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병오는 오작인(作人)이었다. 사망 원인이 분명치 않은 시신을 검시(檢屍)하는 사람. 오작인은 죽은 자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만약 타살이라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하는 일을 맡아 한다고 했다. 검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시신을 만지는 일이다 보니 사람들은 오작인을 천하게 여겼다.
"다들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면 귀신 짓이다, 마귀 짓이다, 하는데 그건 핑계에 불과해. 우리가 그 상황을 이해할 만큼 지혜롭지 못할 뿐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마귀 짓이라고 해버리면 그건 진짜 살인자가 밖에서 활개 치고 다니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이제껏 그런 이야기를 믿지 않았어. 말도 안 되는 미신 취급했지. 하지만 그 안엔 어리석고, 서글픈 인간의 본성이 녹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너한테서 들은 저주받은 가면 이야기도 마찬가지고."
"이야기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때로는 죽이거나 살릴 수도 있어. 차돌이에게 이야기는 살아갈 힘이었을 거다."
신기한 이야기가 만나는 곳에서 선노미는 자신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야기를 통해 괴짜 선비 연암과 만나고, 그와 함께 이야기를 찾아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났다.
한때 어두운 마음에 홀려 홀로 길을 헤맸던 소년은 이제 한층 성숙하고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자신의 출발점을 향해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