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