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컹컹대는 소리가 들렸다. 요사이 어디서 들어와 동네에 자리를 잡았는지 떠돌이 개들이 사람을 대신해서 동네를 활보하고 있었다. 저번에 옥상에서 무리지어 다니는 떠돌이 개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집에서 사람과 함께 사는 개들의 그것과 달랐다. 불안감과 적개심이 공존하는 섬뜩한 눈빛이었다. 나는 혹시 물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골목과 반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물고기는 항상 눈을 뜨고 있잖아. 그래서 언제나 눈을 뜨고 부정한 기운이나 화재로부터 절을 지키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야. 또 한 가지, 물고기처럼 눈을 감지 말고 항상 깨어 있는 자세로 부지런히 수행을 하라는 뜻이 있단다. 어때, 듣고 나니 풍경이 새롭게 보이지?

이 세상엔 없어져야 할 인간들이 너무 많다. 인간이란 진정한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존재이다.

세상은 정화가 필요하다.

‘초자연 편’의 경우에는 《괴이한 미스터리》 시리즈의 작품들 중 ‘환상성’을 갖춘 작품들입니다. 괴이하고 미스터리한 소재 속에 몽환적인 분위기와 인간의 인지 범위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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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떠날 필요가 없었다. 월영시든 회사든.

어떤 때는 혼잣말을 하면서 있지도 않은 친구와 논다고 하고, 또 어떤 때는 집안을 엉망으로 어질러놓고는 자기가 그런 게 아니라고 둘러댔다.

‘…도로공사 현장에서 살해돼 암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사체가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폭우로 무너져 내린 강원도의 한 도로공사 현장입니다. 오늘 새벽 이곳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

나는 미용사다. 낮에는 이승의 손님을 받고 밤에는 죽은 자들을 상대한다. 망자들은 두고 떠난 자들의 꿈속에 가기 전에 혹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영영 떠나기 전에 미용실에 들러 단장을 한다.

산 사람들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지며 속 이야길 털어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나서듯 망자도 기구한 사연을 나에게 털어놓고 간다.

미용실이라는 곳이 원래 머리만 손질하는 곳이 아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곳.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곳.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가 오히려 위로가 될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챠밍 미용실이다.

노인네가 살아 있을 적에도 시끄럽더니 여전히 시끄럽다. 저 목청이면 성악을 해도 대성했을 텐데 욕하는 일에만 쓰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선량한 건 누가 내 밥그릇에 손을 대지 않았을 때나 허용되는 가치라고. 누가 내 밥그릇을 쳐다보기라도 하면 바로 물어뜯을 자세부터 취하는 게 사람이야.

여자가 슬프게 웃었다. 가슴이 조금 쓰렸다. 인간은 참으로 어리석고 무지한 존재다. 여자는 당장의 복수를 위해 영원의 고통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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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숙사 방은 정말 좋다. 룸메이트가 있기는 있었는데 들어오지 않는다. 2인 1실 정도면 그렇게까지 부대끼거나 불편할 것도 없지만, 몸이 피곤할 때는 사람과 마주치는 것 자체가 버거울 때가 있다.

몸은 좀 힘들고, 밥이 싸다. 돈 모으기엔 딱 좋다. 기숙사에 급식, 규칙적인 생활. 그러니까 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매일 비슷한 하루지만 오늘의 즐거움은 이것이다’ 이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이곳에서 버티고 있다.

더 정확히는, 서울로 이사 가고 싶다. 그러려면 돈이 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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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 거야."
또 시작이다. 상은이의 말버릇. 막 담배 구매를 시도하다 퇴짜를 맞고는 애먼 아르바이트생에게 저주를 날린 참이다.

"뭘 더 가져가려고?"
더는 뺏기기 싫다. 무엇으로 변했는지도 모르는 채 변해버렸는데 더 나빠질 수는….

근거는 없지만 알 수 있다. 이 거리는 함정이다. 알바생은 미끼다. 그래서 알아채지 못했던 거다.

"맞아요.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지금 분명히…."
"내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너, 혹시 그런 생각 안 들어? ‘왜 쟤가 미친놈인 줄 미리 알지 못했지?’ 이 얘길 왜 하냐면, 나는 보자마자 알았거든. 너, 알맹이 어딘가가 없어졌지?"

"넌 몰랐는데 나는 아는 이유를 말해줘? 그건 말이지, 범위의 문제야. 박살난 영역이 작아도 잘 안 보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아예 종자가 달라지거든."

"여유 잡는 건 다 그럴 만하니까 그래. 하지만 지루하니 여기서 끊자. 잘 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열어놓은 창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노래가 들렸다.

호영은 욱신대는 어깨를 붙잡은 채 집 주위를 돌았다. 콘크리트 담은 뒤틀리고 금이 갔어도 제 역할을 다했다.

"아씨. 야, 내 얼굴이 호구 같아?"
"너만 모르는 사실이지."

이상했어. 그렇잖아.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초인종에 자기 침을 묻히는 사람이라니. 이상하잖아.

무심코 거둬들이는 눈길에 낮달이 걸렸다. 낮달의 위쪽은 임신한 엄마 배처럼 둥글고 아래쪽은 희끄무레하게 부옇다.
"

용역들은 바리케이드 안에 숨어 지내는 오염자들을 바퀴벌레만도 못하게 여긴다. 오염지역 철거주택조합에서 보상금을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다보니 깡패나 조폭같이 험상궂게 생긴 건 기본이고 하나같이 힘깨나 쓰는 덩치들이다. 철거자들도 무서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용역들은 무법천지의 바리케이드 안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중 ‘저주 편’은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주라는 것은 결국 원한과 욕망, 증오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저주 편’은 무엇보다 월영시라는 공간과 깊이 결부되어 있습니다. 다른 도시였다면 단순히 증오와 미움만으로 끝날 수 있던 일들이 월영시라는 공간과 결합이 되면서 폭발하듯 부풀어 오르는 것입니다.

만약 인간이 가진 미움과 증오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형상화할 수 있다면 기괴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월영시란 그런 것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저주가 단순히 저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해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도시. 《괴이한 미스터리》 시리즈에서 월영시가 주요한 소재이자 또 하나의 주인공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추리, 호러 작가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당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가장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 절대 배신하지 않았으면 하는 믿음, 무슨 일이 있어도 실제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그것을 당신의 견고한 현실 속에 슬그머니 밀어넣는 겁니다.

"공포를 창조하는 일은 무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일과 상당히 흡사하다. 급소들을 찾아내서 그곳에다 압력을 가하는 일인 것이다."

언젠가 독자 여러분들도 ‘순한 맛’ 말고 ‘매운 맛’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마지막 반전에서도 부디 눈을 돌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디스토피아는 우리의 마음속 정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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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나한테 이별을 통보해? 제까짓 게 뭔데? 당연히 죽을 만한 짓을 한 거다. 어디서 기어올라? 이제는 전여친이라고 불러야 하나?

집에서 자고 있던 그녀를 죽이고 도망쳐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감히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끝까지 반성하지 않은 그년 탓이었다. 제 주제에 어디 헤어지느니 마느니 운운인지. 그건 오직 나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당신은 얼마나 맛있을까요? 마음속에 어떤 욕망을 가지고 이번엔 또 누구를 희생시킬까요? 그래요, 바로 그겁니다. 당신이 먹음직스러운 이유. 악인이니까. 그러면서 우리보다 약한 인간에 불과하니까."

"악에게 최고의 먹잇감은 자신보다 작은 악이에요. 그럴 수밖에요. 악이 악에 끌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우리 월영시에 와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모든 것,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이제 안녕히 가세요."

"수국꽃이 꼭 파란색만 있는 건 아닙니다. 수국은 보통 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이렇게 녹색이 약간 들어간 흰 꽃이었다가 점차 연한 청색으로, 이어서 붉은 기운이 도는 자색으로 변하죠. 하지만 토양이 강한 산성일 때는 청색, 알칼리성에서는 붉은색을 띠는 특성이 있죠. 만약 붉은 꽃을 보고 싶으시면 알칼리성 용액이나 석고가루 같은 걸 뿌리 쪽에 뿌려두시면 됩니다."

월영시 4구역 사업 시행인가를 축하드립니다.
신속한 사업추진을 기원합니다. -GX건설 임직원 일동

하긴, 월영시가 어떤 곳인가. 집값이며 물가가 싸다고는 해도 전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바로 이곳이다.

《괴이한 미스터리》 4권 중 ‘범죄 편’은 가장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 합니다. 귀신이나 괴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줄 뿐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옆집에 살고 있는 범죄자는 언제든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공포를 자아냅니다.

예전에 브루스 캐시디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추리소설이야말로 현대의 혼탁한 세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거울에 비친 상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아직도 월영시에 자발적으로 왔다고 생각해요? 아닙니다. 끌려온 거예요. 악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죠. 여긴 어떤 악행도 가능한 곳이니까요."
아직도 이 책을 자발적으로 집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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