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병오는 오작인(作人)이었다. 사망 원인이 분명치 않은 시신을 검시(檢屍)하는 사람. 오작인은 죽은 자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만약 타살이라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하는 일을 맡아 한다고 했다. 검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시신을 만지는 일이다 보니 사람들은 오작인을 천하게 여겼다.

"다들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면 귀신 짓이다, 마귀 짓이다, 하는데 그건 핑계에 불과해. 우리가 그 상황을 이해할 만큼 지혜롭지 못할 뿐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마귀 짓이라고 해버리면 그건 진짜 살인자가 밖에서 활개 치고 다니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거나 마찬가지야."

"인간이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 아니?"

"나는 이제껏 그런 이야기를 믿지 않았어. 말도 안 되는 미신 취급했지. 하지만 그 안엔 어리석고, 서글픈 인간의 본성이 녹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너한테서 들은 저주받은 가면 이야기도 마찬가지고."

"이야기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때로는 죽이거나 살릴 수도 있어. 차돌이에게 이야기는 살아갈 힘이었을 거다."

신기한 이야기가 만나는 곳에서 선노미는 자신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야기를 통해 괴짜 선비 연암과 만나고, 그와 함께 이야기를 찾아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났다.

한때 어두운 마음에 홀려 홀로 길을 헤맸던 소년은 이제 한층 성숙하고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자신의 출발점을 향해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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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노미는 종종걸음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얼마 전까지는 자신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선노미에겐 가야 할 곳도, 갈 수 있는 곳도 없다. 당장 폭우가 쏟아진다 해도 어디 처마 밑에 들어가 비 긋기를 기다리는 게 고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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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덥다! 덥다!
入秋가 지난지 두주, 處暑가 코앞이지만.

1994년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 공사
노가다 뛸 때보다 덥다.

이렇게 더울 땐 역시 괴담을 읽어야된다.

왕십리 5호선역은 지하5층이다.
다들 지하로 작업배정받으려했다. 너무더워서.
지하가 시원하고 좋았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었다.
바로, 배설욕구를 어디에. ..
다시 올라갔다 오기는 너무 멀고.
어딘가에는 싸야했다.
어딜까? 승강장밑!
1994년은 너무 더웠다. 나는
휘경동 옥탑방에서 자취하는 자취생이었고 선풍기는 당연히 없고, 무릎높이만한 냉장고가 하나있어 냉장고에 머릴 처박고있었다.
방에서는 잘수가 없어 밖에 나가 자기도 하고...

미스테리하고 기이한 일은 전혀 없었다.

어느날 새벽인가는 창밖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눈길에 가위눌리는 일만 가끔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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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8-20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며칠 전부터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어요. 더위가 물러갈 준비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대장정 2024-08-20 16:22   좋아요 1 | URL
네, 아침저녁 산책길 풀벌레 소리들을 땐, 더위가 이제 한풀 꺽이는가 해도 아직이네요. 그래도 천천히 선선한 🍂 🥮 가을이 오고 있어요.
 

"요 며칠간 내가 여기서 보고 들은 건 모두 충격이었네. 벽돌이다, 수레다, 도르래다……. 다들 조선에선 못 본 것들뿐일세. 우리는 청에 비해 낙후돼도 한참 낙후됐어. 그런데도 다들 공자왈, 맹자왈 하느라 정작 백성에게 필요한 건 거들떠도 안 보지."

"백성을 살리는 건 죽은 글이 아닐세. 기술과 상업이야. 자네 같은 상인들도 사농공상이라 해서 천대받을 게 아니라 존중하고 육성해야 마땅하네."

만복이 연암을 찬찬히 뜯어봤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나리도 꽤나 괴짜시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듣네."
연암은 그 말에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아, 어쩌면 이 사람도 모난 돌인지도 몰라, 하고 선노미는 불현듯 생각했다. 자신을 기담회에 초대한 것도, 이런 중요한 사행길에 굳이 저를 데려온 것도 여느 선비라면 하지 않을 일이다. 방금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했는데, 어쩌면 연암 나리도 예전에 정을 맞은 적이 있었던 건 아닐까? 선노미는 연암이 이제껏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백골 따위는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마마신도 마찬가지고요. 무서운 건 사람이죠.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저는 실제로 봤으니까요."

모난 돌은 정을 맞게 마련이지.
이건 자신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모난 돌, 괴짜, 이단아……. 모두 이제껏 숱하게 들었던 말들이니까. 멀쩡한 양반집 자제로 태어나 관직에 나갈 생각은 안 하고 서얼들과 어울리며 듣도 보도 못한 요상한 학문이나 하는 자신을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그래봤자 과거 시험도 못 보는데 다 무슨 소용이람."
언젠가 경준의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연암은 그가 서얼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경준을 헐뜯은 자들이 그의 배다른 형제라는 것도. 정실부인 자식인 그들은 경준보다 학문이 한참 못 미쳤다. 열등감 때문인지 사사건건 경준을 괴롭혔다. 첩 자식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고개를 빳빳하게 처들고 다녀. 나중에 우리가 벼슬길에 나가면 굽실거릴 녀석이.

"과거 시험장을 박차고 나왔다고? 나 같으면 시험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일 텐데."
경준의 말에 연암은 처음으로 자신의 치기 어린 행동이 부끄러웠다. 경준 앞에서 생각 없이 그 말을 내뱉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하긴 자네도 나처럼 모난 돌이니까. 나는 서얼 주제에 쓸데없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모난 돌, 자네는 양반 주제에 쓸데없는 짓이나 하는 모난 돌."
경준이 킬킬거리며 자신과 연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난 돌은 결국 정을 맞게 돼 있어."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같은 피라도 때로는 더 진한 피가 있고 덜 진한 피가 있다는 걸 향은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세간의 뜬소문 따위는 믿지 않으니 걱정 말게. 그게 얼마나 허황된 건지는 누구보다 과인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

"그나저나 새삼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는구려. 따지고 보면 외모란 얼굴 가죽 한 장 차이인데, 다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려 들지 않소."

홍명복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이가 젊을수록 외모에 현혹되기 십상인데, 보이는 것에 휘둘리지 않은 청년이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들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죄를 용서받고자 몸소 희생하신 분이십니다."
아담은 그렇게 대답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비의 죄를 물려받는다는 대목이 희한하게 수긍이 가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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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록강 뱃사공
 
하늘을 뒤덮고 있던 잿빛 구름이 어느새 제법 걷혔다.

노심초사하는 일행들 사이에서 태연자약했던 건 연암밖에 없었다. ‘애태운다고 뭐가 달라지나. 갤 때가 되면 개겠지’라면서 숙소에서 혼자 홀짝홀짝 술을 들이켰다.

"그러고 보니 사공은 참 묘한 직업이군. 매일 강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하니 말일세. 마치 두 세계를 이어주는 안내인 같네."

"하지만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죠. 그런 겁니다, 안내인은."

"그런 연유로 제 배는 절대 뒤집힐 일이 없답니다. 그러니 나리들께서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양에 사는 백성 수는 선대 임금들을 거치는 동안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들을 수용할 만큼 주택 수는 넉넉하지 못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은 부족하니 당연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임금이 바뀔 때마다 한양 집값이 몇 배씩 뛴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일반 백성들은 물론이고 양반들까지 부족한 집과 더불어 치솟는 집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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