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나한테 이별을 통보해? 제까짓 게 뭔데? 당연히 죽을 만한 짓을 한 거다. 어디서 기어올라? 이제는 전여친이라고 불러야 하나?
집에서 자고 있던 그녀를 죽이고 도망쳐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감히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끝까지 반성하지 않은 그년 탓이었다. 제 주제에 어디 헤어지느니 마느니 운운인지. 그건 오직 나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당신은 얼마나 맛있을까요? 마음속에 어떤 욕망을 가지고 이번엔 또 누구를 희생시킬까요? 그래요, 바로 그겁니다. 당신이 먹음직스러운 이유. 악인이니까. 그러면서 우리보다 약한 인간에 불과하니까."
"악에게 최고의 먹잇감은 자신보다 작은 악이에요. 그럴 수밖에요. 악이 악에 끌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우리 월영시에 와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모든 것,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이제 안녕히 가세요."
"수국꽃이 꼭 파란색만 있는 건 아닙니다. 수국은 보통 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이렇게 녹색이 약간 들어간 흰 꽃이었다가 점차 연한 청색으로, 이어서 붉은 기운이 도는 자색으로 변하죠. 하지만 토양이 강한 산성일 때는 청색, 알칼리성에서는 붉은색을 띠는 특성이 있죠. 만약 붉은 꽃을 보고 싶으시면 알칼리성 용액이나 석고가루 같은 걸 뿌리 쪽에 뿌려두시면 됩니다."
월영시 4구역 사업 시행인가를 축하드립니다. 신속한 사업추진을 기원합니다. -GX건설 임직원 일동
하긴, 월영시가 어떤 곳인가. 집값이며 물가가 싸다고는 해도 전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바로 이곳이다.
《괴이한 미스터리》 4권 중 ‘범죄 편’은 가장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 합니다. 귀신이나 괴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줄 뿐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옆집에 살고 있는 범죄자는 언제든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공포를 자아냅니다.
예전에 브루스 캐시디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추리소설이야말로 현대의 혼탁한 세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거울에 비친 상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아직도 월영시에 자발적으로 왔다고 생각해요? 아닙니다. 끌려온 거예요. 악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죠. 여긴 어떤 악행도 가능한 곳이니까요." 아직도 이 책을 자발적으로 집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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