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羅生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날 폐허가 된 절(?)의 라생문 아래 두사람이(한 사람은 스님이고, 한 사람은 나무꾼이다) 폭우속을 노려보며, 전혀 모르겠다고 중얼거린다.
폭우속을 뚫고 어떤 낯선 남자가 라생문밑으로 들어오고, 그는 전혀모르겠다고 중얼거리는 남자에게 무슨 일이냐며 무엇을 모르겠냐고 묻는다.
스님은 “아무리 세상사 통달한 승려라 한들 이처럼 불가사의한 일을 어찌 알겠소.”라고 대꾸하며, 낯선사람은 스님도 그 일을 알고 있냐고 묻는다. 스님은 여기 이사람과 같이 관아에서 직접 겪은 일이라 말한다.
“여기 라생문을 보쇼, 늘 시체 한두구는 뒹굴테니”
“그렇소, 전란, 지진, 태풍, 화재, 기근, 역병... 세상이 온통 재앙뿐이오”
“그러나, 오늘처럼 무서운 일은 처음이오, 정말 무서운 일이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소. 도적떼나 전염병, 기근, 화재, 전란보다 더 무서운 일이오.”
“설교 집어지우쇼, 그런 지루한 설교를 듣느니 차라리 빗소릴 듣는게 낫지”
사흘전 산에 나무하러 간 나무꾼(이 장면이 엄청 길다, 도끼를 들고 칼을 차고있다. 부엌칼 같은 칼), 나무에 걸려있는 모자, 땅에 떨어져 있는 주머니, 새끼 줄, 죽어 나자빠져 있는 사람 발견. 깜짝 놀라며 급히 관아로 신고하러 뛰어가고, 사흘 뒤 관아로 불려갔다.
1.나무꾼의 말
시체는 분명 소인이 처음 발견했고, 칼은 없었다. 나뭇가지에 여자모자, 바닥에 사무라이 모자, 시체옆에 끊어진 새끼줄, 낙엽 위에 붉은 부적주머니가 있었다. 다른 물건은 없었다.
2.스님의 말
저기 누워있는 시체는 만난 적이 있다. 사흘전 세키야마에서 야마시나로 가는 도중이었다. 모자를 쓴 여자, 칼과 활을 찬 남자(죽은 남자). 그가 불귀의 객이 될 줄,
”참으로 인간의 목숨이란 아침 이슬만큼이나 덧없군요“
3.포졸(?)의 말
제가 체포한 사람은 다조마루, 악명높은 다조마루다. 체포당시 고려칼을 차고 있었다. 사흘전 강가를 지나는데 검은 화살통에, 활, 화살 17개, 회색빛 말. 살해된 남자가 지니고 있던 물건. 다조마루가 말에서 떨어지다니, 인과응보
4.다조마루(도적) 관점
하하하, 말에서 떨어진게 아니다. 말을 달리던 도중 갈증이 나 말에서 내려 개울물을 마셨다. 개울물에 뱀이라도 죽어있었는지 마시기 무섭게 속이 뒤틀리고 강가에 이르니 복통을 견딜수 없었다. 그래서, 말에서 내려 뒹굴고 있었다. 결국 내 목을 베겠지만,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 저 남자를 죽인 건 분명 나다.
사흘 전 무더운 오후, 산들바람만 불지 않았어도 저자를 죽이지 않았을 거다.(산들바람 때문에 모자를 드리운 천이 날리며 여자 얼굴을 보게 된다) 그 여자의 얼굴이 천사처럼 보이고 남자를 처지하고 여자를 차지하기로 맘 먹었다. 가능한 한 남자는 죽이지 않고 여자를 차지할 작정이었다. 여자와 남자는 사라지고 다조마루는 그 뒤 급하게 그들을 쫒는다. 길을 잘 알고 있는 도적은 지름길로 뛰어가 그들을 만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칼을 보여주며 훌륭하지 않냐, 저기 무덤에서 많이 나와 숲에 감춰뒀다, 주겠다, 꼬셔서 남자를 데리고 간다. (그걸 왜 따라가냐.) 저기 소나무 밑에 있다며 가져가라하고, 뒤에서 남자를 덮쳐 나무에 묶어논다. 그리고 여자한테 남편이 뱀에 물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도적은 여자를 남자에게 데려가고 묶여있는 남편을 본 여자는 칼을 뽑아 도적을 찌르려하며, 격렬하게 저항한다. 그러나, 역부족, 힘에 부친 여자는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다조마루는 여자에게 키스를 퍼붓고 여자는 그를 끌어 안는다. 도적은 계획대로 남자를 죽이지 않고 여자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때까진 남자를 살해할 맘이 없었는데, 여자가 쫒아와서 당신이 죽든지, 남편이 죽든지 어느 한쪽이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두 남자에게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아요“ 둘 중 살아남은 사람을 따르겠다 말한다. 다조마루와 남편은 격렬한 결투를 하고 남편은 도적에게 죽임을 당한다. 자기칼을 23번 받아냈는데 지금까지 20번이상 받아낸 사람은 그자가 유일하며 대단한자라 추켜 새운다. 여자는 도망쳤다.(절에서 숨어지내다 포졸에게 발견됐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폭우속 라생문
나무꾼: 다 거짓이야, 여자도 다조마루도 다 거짖이야.
낯선남자: 인간들이란 게 다 그렇지 뭐,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진실을 인정하지 않지
스님: 약한 존재라 그렇소, 약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거죠
5.여자 관점(스님이 말한)
여자의 말은 다조마루의 말과 달리 강하지 않고 아주 연약해 보였다. 저를 속인 도적이 저를 욕보이고 자기가 그 유명한 다조마루라면서 남편의 손발을 묶고 조롱했다. 도적은 우리를 조롱하며 사라졌고, 분노로 번뜩이고 있는 남편의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다. 슬픔의 눈빛이 아니었다. 차가운 증오의 눈빛이었다. 남편을 풀어준 여자는 자기를 찔러 죽이라 한다. 여자는 그런 눈으로 처다보지 마라며 절규한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린뒤 주위를 둘러보니 너무 끔찍했다. 남편 가슴에 자기의 단도가 꽂혀 있었다. 너무 놀라 숲으로 달아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산아래 강가에 서 있었다. 전 그 강물에 몸을 던져 죽으려했지만 실패했다. ”연약하고 어리석은 저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다시 라생문
낯선남자: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군. 여자들은 뭐든지 속이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그러니 여자말은 너무 믿으면 안되요. 그야 스님생각이지 정직한 인간이 어디있소? 자신만 그런줄 아는 거지. 자기 죄는 잊고 거짓말을 하죠. 그 편이 맘 편하니까?
6.죽은 남자의 말(무당의 입을 통해 말했다고 스님이 말한다.)
도적은 아내를 범한 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했고 낙엽위에 앉은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를 설득하는 도적, 한 번 더럽힌 몸으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 아내가 되라. 아내는 황홀한 얼굴로 그를 쳐다 보았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아내는 도적에게 말했다. “어디든 좋아요, 날 데려가 주세요”, “저사람을 죽여 주세요” 바로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암흑속으로 집어던졌다. 인간이 어찌 그토록 비열하고 저주스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도적조차 충격을 받았다. 저 사람을 죽여주세요. 도적은 여자를 발로 밟고 이 여자를 어찌하면 좋을 지 물었다. 도적이 한 눈파는 사이 여자는 도망치고 여자를 따라갔다 한참지나 도적이 다시 와서 남편을 풀어준다. 도적이 사라지고 상심한 남편은 여자의 단도로 자결한다. 시간이 지난뒤 누군가 다시 와 단도를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7.나뭇꾼 관점
그건 거짓이야, 남자의 가슴엔 단도가 꽂혀있지 않았어, 장도에 찔려죽었다. 산에서 여자의 모자를 발견하고 잠시 후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수풀사이로 보니 묶인 남자, 울고있는 여자, 다조마루가 보였다.(남자의 시체를 발견했단건 거짓이었고, 이 사건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다조마루는 여자앞에 꿇어 앉아 용서를 빌고 있었다. 이미 널 가졌지만 내 아내가 되 달라(이게 용서를 비는 것인가?) 당신이 원한다면 도적질도 관두고 장사라도 해서 열심히 살겠다. 나와 함께 삽시다. 허락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죽일 수 밖에 없다.(협박) 내 아내가 되겠다고 말하라. 여자는 단도로 남자를 묶은 끈을 자른다. 도적은 남자끼리 싸움으로 결정하라는 뜻으로 알아듯고 결투를 하려하지만 남편은 이런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싶지 않다며 결투를 거절하고 원한다면 여자를 데려가라 한다. 남편은 아내를 모욕하지만 도적은 연약한 여자라며 편을 든다.(애당초 지가 멍청해서 여자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못난놈) 여자는 사내대장부라면 나보고 자결하라 하기 전에 저자를 먼저 죽여야 한다며 남편에게 큰소리 친다. 도적놈 도 마찬가지라 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다조마루에게 다조마루라 들었을때 해방구를 찾은줄 알았다, 다조마루라면 나를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해방시켜 줄줄 알았다 소리친다. 여자가 원하는 건 진짜 남자다. 여자는 칼로 쟁취하는 거라며 소리친다. 여자의 절규를 들은 두 남자는 칼을 뽑고 결투를 시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칼을 들고 벌벌 떨며 좀처럼 싸우지 못한다. 도적과 남편은 둘 다 아주 못난 겁쟁이 었던 것이다. 칼 한번 부딪히지 못하고 허공에 칼을 휘두른다. 제대로 된 싸움 한번 못해보고 이전투구 끝에 도적의 칼에 남편은 찔려 숨을 거둔다. 여자는 도망치고 남자와의 싸움으로 근력이 바닥난 도적은 여자를 따라잡지 못한다.
인간이 인간을 못 믿다니 이건 지옥이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낯선 남자는 아기를 감싸고 있는 옷가지를(부적이 들어있다) 가지고 도망친다.
인간은 다 이기적이야 모두 변명뿐이지.
나뭇꾼은 집에 아이가 여섯이나 있는데 여섯을 키우나 일곱을 키우나 힘든거 매 마찬가지라며 아이를 데려간다.
덕분에 나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찾은거 같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