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오랜 세월 검사로 봉직했던 그는 눈앞에보이는 현실로만 세상을 판단하는 데 거부감이 있었다. 사건이란 그 실체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전연 다르기 마련이었고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다.
법이 워낙 촘촘한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든 세 발짝만 걸으면 법을 어기게 된다는 것, 때문에 사람을 판단할 때는 과거로부터 걸어온 길을 모두 통찰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취임하기도 전에 핸드폰부터 바꾸는 전임 대통령들이나 주기적으로 번호를 바꾸어 대는 재벌들과 달리 대통령이 예전 핸드폰 번호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였다.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
과학 기술의 시대이긴 하나 이 나라에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힘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넘쳐나 직간접적으로 메시지가 전해져 오곤 했고, 그런 의견도 다만 무시하기보다 속뜻을 미루어 짐작해보곤 하던 대통령의 존중은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거치며 그가 무속에 빠져 있다는 소문으로 덮어 씌워진 터였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러나 마뜩잖은 기분에 넘기려 해도 나이파 이한필베라는 알 수 없는 문자는 말끔히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걸린 채 자꾸만 궁금증을 더해 오는 것이었다.
"이것은 주문 아닌 주문이오." "무슨 뜻인지?" "주문이란 무속에서 쓰는 기원문인데 이런 식으로 쓰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주문이라 하는 이유는요?" "이게 무엇이든 누군가에게 보낸 거니 어떤 의도가 심어졌겠지요. 의도를 담은 글 또한 주문이라 하니 이것은 주문이지요."
"예전에는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만 있는 줄 알았잖아. 지금은 알려진 입자만17개야. 그러니 과학도 시간의 한계 안에 갇혀 있어. 시대에 따라 과학적 진리도 바뀐다는 거지." "그래도 풍수 같은 아예 엉터리하고 갈래가 다르잖아."
"얽힘 상태에 있는 두 개의 양자 중 하나의 성격이 결정되면 나머지 하나의 성격도 동시에 결정돼. 그런데 이 둘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관없다는 것이 ‘양자얽힘‘ 이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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