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마음이 수레의 양쪽 바퀴가 되어 이야기는 처음부터 술술 진행되었다.
혼례식의 절차만 정하면 될 무렵, 터무니없는 큰 사건이 일어났다. 도련님에게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게다가 여자는 오쿠로야의 하녀였다.
오하루는 만넨야의 소개로 들어온 하녀가 아니었던 걸까. 그런 설교를 듣지 못했을까. 듣고도 잊어버렸을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내용을 담은 설교일수록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오하루는 분명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그 곧은 눈빛으로 꾸어서는 안 될 꿈을 꾸었다. 늦춰서는 안 되는 긴장을 늦추었다.
"좋아해서 배가 맞는 건 아니야. 배가 맞을 때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맞아 버린다니까. 남자는 그런 법이야. 그걸 모르다니, 역시 너는 아직 어린애로구나."
슬퍼 보인다……기보다도 도련님은 무서워하고 있다. 긴지는 겨우 그 사실을 깨달았다. 도련님의 어두운 눈동자는 긴지를 피해 발치만 보고 있다. 그리고 한 번 기울어져 버린 커다란 물병에서 물이 넘쳐나 그치지 않는 것처럼, 계속해서 말을 토해 내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물 위로 한 쌍의 남녀가 하늘을 향해 누운 채 떠내려온다. 멀고 어두운 어둠 저편에서 긴지의 바로 발치까지 흘러온다.
도련님과 오하루였다.
두 사람은 똑같이 표주박과 박쥐 줄무늬 기모노를 입고 오른손과 왼손을 수건으로 꼭 묶고 있었다.
"내가 만나러 갔을 때, 오쿠로야 도련님의 왼쪽 손목에는 무언가로 세게 묶은 흔적 같은 청자색 멍이 나 있었단다. 이렇게, 둥글게 말이야."
─그해 여름, 오시마무라의 그 집에서 너는 졸다가 나쁜 꿈을 꾼 거다. 그런 것으로 해 둬.
오캇피키의 말을 잊지는 않았다. 두 번 다시 졸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로부터 반년쯤 후에, 물에 젖은 진흙 벽이 허물어지듯이 오쿠로야는 망했다.
요리키 하급 무사들을 지휘하며 사무를 분담·보좌하던 직책
저는 오카다야에서, 정확하게 열 살 때부터 고용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모두 조슈 출신으로,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함께 고향을 도망쳐 나와 혼인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두 동생들 중 하나는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포창천연두으로 죽었고, 다른 하나는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가 그 후로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이는 사창가에서 죽었고요. 제가 좋아서 몸을 팔았는지, 무능한 부모가 팔아넘겼는지, 그 무렵 저는 이미 오카다야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존재감이 별로 없는 아이였어요.
그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아까 ‘오카다야는 더 이상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보통 같으면 ‘오카다야 분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고 말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예, 예, 그 이유는 이소베 님의 말씀과 같은 생각이 제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타모토 쇼군 직속의 가신들 중 봉록이 만 석 이하인 무사
인간의 진심도 상대에 따라서는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이치를 배웠습니다.
이소베 님…… 한 번만 더 여쭙겠습니다. 아무리 제멋대로 자랐다고는 해도, 젊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심하게 대하는 인간이, 대체 이 세상에는 있는 것일까요.
발밑을 조심해 가십시오. 모쪼록 이제는 돌아오지 마시기를. 돌아보지도 마시기를.
이것이 마쓰고로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그런데 문지기의 이야기로는 가네코야까지 가는 길에 등에 업은 오사토는 조금도 괴로운 기색 없이, 작은 목소리로 계속 노래하는 가락을 붙여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고 한다.
─귀신아, 이쪽, 손뼉 치는 쪽으로.
─귀신아, 이쪽, 손뼉 치는 쪽으로.
─너도 나만 한 나이가 되면 아마 어디론가 고용살이를 하러 가게 될 게 뻔해. 그때는 몸을 아끼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결국은 부지런히 일한 쪽이 이기게 돼 있거든.
그런 언니의 말을 오유는 어린 마음에 단단히 새기고 있었다.
오유는 재빨리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오유의 머리맡에 어둠보다도 어둡고 검은 것이 웅크리고 있었다. 오유는 그것이 몸에서 내뿜는 악의 같은 것을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쭈기나무 예로부터 신성한 나무로, 제례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화꽃 향기가 풍겨온다. 누군가가 저 복도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박자박 멀어져 간다. 미노키치에게는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지만, 찾아봐도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말없이 오엔의 손을 잡고 살며시 꼭 힘을 줄 뿐이었다.
꽤 특이한 관습이긴 하지만 까닭을 듣고 난 이상은 거스를 수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관습에 거역했다간 그 지방 사람들의 미움을 사서 먹을 것도 물도 약도 구할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어머님은 별 수 없이 아다치 가에 들어가 살면서 병자를 돌보았습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등을 맞대고 있단다. 행복과 불행은 앞면과 뒷면 같으니까."
괴로운 일만 겪다 보면 반대로 ‘도깨비’ 도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그러니 역시 너는 이제부터 시작인 게야.
"자, 이 이야기는 이제 이걸로 끝이다. 나를 좀 쉬게 해 다오."
저는 생각했습니다─‘도깨비’ 의 미소는 제가 아는 어머님의 그 미소와 어딘지 모르게 닮지 않았나 하고. 그 따뜻한 눈빛도 어머님이 저를 보실 때의 눈빛과 꼭 닮지 않았나 하고.
─사람으로 살아 봐야, 비로소 ‘도깨비’ 가 보이게 되는 거란다.
재미있게도 이 관리인은 덩치가 절반밖에 안 되는 아내에게 꼼짝도 못한다. 얹혀사는 다로는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늘 잔소리를 듣곤 하는데 관리인도 똑같이 아주머니의 잔소리를 듣는다.
복도에서 비쳐드는 오후의 햇빛에, 희미하게 장지 위의 여자 머리가 떠올라 보였다. 몇 번 눈을 깜박여도 두 손으로 눈을 비벼도 보이는 것은 보인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친절하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죽일 수 있는 놈들이 있어요. 그런 놈들은 어느 모로 보나 인간 같은 멀쩡한 얼굴 밑에 귀신의 본성을 숨기고 있지요."
솨아솨아 내리는 가랑비 속에 사람이 아닌 이형異形의 존재가 조용히, 조용히 서 있다. 가을비가 보여주는 환상이 오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오신은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조마와리 시중을 돌아보며 범죄를 수사하고 법령 위반을 단속하는 관리
우미보즈 바닷가나 배 앞뒤에 나타난다는 알몸에 눈이 커다란 까까머리 요괴
아사쿠사 오쿠라 에도 막부가 직할지에서 거둬들인 쌀을 보관하던 창고
"역시 모르는 척하는 게 좋지 않을까?" 노인은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